[윤석원의 농사일기 122] 소 키울 사람

  • 입력 2021.05.30 18:00
  • 기자명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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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농업·농촌·농민 문제 중에서도 최우선 과제는 아무래도 농민 즉, 사람의 문제다. 농업도 사람이 하는 것이고, 농촌도 농민이 존재하기에 농촌이라 부르기 때문이다.

사람이 하는 농업을 기계가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면, 농민 없는 농촌이라면 ‘농’자는 당연히 빼야 한다. 농민 없는 농업은 반도체 산업이니 자동차 산업이니 하는 식의 식량 산업(?)으로 바꾸고, 농민 없는 농촌은 지방 도시(?) 또는 지역 도시(?)로 바꿔야 하지 않을까. 농업도 산업의 한 분야고, 농촌도 그저 작은 도시의 하나라면 농업·농촌·농민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의 문제고 도시의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 시대와 우리 사회가 기계가 하는 농업, 농민 없는 농촌을 진정으로 지향한다면 사실 그래서는 안 되겠지만 제일 먼저 ‘농’ 관련 기관은 모두 문을 닫아야 한다. 농민 없는 식량 산업, 농민 없는 작은 도시에 불과한데 농림축산식품부, 한국농어촌공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 농업 관련 정부기관이 따로 존재할 이유가 없고, 농협도 존립할 이유가 없다. 농식품부와 농 관련 기관은 산업통상자원부나 국토교통부 관련 기관으로 이관하던지 아니면 해체해야 한다. 이와 같이 ‘농민이 얼마만큼 존재하느냐’는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현재 농민의 수가 전국 평균 4.5%에 불과한데도 아직 농업 관련 기관이나 농협이 존재하는 이유는 시·군 단위에서의 농민 비중이 아직도 20% 내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지역마저도 4~5%대로 농민이 줄어든다면 중앙단위 농업 관련 기관뿐만 아니라 지역에서도 농업 관련 기관은 존립할 수 없다. 특히 농협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굳이 존립하려면 농업협동조합이 아니라 생활협동조합으로 바꿔서 기능과 역할을 달리하면 모를까, 농민 조합원이 거의 사라진다면 당연히 존립할 수 없게 된다.

농민이라면 이러한 상황을 누가 원하겠는가. 그러나 현재, 우리 농업 관련 정책 의사 결정자나 우리 사회 지도자들의 인식 수준이 변하지 않는다면 그 가능성은 매우 커 보인다. 정치인들은 표가 어디에 있는가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고, 정책 당국자도 4.5%의 농민보다는 95.5%의 일반 국민을 위한 대책이 우선 과제가 되리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의 중앙 농정은 전체적으로 다수의 농민보다는 소수의 엘리트 농민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다. 규모화된 대농, 생산뿐 아니라 가공과 관광을 아우르는 6차 산업이 가능한 농민, 스마트팜을 할 수 있는 농민이나 청년 농민을 차세대 경쟁력 있는 농민으로 육성하려는 농정으로 이해된다.

엘리트 농민을 육성해야 한다는데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이들만으로 우리의 농업·농촌 문제가 해소될까. 엘리트 농민만으로는 농업 생산액이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며, 농촌은 유지될 수가 없게 된다. 다수의 평범한 농민들이 함께 살아가는 농촌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려는 노력 중 하나가 농촌지역에서의 사회적 경제 활성화인데, 동의는 하지만 현장에서 풀어내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개인주의와 천민자본주의가 지난 반세기 동안 도시와 농촌을 망라하고 지속된 이 나라에서 이웃 간 협동, 협업, 공동체, 이타성 등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사회적 경제 부문의 활성화를, 유독 농촌지역에서 강조하는 것은 실행하기가 매우 어려운 과제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일할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대다수의 농촌에는 소 키울 사람 찾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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