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 정신 내팽개친 서울시 희망급식 바우처

  • 입력 2021.05.30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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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계속됐던 부실한 군급식 논란은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키며 급식의 중요성을 환기시켰다. 친환경 무상급식이 시행된 2011년 이후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학교급식을 중심으로 한 공공급식 또한 변화·발전돼 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난 4월 부각된 군급식의 논란부터 최근 서울시 ‘희망급식 바우처’까지 여전히 10년 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학생들이 학교에 정상적으로 등교하지 못한 것도 학기로 따지면 3학기째다. 지난해보다는 등교일이 늘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되며 학교 수업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학교급식 또한 원상 복귀되지 않았다. 아이들의 영양공급 측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던 학교급식이 중단되자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이렇듯 학교급식이 추구하는 목적과 가치가 분명히 존재하건만 최근 서울시 희망급식 바우처에선 이 또한 사라져 버렸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 사회에서 배려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욱 선명히 드러났다. 고통을 받고 실제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크게 배려받지 못하는 사람들 중에 바로 학교급식 납품 농가들이 포함돼 있다. 학교급식에 쌀, 채소, 과일 등의 식재료를 납품하던 농가들은 급식이 정상화되지 않아 지금도 여전히 불안정한 농사를 짓고 있다. 농산물은 공장을 가동해서 뚝딱 생산해 낼 수 있는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생산비를 들여서 기존대로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다.

학교를 믿고 농산물을 생산한 농가에게 이번 서울시의 희망급식 바우처는 좌절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서울시는 원격수업에 참여하는 아이들에게 학교급식을 대신해 편의점 식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는 급식의 가치를 단순히 한 끼를 때우는 수준으로만 판단한 것이다. 농산물 식재료 꾸러미가 누군가의 조리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불편하다는 이유로 폐기 처분했다는 것은 농업에 대한 관점이 얼마나 저급한지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학교급식이 중단돼 피해를 입은 대상자 그 어디에도 편의점은 포함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편의점에서 바우처를 사용하도록 지정했고 행정 중심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행태를 보였다.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사업을 폐기하고 단순히 편의 위주의 식사로 포장한 이번 조치는 급식의 질도 상관없고 언제든지 손쉽게 구할 수 있으면 수입산 식재료도 상관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시의 바우처는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분식점, 동네식당 그 어느 곳도 고려하지 않았다. 오로지 편의점에서 정해진 몇 가지 목록만 구매가 가능하다는 기준은 사용자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었고 급식 납품 농가도 철저히 무시한 결정이었다.

친환경 무상급식운동의 시작은 단순히 한 끼를 때우자는 것이 아니었다. 급식의 맛과 영양을 높이고 아이들의 건강에서 먹거리 교육, 농업의 소중함까지 많은 가치를 담아낸 것이 무상급식 운동이었다. 아이들과 학부모, 영양교사 그리고 농민들은 학교급식의 주요 주체다. 건강한 한 끼에 담긴 밥 한 톨의 소중함, 농업의 가치는 편의식품을 통해 배울 수 없다. 이번 희망급식 바우처를 통해 서울시의 도농상생은 헛껍데기에 불과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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