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죽곡면 마을교육공동체 이야기 ‘학교생태텃밭정원’

  • 입력 2021.05.30 18:00
  • 기자명 박진숙(전남 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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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숙(전남 곡성)
박진숙(전남 곡성)

“잎싹샘, 잎싹샘~ 나는 내가 자랑스러워요. 근데~ 샘 기다리다 힘들었어요.”

“동현아~ 무슨 좋은 일 있어?”

“저번저번때 내가 심은 팝콘옥수수가 흙을 뚫고 막 나왔어요. 나 땜에 우리학교랑 울동네 사람들 팝콘 먹을 수 있어요!!”

3학년이 책임증식하기로 한 토종쥐이빨옥수수가 뾰족이 새순을 내밀고 빠른 녀석들은 벌써 쑤욱 올라와 있다. 소중하게 보여주는 녀석의 표정은 이미 고소하고 달콤한 팝콘을 한입 가득 먹은듯하다. 학교생태텃밭정원이 슬슬 만들어진다.

아이들의 삶을 위한 마을교육은 어떤 것이 있을까? 정규수업시간에 마을학교 선생님과 학교 선생님이 어떻게 협력하며 진행할 것인가? 교육과정은 어찌 꾸려갈까? 수업시수는 어찌 확보할까? 우리들은 어떤 가치를 가지고 이런 일들을 꾸미는가? 마을공동체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작년 11월부터 마을학교와 주민자치회, 죽곡초, 한울고와 죽곡마을교육협의회를 꾸려내어 마련한 게 학교생태텃밭정원과 죽곡문화유산탐사대, 대황강생태탐방, 죽곡마을인턴쉽, 전통도자기가마짓기, 죽곡마을운동회 등이다. 행복했다 절망했다를 반복하며 진행한 쉽지 않은 일이지만 포기할 수 없는 재미나고 의미있는 프로젝트이다.

마을농사 선생님들은 목사동면 한울고에서 죽곡면 죽곡초까지 왔다리 갔다리 함서 뛰댕긴다. 한울고에선 농사샘과 마을샘이 프로젝트팀과 인턴쉽으로 아이들과 만나고, 죽곡초에선 담임샘과 마을샘, 아이들이 팀이 되어 국어시간에 미술시간에 사회시간 과학시간에 교과와 연계하여 전 학년 여섯 가지 색깔의 정원을 만들어낸다. 경운기와 포크레인으로 함께해주신 마을 어르신들도 생전 처음 본 틀밭을 만들자니 당황해 하시다가 금새 ‘허허~’하시며 팀이 되어주신다.

단단한 흙을 밀어 생명을 들어올리는 생태텃밭정원의 생물들이 궁금해 학교에 오고 싶어 미치겠다는 아이들, 생전 처음 하는 농사에 흙 만지기를 꺼려하며 주춤주춤하시더니 아이들보다 더 신난 교사들.

마을과 학교가 함께 짓는 생태농사는 토종종자지킴이까지 이어간다. 흑수박, 쇠뿔가지, 삼층거리대파, 쥐이빨옥수수, 지게감자, 옥발이토마토, 호랑이콩 등을 농사지어서 음식으로 해 먹고 씨앗 받아서 동네 어른들과 나눔까지 하는 순환농사이기에 의미도 크다.

생태텃밭정원에 큰 욕심도 담았다가 너무 과한가 싶어 하나씩 덜어내기도 하곤 한다. 자본의 재생산구조인 학교 교육의 틀을 부수고 신자유주의시대 뿔뿔이 흩어진 농촌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마을교육생태계를 만들어내고 싶었고, 기후위기 시대 대안이 될 지구도 살리고 사람도 살리는 생태농사를 해보고도 싶고, 개밥만큼의 대접도 못 받는 농의 다양한 가치를 조금이라도 되살리고 나누고 싶기도 하고….

이래저래 마음이 아픈 아이들에게 자연순환의 틀 안에서 쉼을 찾는 시간도 주고 싶다. 그리고 학교의 선생님들껜 마을이 그저 보조자가 아닌 든든한 협력군으로 아이들과 만나고 있다는 확신을 주고 싶다.

가장 큰 욕심은 마을의 아이들에게 농꾼인 마을 어른들이 그 무엇보다 소중한 일을 이어가는 어른들이자 마을 선생님이라는 든든한 믿음을 갖게 하는 것이고, 마을의 어른들에게는 소멸위기의 작은마을이지만 이곳에도 우리 아이들이 어른들의 지원 속에 이쁘게 성장한다는 자부심을 갖게 하는 거다.

봄상추랑 뿔시금치가 꽃대를 올리며 여름상추랑 열무한테 자리를 내주는 망종이 가까워진다. 요란하지 않고 바지런한 자연의 순환 속에서 아이들과 마을 어른들이 더 깊은 연결의 시간을 이어가는 생태텃밭정원이 무성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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