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농가소득 4,503만원 역대 최고, 재난이 빚은 거품소득

재해로 수확량 급감, 농업소득 여전히 1천만원대
농작물 재해보험금·2년치 쌀변동직불금 합산
농민수당 등 지자체 이전소득도 ‘한몫’
농가부채 급증, 농업용보다 생계용부채 더 늘어

  • 입력 2021.05.28 11:33
  • 수정 2021.05.30 19:57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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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 농가경제조사 결과’에 대해 “2020년 농업소득과 이전소득이 크게 증가하면서 농업소득이 4,503만원을 기록해 2016년 대비 21.1%, 2019년 대비 9.3% 증가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경기 여주시 능서면 들녘 모습. 한승호 기자

[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통계청이 지난 26일 발표한 ‘2020 농가경제조사’ 결과 농가소득은 4,503만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해 농정당국이 고무됐다. 농업소득 증가율도 높은데, 농식품부는 쌀 등 주요 농산물에 대한 선제적 수급안정대책과 재해보험 등 농정이 빚어낸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전 세계적인 전염병과 기후변화, 공익직불제 전환에 따른 2년치 쌀변동직불금 지급 등 특수한 조건이 모두 녹아든 결과라는 점은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역대 최고’ 농가소득 이면에는 ‘역대 최고’ 농가부채도 버티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 농식품부)는 지난 2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 농가경제조사 결과’에 대해 “2020년 농업소득과 이전소득이 크게 증가하면서 농업소득이 4,503만원을 기록해 2016년 대비 21.1%, 2019년 대비 9.3% 증가했다”고 밝혔다. 역대 최고 기록이라는 지난해 농업소득에 대해 농식품부는 △선제적 수급대책에 따른 농산물 가격 안정 △재해보험 등 경영안정 지원 강화 △공익직불제 도입 △국민·농지연금 수급액 증가 △농촌융복합 산업활성화 등 농정의 성과로 치켜세웠다.

실제 통계청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농가소득은 전년대비 9.3% 증가한 4,503만원이고, 이 중 농업소득은 1,182만원(전년 대비 15.2%↑), 이전소득은 1,426만3,000원(전년 대비 27%↑)으로 높아졌다. 반면 농업외소득은 1,660만8,000원(전년 대비 4.1%↓), 비경상소득은 233만7,000원(전년 대비 1.1%↓)으로 작년보다 낮아졌다.

농식품부는 농가소득과 농업소득이 ‘급증’한 데 잔뜩 고무돼 있는 모습이다. 쌀을 포함한 채소·과수의 사전적 수급안정대책, 중소농의 판로 확충 등으로 농작물 판매수입이 전반적으로 크게 늘었다고 분석했으며, 재해지원 역시 농작물재해보험이 확대되고 재해복구비가 인상돼 농가경영안정에 크게 기여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농가소득이 늘어나고 농업소득까지 증가한 수치를 농정의 효과로만 한정 지을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극심한 농가소득 양극화 문제도 심각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농업소득이 증가한 부분에 대해 “이상기후로 수확량이 줄어 농산물 판매가격이 오르고 농가수취가격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평균값일 뿐 품목별 편차가 극심하다. 또 지난해 공익직불제가 도입되면서 미뤄진 쌀변동직불금 2년치를 농가에서 한꺼번에 받았고, 재해가 빈번한 탓에 받은 농작물재해보험금도 농업소득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순수한 ‘농산물 판매 수입’만의 농업소득 증가 부분은 더 따져봐야 한다는 뜻이다.

농경연 관계자는 “지난해 농가소득이 껑충 뛴 건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 지난해와 같은 조건이라는 전제 하에 올해 농가경제조사를 한다면 소득감소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고 조심스레 예측했다. 또 “농가소득을 구성하는 농업소득과 이전소득이 2019년도부터 역전됐다. 직불금 등 이전소득이 농업소득보다 높아졌는데, 문제는 2020년은 이 추세가 그대로 이어졌을 뿐 아니라 이전소득과 농업소득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고 농업소득의 뒷걸음을 걱정했다.

2020년 농가소득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지만 이면에는 농가부채 역시 3,758만9,000원으로 전년 대비 5.2% 증가하는 등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농업용 부채는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지만 가계용 부채는 1,218만3,000원(전년 대비 9.4%↑)으로 생계를 위한 빚이 급증했다는 사실에도 주목해야 한다. 농민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지지 않았다는 설명이 가능한 대목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코로나와 자연재해에 치명타를 입은 2020년 농촌의 ‘역대급’ 소득은 긍정적 지표로만 해석할 수 없다. 재난이 빚어낸 소득거품을 걷어내고 농업·축산업의 품목별 세분화된 조사 결과까지 따지는 등 정밀한 농가소득 지표가 필요한 이유다.

한편 해양수산부는 어가소득이 높아진 이유로 지난해 3개 광역지자체에서 지급한 ‘농어민수당’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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