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중국산 한약재를 쓴다는데…”

  • 입력 2021.05.23 18:00
  • 기자명 허영태(포항 허한의원 원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허영태(포항 허한의원 원장)
허영태(포항 허한의원 원장)

한약 처방에 대해 “중국산 한약재를 많이 쓴다는데”라고 넌지시 물어보는 환자분들도 계십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포함돼 있을 수 있겠으나 제가 보기에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중국산에 대한 무조건적 불신과 ‘신토불이는 좋은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우선 신토불이(身土不二)는 워낙 유명해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고사성어로 알고 계신 분도 있으나 그렇지는 않고 사실 일본에서 쓰던 말을 1980년대에 차용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의미는 몸과 자신이 태어난 땅은 둘이 아니고 하나라는 뜻으로 자신이 태어난 땅에서 나온 먹거리가 자신의 몸에 더 잘 맞는다는 뜻입니다. 신토불이라는 단어가 어떻게 쓰이기 시작됐는지는 제쳐두고 의미는 맞는 말입니다. 노래로도 불려 더 유명해졌지요.

다음으로 중국산이라는 것에 대해서입니다. 정부정책상 자국민 보호없는 무분별한 수입개방을 해서는 안됩니다. 하지만 이것과 수입산 품질의 좋고 나쁨은 다를 수 있습니다. 중국산이면 무조건 나쁜 것이냐고 하면 민감할 수도 있고 조심스러운 내용이지만 한의원에서의 현재 실정을 가급적 그대로 적어보겠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한약재 중 우리나라에서 생산되지 않는 한약재가 있습니다. 생산되더라도 기후와 환경이 맞지 않아 약효가 거의 없어 약으로 사용불가한 경우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녹용과 감초입니다. 약방의 감초는 누구나 아실 것입니다. 한의원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감초는 중국 신강, 몽골산입니다. 요즘 국내재배도 되지만 약효에서 불합격입니다. 녹용 또한 러시아산(‘원용’이라 부름), 뉴질랜드산(‘뉴자’라 부름), 중국산(‘깔깔이’라 부름), 국산이 있습니다. 여기서 국산 녹용은 식품으로는 쓰이지만 약재로는 쓰이지 않습니다. 약효가 딸리기 때문입니다. 녹용의 효과를 보려면 TV에서 보듯이 눈덮인 산속에서 허연 콧김을 쑥쑥 뿜어내며 자란 놈이라야 양기를 확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한의원 녹용은 국산이 없습니다. 녹용은 중국산도 거의 사용하지 않고 러시아산이나 뉴질랜드산을 사용합니다.

한의원에 국산 감초와 녹용이 없는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한의원 한약재는 식품의약품안전처 검사를 통과해 약재로 써도 된다고 허가된 약재만을 제약회사를 통해 구입해서 쓰도록 돼 있습니다. 이 검사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약재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한의원에서는 녹용, 감초를 포함한 몇 가지 약재는 아예 국산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한의원에서는 대부분 국산 한약재를 사용하지만 일부 국산을 원래부터 쓸 수 없는 약재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 검사도 개별 한의원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기관이 검사한 제품을 제약회사를 통해 구매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불신이라는 것은 근거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무조건적일 때가 많아 중국산 한약재를 많이 사용해 믿을 수 없다는 환자분들에게는 수차례 설명해도 그 벽을 넘어서기 힘들 때가 오히려 많았습니다. 심지어 “어떤 한의원에서는 모든 한약재를 국내산 유기농 재배로 한다던데”라고 하시면 이야기는 종결 수준입니다.

저도 마음 같아서는 모든 한약재를 국내산으로 사용하고 싶지만 현실에서 그것이 가능하지 않으니 답답할 따름입니다. 많은 연구와 노력에 의해 미래에는 기술발전으로 가능할 수도 있겠지요.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