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단체 후원도 이적행위?

국보법이 농민을 괴롭히는 방법

  • 입력 2021.05.23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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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 10일 진보당(상임대표 김재연)이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진행한 ‘국가보안법 폐지 10만 국회 국민동의청원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국가보안법 폐지 촉구 구호가 적힌 피켓들을 들고 있다. 진보당 제공
지난 10일 진보당(상임대표 김재연)이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진행한 ‘국가보안법 폐지 10만 국회 국민동의청원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국가보안법 폐지 촉구 구호가 적힌 피켓들을 들고 있다. 진보당 제공

2013년 8월 28일 새벽, 강원도 정선군농민회 회원 이 아무개씨의 집 앞에 봉고차가 나타났다. 강원지방경찰청에서 나온 10명 남짓한 경찰들이 집으로 들이닥쳤다. 그날 집엔 이씨와 동료 농민 2명이 함께 있었다.

경찰은 이씨 집에서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휴대전화, 책들을 압수해 갔다. 이씨는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범민련)의 후원회원이었고, 압수수색 며칠 전 범민련 행사를 다녀왔었다. 경찰은 그게 국가보안법(국보법) 제7조 찬양·고무죄 위반이라고 했다.

국보법 제7조 찬양·고무죄는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것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선동·동조함으로써 성립하는 죄’라고 명시돼 있다. 통일운동 단체 범민련의 후원회원(범민련 회원이 아니다)으로 활동하고 범민련 행사에 다녀온 게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행위란 것이었다.

당시 박근혜정권은 범민련, 그리고 이씨가 당원으로 가입한 통합진보당에 대해 국보법을 이용해 대대적인 탄압을 가하고 있었다. 이씨에 대한 압수수색이 벌어지던 날,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및 당원들도 구속당했다.

이씨는 “당시 경찰이 가져갔던 자료 중엔 범민련 소식지인 <민족의 진로>가 있었다. 비닐도 안 뜯은 거였는데…”라며 “이후 정선경찰서에 4번 출석했다. 수사는 1년 반 가까이 끌다가 2015년 초에야 무혐의로 마무리됐다. 범민련 ‘회원’이 아닌 범민련 ‘후원회원’이어서 괜찮았다나”라고 담담히 말했다.

지난 19일, 국보법 폐지 국회 국민동의청원 참가자가 10만명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국회에선 국가보안법 폐지 관련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이번 국민동의청원을 주도한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 측은 “국민동의청원이 시작된 지 5일째 되던 날 국보법 혐의로 구속된 이정훈 4.27시대 연구원과 8년째 감옥에 있는 이석기 전 의원은 즉각 석방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씨는 국보법 국민동의청원 10만명 달성과 관련해 “진작에 사라져야 했을 법인데, 이번엔 논의가 잘 돼서 폐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8년 전 이씨를 그토록 괴롭혔던 국가보안법, 이제는 작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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