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급식 확대와 계약생산체계 구축, 같이 갑시다

광역단위 산지조직체계 구축, 시간이 필요하다

  • 입력 2021.05.23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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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친환경농산물의 판로로 학교급식 등 공공급식 영역 확대와 더불어 농가 계약생산체계도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전북 장수군 계남면의 한 친환경 시설하우스에서 농민들이 유통업체로 출하할 대파를 수확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친환경농산물의 판로로 학교급식 등 공공급식 영역 확대와 더불어 농가 계약생산체계도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전북 장수군 계남면의 한 친환경 시설하우스에서 농민들이 유통업체로 출하할 대파를 수확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향후 5년간 친환경농업 정책의 대강(大綱) 역할을 할 제5차 친환경농업 육성 5개년계획(5차 5개년계획) 준비로 정부와 친환경농업계가 분주하다. 친환경농업계는 친환경농산물의 주된 판로로서 학교급식 등 공공급식 영역을 확대하면서, 이와 연계되는 농가 계약생산체계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5차 5개년계획을 이야기하려면 우선 지난 2016~2020년까지 진행된 제4차 친환경농업 육성 5개년계획(4차 5개년계획)에 대한 평가가 이뤄져야 할 테다. 4차 5개년계획의 유통분야에서 거둔 주요 성과는 무엇일까. 우선 4차 5개년계획 막바지인 2019년부터 일부 지역에서 시작된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지원사업을 들 수 있다. 또한 같은 해 공공비축한 친환경 쌀 2,315톤을 군대급식에 시범 공급했고, 경기도 접경지역 지자체 군부대에 소량이나마 친환경농산물 공급이 시작되는 등 ‘친환경 군대급식’의 싹이 텄다.

일부 성과가 있었다지만, 그럼에도 농민들 입장에서 4차 5개년계획이 대대적으로 새 판로를 개척하고 그에 따른 생산 견인을 이뤄냈나 하면 의문부호가 붙는다.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지난해까지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현 한국친환경농업협회) 정책위원장을 맡았던 김병혁 전국친환경생산자협동조합 사무처장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친환경농업 육성을 위해선 공공급식 중심의 새로운 시장 조성이 중요하다. 이에 발맞춰 계약생산 체계도 같이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그동안의 상황을 보면 대다수 기초단위 산지조직들은 파편화돼 있어 큰 시장에 대응하기 어려웠다. 학교급식만 봐도 그렇다. 대다수의 개별 시·군 단위에선 자체적으로 학교급식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품목구성이나 물량 확보가 쉽지 않다.”

최근 각 지자체에서 먹거리계획(푸드플랜)을 준비 중이지만, 대다수 지자체의 푸드플랜은 이제 시작 단계에 가깝다. 단일 지자체 차원의 완결된 생산-유통-소비 체계 구축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푸드플랜은 푸드플랜대로 추진하면서, 공공급식 영역에 대응하기 어려운 개별적 지역 생산자조직들을 묶어 구성된 광역단위 친환경연합사업단으로 대응하자는 목소리가 친환경농업계 내에서 제기됐다.

이 광역 친환경연합사업단이 공공급식에 대응해 계약생산체계를 구축하고, 타 지역 친환경연합사업단과 품목을 교류하며 부족한 걸 채우고, 타 지역에서 부족한 걸 보내자는 것이다. 김 사무처장은 “농협이나 aT 등이 전국 단위 공공급식 플랫폼 구축에 관심이 없는 상황에서, 친환경농민들 자체적으로 생산·유통을 위한 컨트롤타워를 구축하자는 취지로 모여 지난해 전국친환경생산자협동조합을 결성했다”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가 4차 5개년계획의 일환으로 2017년 ‘광역단위 친환경 산지조직 지원사업(광역산지조직 지원사업)’을 시작한 것도 이와 연관 있다. 광역산지조직 지원사업은 2017년 충남친환경연합사업단 선정을 시작으로 2018년 농협경제지주(주) 전남지역본부·전북친환경연합사업단·충북농가생활협동조합, 2019년 제주친환경연합사업단, 지난해 강원·경남친환경연합사업단 등 총 7군데를 선정해 2년간 개소 당 20억원(국비 50%, 지방비 30%, 자부담 20%)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박종서 한국친환경농업협회 사무총장은 2019년 9~11월 충남·전북친환경연합사업단과 충북농가생활협동조합을 대상으로 광역산지조직 운영실태를 조사한 바 있다. 광역산지조직들의 애로사항 점검과 광역산지조직 지원사업의 개선점·정책과제 도출 차원에서다.

조사 결과 드러난 주요 애로사항으로는, 첫째로 판매처 확보와 관련해 학교급식이나 일반유통 분야는 기존 공급업체가 존재함에 따라 전북처럼 광역친환경연합사업단이 새로 진입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다. 둘째, 생산관리 및 사업관리를 담당할 수 있는 인력 수급의 어려움이다. 셋째, 사업 기간이 짧아 성과를 내기 어렵다. 충남친환경연합사업단은 2017~2018년, 전북친환경연합사업단·충북농가생활협동조합은 2018~2019년에 정부로부터 사업 지원을 받았다. 연차 기준으로 2년이지, 사업 첫해 광역지자체 예산 배정 문제로 사업이 하반기에 시작해 실제 기간은 1년 4개월 남짓인 경우가 대부분이었기에, 2년도 안 되는 기간에 광역단위 산지조직체계를 온전히 구축하는 건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따라서 임산부 꾸러미 지원사업과 대학·군대·공공기관 등 공공영역 신규 수요처 확대에 발맞춘 광역 친환경연합사업단의 계약생산체계 구축을 위한 농식품부·지자체의 정책적 노력, 그리고 광역단위 산지조직체계 구축을 위한 충분한 시간 확보 차원에서 사업기간을 연장하거나 후속지원 사업을 연계해야 한다는 게 박 사무총장의 결론이다.

김병혁 사무처장은 “광역 산지조직마다 상황은 다르나 점차 계약재배 구축을 통한 성과가 드러나고 있다”며 “예컨대 경남친환경연합사업단은 지난해 쌀·감자·양파 등 6개 품목의 친환경농산물 800톤을 급식이 중단됐던 서울시 86만명 학생 가정에 공급했고, 지난 3월엔 경남에서 생산한 친환경 감자 3톤을 처음으로 부산시 학교급식에 공급한 바 있다”고 밝혔다.

※참고자료: 박종서, <광역친환경 산지조직 사업의 실태분석과 운영 활성화 방안에 관한 연구>(단국대학교 대학원,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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