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유기농업 특구에 걸맞는 도로변 통합관리체계 필요하다

  • 입력 2021.05.14 13:24
  • 수정 2021.05.14 13:28
  • 기자명 김오열 충남먹거리연대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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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오열 충남먹거리연대 집행위원장
김오열 충남먹거리연대 집행위원장

 

지난달 22일 00군 00면 일원 친환경 인증 농지가 있는 지방도로변 2.2km 정도에 제초제가 뿌려졌다. 지방도로변 통행 불편 및 사고 예방을 위한 잡초관리 차원으로 종합건설사업소 00지소에서 실시했다고 한다.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특히나 우리나라 최초로 유기농업 특구로 지정된 지역의 도로변에 제초제를 행정기관이 뿌렸다니 믿기질 않는다. 해당 기관은 사전에 시·군청과 어떠한 협의도 거치지 않고 이 같은 일을 저질러 유기농업 농민단체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현 유기농업 인증은 320여가지 잔류농약검사를 받아 그중 하나라도 0.01ppm 이상이 검출되면 인증이 취소되고 친환경농산물로 출하할 수 없다. 이렇다 보니 농민들 입장에선 화가 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제초제가 바람에 날린다던지 물과 토양으로 흡수돼 다양한 생물의 생육에 지장을 준다면 집단화된 유기농업 특구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00면 일원의 지방도로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것과 관할 00군의 안일한 사후 대책이다. 제초제를 뿌린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농업정책 전반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유기농업 특구에 맞는 진일보한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도로변의 관리는 환경친화적이지 않았다. 지난 2017년 미승인 ‘유전자변형생물체(LMO) 유채’가 국내로 유입돼 전국적으로 확산될 때도 도로변의 LMO 유채 대책은 미진했으며, 올해도 여전히 도로변 LMO 유채는 전국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곤충과 바람을 타고 동종 간 오염이 발생될 수 있어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또한, 도심지의 가로수도 ‘상가건물의 간판을 가린다’, ‘가로수 가지가 전선을 위협한다’는 등의 이유로 모든 가지를 잘라내 오히려 삭막한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하고 병충해 방제를 위해 주변 환경과 주민을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농약을 살포하기도 한다. 도로변 가로수의 생육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관리실태는 우리 주변에서 자주 목격되는 상황이다.

반면에 충청북도 충주시는 녹지공간의 체계적 관리를 위해 ‘녹지공간 등 조성, 관리 사전협의제’를 도입해 하천변과 도로변, 공공시설 주변에 나무나 다년생 화훼류를 심거나 일정 규모 이상의 잡목을 제거하는 경우, 주무부서와 반드시 주변환경과 경관영향에 대한 사전협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전라남도 장성군에서는 가로수의 체계적인 관리 및 건강한 생육환경 조성을 위해 전문인력을 도입하고 있다. 이밖에 가로수가 잘 관리된 도로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돼 전국적으로 인기가 높아졌고 수많은 관광객들을 불러 지자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도 한다.

이처럼 도로는 주민들의 생활과 밀접하고 도로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지역의 이미지와 생태환경에 영향을 준다. 그래서 각 지자체마다 도로변 경관을 생태적으로 관리해 아름다운 길로 육성하기도 하고 지역주민들과 행정이 협력해 꽃길을 조성하기도 하고, 마을의 길들과 연결해 지역문화를 체험하게끔 유도하기도 한다.

도로변에 잡초를 제거할 목적으로 제초제를 뿌려서는 안 된다. 특히 주변 지역이 유기농업 특구로 지정된 지역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이번 도로변 제초제 살포 사건은 행정의 무사안일과 행정 편의적 발상이 저지른 행위이며 도로의 친환경적 관리가 전혀 없었음을 보여주는 예다.

이제는 유기농업 특구에 걸맞게 가로수 및 주변 녹지를 친환경적인 도로변 관리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한 기본계획을 세우고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국도, 지방도, 시·군도가 유기농업 특구의 상징적인 도로가 될 수 있도록 생태적인 경관과 유기농업에 맞게 관리하고 주민자치협의회 등 지역주민들과 협력을 통해 통합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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