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남은 임기 1년

  • 입력 2021.05.14 13:22
  • 수정 2021.05.14 13:28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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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 나섰다. 취임 후 지난 4년의 성과와 실책을 정리하고 앞으로 남은 임기 1년에 대한 의지를 보이는 자리였다. 사실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역시나 농업·농촌·농민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후보 시절 농어업을 직접 챙겨 살기 좋은 농산어촌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취임 이후 ‘농업’과 ‘농촌’, ‘농민’은 대통령의 입에 그닥 많이 오르내리지 못했다. 물론 ‘코로나19’라는 예기치 못한 전 세계적인 ‘역병’과 보이지도 않는 천장을 이미 뚫은 듯한 수도권의 집값 상승, 최근 국민들을 공분에 빠트린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건 등 국정 전반에 걸친 논란이 생각보다 많긴 했다지만 새 정권의 토대를 닦은, 촛불의 선봉에 섰던 농민들 역시 대통령 취임 이후 유난히 다난한 실정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급식 중단과 행사 폐지는 친환경 농가와 화훼 농가의 가계를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못지않게 위협했고, 연속된 봄철 이상저온과 기상청 관측 이래 기록을 세울 만큼 길었던 장마, 댐 관리 부실로 인한 수해로 벼와 과수를 재배하는 농가는 제대로 된 수확조차 거두지 못했고, 살 곳을 잃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살기 좋은 농산어촌을 만들겠단 후보 시절의 약속은 어디로 간 건지 ‘그린뉴딜’, ‘탄소중립’, ‘신재생에너지’란 허울 좋은 이름 아래 공동체는 파괴되고 주민들과 농민들은 살 곳과 일터를 빼앗기고 있다.

지난 10일 대통령의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은 이렇게 끝맺었다.

“올해를 탄소중립 원년으로 삼을 것이며 저탄소 경제 전환은 단순한 친환경 정책이 아닌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고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엄청난 기회가 될 것입니다. 남은 임기 1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입니다. 그 1년이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는 자세로 임하겠습니다.”

취임 4주년 이틀 뒤였던 지난 12일, 기자는 그늘 하나 없는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앞에서 3시간 넘게 집회를 연 농민과 농촌 주민들을 만났다. 바쁜 영농철임에도 강원에서 제주까지 풍력·태양광 등의 신재생에너지를 비롯한 송전탑·송전선로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농산어촌 대표자가 모여 현실을 호소하고, 문재인정부 에너지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살기 좋은 농산어촌을 만들겠다는 후보 시절의 약속을 대통령이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남은 임기 1년. 대통령이 직접 연설문에서 밝힌 바와 같이 대한민국의 운명을, 농산어촌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 탄소중립이라는 전 세계적인 바람에 발맞춰야 하는 건 부정하지 않지만, 풍력·태양광·화력·송전탑·송전선로·폐기물 매립 등에 파괴되고 사라지는 농산어촌의 현실을 한 번이라도 되짚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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