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소 두 마리의 목덜미에 보기에도 묵직한 ‘겨리’를 매달았다. ‘겨리’란 두 마리의 소가 끄는 쟁기를 뜻한다. “이랴이랴~” 농사 경력만 50여 년, 머리 희끗희끗한 농부의 익숙한 손길과 소모는 소리에 느릿느릿하지만 힘찬 소걸음이 시작됐다. 그러자 두 마리 소 사이에 놓인 겨리가 물 댄 논의 바닥을 힘차게 갈며 앞으로 나아갔다. 농부의 구성지고 걸쭉한 소모는 소리가 들녘 너머로 더욱 크게 울려 퍼졌다.
지난 10일 강원도 홍천군 화촌면 성산리 들녘에서 겨리소 써레질 및 전통 손 모내기 행사가 열렸다. ‘홍천 겨리농경문화’가 강원도 무형문화재(제33호)로 지정된 것을 기념하고 보존·전승하기 위한 자리였다. 겨리농경이란 두 마리 소가 겨리를 끌며 논밭을 가는 것으로 산악지형의 비탈진 경작지가 많고 토질이 척박한 홍천지역에서 성행했던 농경방법 중 하나였다.
강원도는 ‘홍천 겨리농경문화’가 도의 역사성, 고유성, 대표성 등의 가치가 탁월해 무형문화재로 지정, 고시한다고 지난 7일 밝혔다. 이는 홍천지역 최초의 도 무형문화재 지정이기도 했다. 보유단체로 인정된 홍천 겨리농경문화 보존회는 이날 ‘농자천하지대본’이 적힌 깃발을 앞세우고 겨리소 써레질에 나섰다.
구슬땀을 흘리며 겨리소를 부린 황재수(66)씨는 “70~80년대만 해도 소로 논밭을 가는 것부터가 일 년 농사의 시작이었다”며 “농사가 시작된 만큼 올 한 해는 자연재해와 안전사고 없이 모든 농민들이 풍년 농사를 지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써레질을 위해 10살과 5살, 두 마리의 소를 이끌고 온 전덕재(81)씨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겨리농경을 지키고 전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조성근 보존회장도 “겨리농경은 홍천과 강원도의 훌륭한 전통문화유산”이라며 “선조들의 우수한 농경문화를 이어가기 위해 더욱 힘쓸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편, 두 마리 소가 겨리로 바닥을 고른 논에선 홍천농고와 화촌초교 학생들이 손 모내기에 나서 우리나라 농경문화의 맥을 잇기 위해 마련된 이날 행사에 한층 의미를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