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가락시장서 미래지향적 역할 고민할 것”

엄주헌 한국농산물중도매인조합연합회 서울지회장

  • 입력 2021.05.11 16:4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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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한국농산물중도매인조합연합회 서울지회는 가락시장에서 채소류를 취급하는 중도매인들의 조직이다. 국내 농산물 유통의 메카인 가락시장 안에서 가장 많은 인원으로 구성된 집단이며, 거래제도와 유통질서 논란 등 최근 가락시장의 격랑 속에서 가장 민감하게 촉각을 세우고 있는 이들이기도 하다. 취임 반년을 지나고 있는 엄주헌 지회장은, 회원들의 절박하고 다양한 목소리들을 최대한 발전적인 방향으로 묶어내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엄주헌 한국농산물중도매인조합연합회 서울지회장
엄주헌 한국농산물중도매인조합연합회 서울지회장

코로나19 유행으로 온 국민의 생활양식이 바뀌고 있다. 중도매인 영업에도 영향이 있는지.
지난해 농산물 생산량이 적어진 대신 가격이 올라 매출에 차질이 없을 것 같지만 단일품목을 취급하는 중도매인들의 어려움이 극심하다. 가령 엽채류의 경우 가락시장 물량이 서울뿐 아니라 부산·대구 등 전국으로 나가는데 주 구매처인 식당의 소비가 전국적으로 바닥이지 않나. 중도매인 월별 최저거래액 기준(법인 8,000만원·개인 4,000만원)조차 채우기 어려운 회원들이 많아 서울시와 관리공사에 1년만이라도 적용을 유예해 달라고 계속 건의하는 중이다.

최근 도매시장 유통행태에 대한 각종 매체의 부정적 보도가 꼬리를 물고 있다. 근본적 문제는 뭔가.
도매법인들의 수탁 독점에 출하자가 출하선택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수집 경쟁이 이뤄지게 하려면 우리 중도매인들도 수집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농식품부 장관이 이를 막고 있고 도매법인들의 로비에 의해 오히려 엉뚱한 법안들이 발의되고 있다. 도매법인들은 수집에 딱히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중도매인들이 수집에 나설 경우 현재의 중품보다 더 좋은 최상품 농산물을 유치할 수 있으며 그렇게 구색이 맞춰져야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고 생산자 소득도 올라가게 된다.

시장도매인제 도입에 대한 중도매인들의 정확한 입장을 밝힌다면.
우리가 보는 시장도매인제의 문제점은 시장도매인이 경매나 정가·수의매매에 참여할 수 없고 중도매인과 거래할 수도 없게 돼 있다는 점이다. 과거 중도매인들은 산지와 열심히 관계를 맺어왔지만 의무경매가 고착됨에 따라 그 2세들은 편하게 경매 낙찰받는 데 익숙해져 이제 시장도매인제의 위탁도매 방식 영업을 감당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경매와 정가·수의 등을 병행할 수 있도록 아예 전품목에 상장예외를 허용하는 방식이 된다면 모든 중도매인이 선호할 것이고 도매법인들도 한층 불안감을 느껴 생산자와 유통인에 대한 예우나 서비스를 개선하게 될 것이다.

그 외 최근 집중하고 있는 이슈들은.
중도매인들에게 여차하면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는 서울시 조례의 과도한 규제를 완화하려 하고 있다. 외상거래가 80~90%인 중도매인들에게 영업정지를 내리면 미수금을 회수할 길이 없어진다. 영업정지에 준하도록 과징금을 상향하면 될 것이다. 도매법인-중도매인 소속제의 실질적인 폐지와 표준거래약정서 도입으로 무분별한 갑질을 막고 유통효율을 높이는 한편, 도매법인 평가에 중도매인 의견을 반영하는 항목도 필요하리라 본다. 가락시장 시설현대화와 관련해선 설계 초안의 이동통로가 너무 협소한 문제가 있는데, 경매장을 2층으로, 중도매인을 1층으로 배치한 대안설계까지 만들어 제시하며 결사적으로 대응하려 하고 있다.

앞으로의 다짐이나 계획은.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어 임중도원(任重道遠)이란 말이 실감난다. 중도매인들의 목소리는 매우 다양하고 다급하면서 때론 이기적인 면도 있는데, 그 속에서 시장 전체를 위한 거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역할을 고민할 것이다. 도매시장의 ‘허리’인 중도매인들의 영업이 신장돼야 생산자·소비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약 이행에 만전을 기하면서 가락시장이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으려 조합장들과 혼연일체로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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