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통계의 목적

  • 입력 2021.05.02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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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의 양파 재배면적 조사결과가 양파산업 전반에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재배면적 증가로 가격이 급락한 조생양파를 “24% 부족”이라 발표하는가 하면 조생보단 안정적이라는 중만생양파를 “30% 과잉”이라 발표했다. 현장 상황과 시장 가격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실측결과가 모두 일관되게 나타나는 가운데 통계청 조사결과만이 거꾸로 도출된 것이다.

통계청과 농경연 양쪽의 의견을 들어보면 사실상 통계청의 실책이 명확해 보인다. 조생양파 출하가 한창 진행 중인 3월 말경 조사를 진행하면서, 아직 수확이 이뤄지지 않은 조생양파를 중만생양파로 산입한 것이 아닌지 통계청 스스로도 되돌아보고 있는 분위기다.

“국가통계포털엔 조생·중만생 구분이 없이 전체 면적만 올라간다.” 통계청 담당과장의 항변은 이같은 실책의 원인을 짐작케 한다. 통계청에게 중요한 건 전체 면적일 뿐, 품종별 면적 구분엔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농업정책에선 전체 면적 못지않게 품종별 면적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품종별 면적이 정확히 나와야 시장격리든 수입확대든 시기에 따라 제대로 된 수급정책이 나올 수 있다. 단지 ‘보여주기 위한 통계’만을 생각하는 통계청의 태도는, 자신들의 통계가 모든 정부정책의 근거자료가 되며 유통시장에 엄청난 메시지를 던진다는 걸 망각한 무책임한 태도다.

그렇다고 전체 면적통계는 정확할까. 통계청은 지난해에도 양파 총 재배면적을 산지나 시장 상황 대비 터무니없이 적게 발표해 혼란을 야기한 바 있다. 그리고 ‘조사기법의 변화’ 때문인지, 올해는 또 총 면적이 상식적인 수준으로 복귀했다. 그 결과, 통계청 통계에 따르면 올해 양파 총 재배면적은 전년대비 22.8%나 늘어난 ‘비상상황’이다. 농업 통계체계 자체가 총체적 난국에 빠진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농업 통계는 수십 수백만 농민들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 품목과 시기에 따라 특성을 반영한 조사가 필요하며 그 기법 또한 체계화·일관화해야 한다. 그것이 정히 수월치 않다면, 농민들의 요구처럼 농업 통계조사 업무를 농식품부 아래 일원화하는 것도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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