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같은 생각 다른 부업

  • 입력 2021.04.25 18:00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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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뉴스 보니까 도시 애들 요즘 부업 찾느라 난리라던데 왜 농촌에는 안 내려와? 주말에만 내려와도 되는데, 돈 준다는 데가 이렇게 많은데.”

농촌을 돌아다니며 인력에 대한 고충을 듣다 보면 어김없이 나오는 얘기다. 맞다. 그 말대로 젊은 도시 직장인들 사이에선 최근 ‘N잡’ 열풍이 거세게 불었다. 많은 급여는커녕 저녁 있는 삶조차, 혹은 다른 그 무엇도 보장 받지 못하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N잡론은 일종의 성스러운 가르침이자 선구자들이 벌려 둔 탈출구로 여겨졌다. 더이상 직장에만 힘을 쏟을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데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많은 이들이 없는 시간과 체력을 쪼개며 그 길에 몸을 던졌다.

그 2년 안팎의 흐름을 지켜보는 내내 농촌을 지탱하는 농외소득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도시에서 열풍이 불기 한참 전부터 농민들은 이미 수십년째 N잡을 하며 농외소득을 벌고 있다. 주어진 환경에 따라 자연스럽게 부업을 수행하는 농민들도 있겠지만 대부분 농업소득으로는 가계 유지가 어려워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

즉, 이제 이렇게 살아서는 행복할 수 없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는 점이 둘 사이의 제일이자 유일한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반면 차이점은 그 ‘또 다른 일’의 성격에서 너무나 크게 도드라진다. 도시에서 가르침을 전파하는 사람들의 방법론은 제각각이지만 그래도 제법 겹치는 조언 중 하나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할 줄 아는 일을 갖고 곁가지를 만들어 나가라는 공식이다. 여기에는 꾸준히 도전하되 크게 힘들이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이 핵심으로 들어간다. 이 방법에 농민들이 흔히 농외소득으로 생각하고 있는 일들은 당연히 존재하지 않으니, 강도 높은 육체노동에 속하는 농촌 일이 고려되는 것 역시 기대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농한기에 온갖 산전수전을 치뤄 다음 농사 밑천을 마련한다는 농민들 앞에서 ‘부업마저 편한 것만 찾아가려 하는 게 요즘 청년들이네’라는 대답을 면전에서 들으며 공감하는 척하고, 돌아가서는 겉핥기로라도 농촌노동을 겪어본 입장에서 또래들에게 ‘그거 해볼 만 해’라고 차마 권유할 수도 없는 농업전문지 청년 기자의 한 주가 또 이렇게 흘러간다. 오호 통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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