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교동도 농민들의 쌀값 대금 2억원, 어디로?

  • 입력 2021.04.25 18:00
  • 수정 2021.04.29 12:1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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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인천시 강화군 교동도의 친환경 쌀농가들이 2억원 이상의 학교급식 납품 쌀 대금을 3년째 못 받고 있다. 농민들이 받아야 할 쌀값은 어디로 갔을까?

인천의 급식납품업체 A업체는 지난 2016~2018년 교동도의 한 친환경작목반 소속 농민 7명으로부터 학교급식용 쌀을 공급받아 학교에 납품한 이래, 3년이 지난 현재까지 쌀값 2억498만1,000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해당 농민들은 A업체로부터 최소 800만원, 최대 5,014만원의 대금을 받지 못했고, 그중 두 명은 2018년 A업체에 각각 약 3,222만원, 2,649만원 어치의 쌀을 공급했으나 지금까지 단 한 푼의 대금도 못 받았다.

교동도의 친환경 쌀농가들로선 인천 학교급식 이외엔 사실상 판로가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8년 이래 여러 악재가 농민들을 덮쳤다. 친환경작목반의 한 농민은 “지난해 흉년으로 교동도 친환경 쌀 생산량의 25%가 감소한 데다, 지난해 초엔 코로나19 때문에 학교급식도 중단돼 어려움이 많았다”며 “42명이던 우리 작목반 회원이 18명으로 줄어들 정도로 안 좋은 상황이 이어졌는데, 받아야 할 돈까지 못 받으니 더더욱 농사지을 의욕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쌀값 대금을 못 받은 이들은 교동도 농민들만이 아니다. A업체는 2016년 강화군 A영농조합법인과 거래 뒤 현재까지 쌀값 1,093만6,000원을 지급하지 않은 걸 비롯해, 2017~2018년 강화군 B영농조합법인과 거래 뒤 쌀값 928만원을, 2019년 11월까지 강화군 C업체와 거래 뒤 쌀값 2,466만2,000원을, 2019~2020년 인천 D업체와 거래 뒤 쌀값 1억5,674만7,500원을 미지급 중인 상황이다.

위 금액을 포함해 A업체로부터 농산물 공급 대금을 못 받은 42개 소상공인 업체들의 총 채권액은 39억원에 달한다. 해당 업체들은 ‘인천시 학교급식 채권단(채권단)’을 꾸려 A업체를 지난해 10월 인천지방검찰청에 고소했다. A업체가 지역 내 영농조합법인 및 급식업체들과 돌아가며 거래하면서 사기행각을 벌였다는 게 채권단의 입장이다.

한편 A업체는 지난해 서울회생법원에 간이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A업체 대표 J씨는 지난해 제출한 관리인보고서 요지 송부서에서 “채무자 회사는 지역 내 식자재업체들의 난립에 따른 경쟁심화로 수익성이 하락함에 따라 이를 극복하기 위해 HACCP 인증을 추진했고, 이를 위해 금융기관 대출을 통해 4억원 이상의 시설투자를 집행했다”며 “코로나19 발생으로 매출이 전년 대비 90% 이상 감소했고, 대출원리금과 거래처 구매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러 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됐다”고 기록했다.

그러나 A업체의 이러한 주장은 거짓이라는 게 채권단 측의 입장이다. J씨와 이혼했던 전처는 2019년 9월 농업회사법인 B업체를 설립해 이곳의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채권단에 따르면, A업체는 B업체에 A업체 소유의 농산물 절단기계 및 배송차량을 이전했고, 기존에 A업체와 거래하던 타 식품업체와의 계약권도 B업체로 넘어갔다. 또한 A업체의 총괄이사는 B업체로의 기계 이전을 도왔고, A업체에서 부장 일을 했던 사람이 B업체의 부장으로 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상 합의이혼 뒤 재산분할은 각자의 기여도에 따라 5:5로 하고, 채무 또한 그 비율대로 승계하는 게 일반적이다. 전업주부였기에 별도의 자산이 미약했던 J씨의 전처가 B업체를 설립할 수 있었던 건 J씨가 위장이혼 뒤 자금을 전처에게 도피시켰기에 가능했고, 그 과정에서 채무 이행에 쓰였어야 할 돈마저 쓰였다는 게 채권단 측의 설명이다.

채권단에 참여 중인 한 인천 급식업체 대표는 “농민들이 수년째 받아야 할 돈을 못 받은 상황에서 A업체는 마땅히 채무이행부터 진행해야 했건만, 오히려 위장이혼 등의 수법을 통해 자금을 도피시켰다”며 “A업체와 J씨 등 관계자들의 금융거래사실 제출을 명령해 명확한 자금출처와 그 흐름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 해당 기사에서 쌀값 대금 미지급 업체명을 기존에 'H업체'라 표기함에 따라 지역 내 일부 업체가 오인받아 피해입은 사례가 발생해, 추가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이니셜을 알파벳 순서에 따라 'A업체'로, A업체 대표의 전처가 설립한 업체를 'S업체'에서 'B업체'로 수정했습니다. 혼란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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