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녹용 등쌀에 판로 없는 사슴

국내산 녹용, 가격도 문제지만 소비부진 심각
“수입녹용 과장광고에 사슴농장 사라질 위기”
사슴협, 녹용연구개발사업·FTA피해보전 기대

  • 입력 2021.04.18 18:00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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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지난 13일 경기도 가평군의 한 사슴농장에서 엘크가 농장을 거닐고 있다.
지난 13일 경기도 가평군의 한 사슴농장에서 엘크가 농장을 거닐고 있다.

수입녹용에 설 자리를 잃어가는 사슴농민의 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녹용가격 하락도 문제지만 뚜렷한 판로가 없어 심각한 경영난을 타개할 방법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녹용의 절각철(수확철)은 5월부터 시작된다. 6월에 절정에 달하는 녹용 생산은 7월경 마무리된다. 사슴농민들은 이때 수확한 녹용을 판매해 농장을 경영한다. 절각철을 앞둔 이 시기 즈음엔 시장에 풀린 녹용이 어느정도 소비가 돼야 하는데 올해는 미처 판매하지 못한 녹용이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3일 찾은 경기도 가평군의 한 사슴농장은 지난해 절각철에 2,500냥 이상 생산했는데 그중 70%를 판매한 상태였다. 1냥이 37.5g이니 2.8㎏ 가량의 녹용이 재고로 남은 셈이다.

농장주인 A씨는 “생산한 녹용의 30%도 못 파는 농가도 많다. 다들 사료값 대기도 어려운 형편이다”라고 사정을 전했다. 현장에선 사슴 1마리당 1년 동안 들어가는 생산비는 대략 180만원에서 200만원 정도로 추산한다. 가격 하락에 소비 침체까지 겹치며 생산비만큼의 매출은 ‘그림의 떡’이 되고 말았다.

대다수 사슴농장은 개별적으로 녹용을 판매하고 있다. 녹용의 특징상 소비자들은 직접 농장을 방문해 사슴을 보고 녹용을 구입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그런데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며 농장을 찾는 발걸음이 뚝 끊겼다고 한다.

A씨는 “사슴농장 대부분이 농장주 혼자 사슴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본인 인건비도 건질 수 없으니 사람을 쓸 수가 없다”면서 “대량으로 녹용을 소비하는 건강식품 기업, 한의원, 한약방 등이 다 뉴질랜드나 러시아산 수입녹용을 쓰니 판로가 없는 것이다”고 혀를 찼다. 그러면서 “사슴농민들이 살려면 정부에서 녹용을 수매해야 한다. 그리고 수입녹용의 안전성 등을 엄격하게 검증해 양질의 녹용만 수입하도록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국양토양록농협(조합장 안현구)이 녹용 수매를 매년 진행하고 있지만 전국 사슴농장의 녹용 생산을 품목농협 1곳이 모두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게다가 양토양록농협 역시 판로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수매한 녹용 판매에 차질을 빚고 있다.

양토양록농협 관계자는 “한의사나 홈쇼핑을 동원한 수입산 녹용광고와 비교하면 자금력 등을 따라갈 수가 없다”면서 “녹용을 함유한 제품들을 보면 ‘발만 담궜다가 건진 수준’의 함량미달도 많다. 과장광고가 많은 시장이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400여명의 조합원 중 50% 이상이 70대 이상 고령자다. 농장경영이 적자를 면치 못하니 후계자도 없다. 다른 대안이 없다면 우리나라에서 사슴농장은 사라질 것이다”라고 탄식했다.

한국사슴협회(회장 정환대)는 올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녹용연구개발사업을 받아 녹용의 효능 및 제품개발 연구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슴협회는 3년간 5억5,000만원을 투입하게 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녹용의 효능을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고 새로운 가공제품이 나와 판로확보에 도움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정환대 사슴협회장은 “뉴질랜드와 FTA를 체결한 이후, 사슴산업은 가장 큰 타격을 입었는데 정작 FTA관련 대책이 없다”라며 “지난해엔 청와대에 탄원서도 제출하고 국회와 농식품부를 열심히 찾아다녔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사슴협회가 지난해 FTA 피해보전직불금을 신청했는데 그 결과는 다음달에 나올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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