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비농업 상속인의 농지 불법전용과 농지처분

  • 입력 2021.04.18 18:00
  • 기자명 사동천 홍익대 교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동천 홍익대 교수
사동천 홍익대 교수

 

현행 농지법상 비농업 상속인이 적법하게 상속받은 농지를 타용도로 불법 전용한 경우 관할청은 농지처분을 명할 수 있는가?

비농업 상속인이 적법하게 상속받은 농지를 타용도로 불법 전용한 경우에도 관할청은 농지처분을 명할 수 없다고 본 대법원 2019.2.14. 선고 2017두65357 판결에 대해 논란이 많았다. 현재 농지투기와 관련해 투기자들의 공통 관심사는 농지의 타용도 전용에 있다. 그만큼 투기이익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 판결은 비농업 상속인이 상속농지에 대해 적법한 전용절차를 거치지 않고 공장건물을 건축하자 관할청이 농지법 제10조 제1항 제1호를 근거로 그 처분을 명하고 이행강제금을 부과했는데, 원고는 이에 ‘농지처분의무 통지 취소의 소’를 제기한 사건이다.

제1심판결과 원심판결은 농지법 제10조 제1항 제1호를 근거로 모든 농지는 정당한 사유 없이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지 아니하게 된 경우 농지처분을 명할 수 있다고 봤으나, 대법원은 비농업인이 적법하게 소유할 수 있는 1만㎡ 이하의 상속농지에 대해서는 자경 또는 농업경영에 이용할 의무가 없으므로 농지법 시행령 제9조의 정당한 사유 없이 휴경한 경우에도 농지법 제10조 제1항 제1호에 의한 농지처분의무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파기환송했고, 불합리해 보이는 결과에 대해서는 법 개정을 통해 해결할 것을 주문했다.

원심법원이 그동안의 그릇된 관행에 따른 판결을 답습했다면 불합리해 보일지라도 법치주의에 근거해 법원 본연의 원칙을 준수하겠다는 대법원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판결이다. 비농업 상속인이 1만㎡의 농지를 상속받아 적법하게 소유할 수 있다는 농지법 제6조 제2항 제4호의 규정은 농업경영에 이용할 의무가 면제된다는 점을 전제하지 않으면 규정할 수 없는 내용임에 비춰, 법 해석상 논란의 여지 없는 당연한 귀결이다. 따라서 농업경영에 이용할 의무가 없는 자의 농지에 대해 법적 근거없이 휴경을 이유로 처분을 명한다는 것은 논리모순이다.

혹자는 헌법 제121조 제1항의 경자유전의 원칙을 근거로 헌법을 직접 적용할 수 있다는 견해도 피력할 수 있으나 헌법 제121조 제1항의 경자유전의 원칙은 국가의 책무(노력해야 하며)로 규정하고 있어서 해석상 입법으로 해결할 문제이지 헌법을 직접 적용할 수는 없다. 헌법을 직접 적용하는 경우는 가령 헌법 제121조 제1항 후단에 규정된 ‘소작제의 금지’와 같이 직접명령(금지된다)이 있어야 한다. 이 사건에 대해서 관할청이 취할 수 있는 농지법상의 조치는 동법 제42조 제1항에 따른 원상회복명령과 제2항에 따른 행정대집행, 동법 제57조에 따라 고발할 수 있는 것이 전부일 뿐, 농지처분 자체를 명할 수는 없다.

이 판결은 이농자의 농지소유에도 그 효력이 미친다. 8년 이상 농업경영에 종사한 후 이농한 자도 1만㎡ 이하의 농지를 적법하게 소유할 수 있고, 그 이농자에게는 더 이상 농업경영에 이용할 의무가 부여되지 않는다. 이농자는 더 이상 농업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농지법은 농업인과 비농업인의 농지소유도 차별한다. 가령 1,000㎡ 이상의 농지를 소유하고 자경을 하면 농지법 제2조 제2호에 의해 자동으로 농업인이 되는데, 1,000㎡ 이상 1만㎡ 이하의 농지를 상속받은 상속인은 농업에 종사하든 그렇지 않든 경작의무가 면제된다. 그러나 1만㎡ 이상을 상속받은 자는 농업경영에 종사하지 않으면 1만㎡를 넘는 농지를 처분해야 하기 때문에, 이 경우 휴경을 이유로 농지법 제10조 제1항 제1호에 의해 농지처분의무를 부여받게 된다.

1만㎡를 넘는 상속농지, 귀농 8년 이내 농업생산에 사용된 농지는 휴경을 이유로 농지처분 대상이 되지만, 1만㎡ 이하의 비농업인 소유농지는 휴경을 이유로 처분을 명할 수 없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형평에 반한다고도 볼 수 있다.

어쨌든 이 사건에 있어서와 같이 합법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 비농업인의 농지에 대해 휴경 이유가 아니라 불법전용을 이유로 농지처분을 명하는 규정이 없다는 점은 아쉽다. 그 불합리성에 비춰 보면 농지의 불법전용의 경우, 원상회복이나 행정대집행 외에 농지 자체의 처분명령을 규정하더라도 모순되지 않고, 오히려 헌법상 경자유전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할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