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의원선거 개입 비판이 ‘천인공노할 만행?’

  • 입력 2021.04.18 18:00
  • 기자명 이대열 충남 예산군 송산리 이장(전 예산군농민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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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열 충남 예산군 송산리 이장(전 예산군농민회장)]

충남 예산군 삽교농협(조합장 김종래)은 지난해 8월 농협의 육묘사업과 경쟁관계에 있는 업종이라는 이유로 이사 한 사람을 해임했다. 또 영농회장을 포기했다는 이유로 이장과 대의원을 겸하고 있던 4개 마을의 대의원을 해임하는 안과 삽교읍이장협의회(이장협의회)에 속한 28개 동네 이장의 조합원 자격을 박탈하는 안을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의결했다.

이에 이장협의회는 갑질 조합장 성토 집회를 열고 농림축산식품부에 감사를 청원하는 한편 부당해임에 대한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후 삽교농협 조합장과 동료이사의 해임에 동참한 이사들이 합의문을 만들어 봉합하게 된 과정은 조합원의 이익이나 협동조합의 정체성, 민주적인 의사결정과는 거리가 멀다. 자신들이 대의원총회에서 통과시킨 이사와 대의원, 조합원 자격에 대한 결정을 스스로 번복하고 삽교농협 이사들이 이장 회의에 나와서 사과를 한 것에서 알 수 있다.

삽교농협은 여러 논란에도 이른바 조합장 권력 지키기에 골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장협의회 사무국장을 맡아 이장의 권익을 앞장서 대변한 윤신구 사무국장의 이장 임기가 종료되는 것을 기회로 이장 선거에 개입하는 것은 물론 대의원선거에 대한 개입은 도를 넘는 수준이다.

그동안 삽교농협 대의원은 마을마다 대동회나 개발위원회를 통해 마을에서 선출한 대의원이 선출 시기에 등록해 대의원직을 수행해왔다. 김종래 조합장의 대의원후보자 낙점과 일부 임직원을 통한 대의원선거 개입은 삽교읍에서 처음으로 8개 마을에서 복수의 후보가 등록해 5개 마을에서 경선으로 치러지는 일로 이어졌다.

대의원은 1년에 2회 정도 모여서 조합원을 대신해 이·감사를 선임하고 예·결산을 처리하는 등 총회에 위임된 주요 업무의 최종결정을 하는 임무와 권한을 가지고 있다. 삽교농협 입장에서는 대의원총회에서 조합장에 우호적인 사람들로 수적 우위를 차지하고 싶은 욕심은 당연할 수 있다. 그래서 협동조합은 민주적으로 운영돼야 하는 대원칙을 갖고 있다.

그러나 조합원을 대신한 대의원총회의 모습은 진지한 토론이나 격의 없는 대화와는 거리가 있다. 대개 오전 10시나 10시 반에 시작해 지역사회의 유지인 읍·면장과 군의원 등을 소개하고 인사말을 듣고 농협 발전에 공이 있는 사람을 시상하고 나면 시간적으로 실질적인 안건 토의는 어쩌면 사족에 불과한 경우가 많은 게 사실이다.

토의가 길어질라치면 어김없이 점심때가 됐으니 밥 먹고 하자고 하고 동의가 나오면 분위기가 토론이나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을 못마땅하게 여기게 된다.

대개 일사천리로 진행하기 위해 사전에 동의자를 물색해서 동의를 부탁하고, 그 뒤부터는 조합장에 우호적인 대의원들이 알아서 재청하게 돼 말만 협동조합이지 일반적으로 주식회사의 주총과 다를 바 없는 행태를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삽교농협에서 지난해 8월에 조합원에게 보낸 핸드폰 문자메시지와 지난 3월 11월부터 24일까지 2주 동안 삽교농협 앞에서 내가 1인시위를 하며 목에 걸었던 구호는 삽교농협이 조합장 권력 지키기에 올인하는 저간의 사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삽교농협은 지난해 8월 “존경하는 조합원님! … 삽교 관할 이장 몇 분이 그간 조합원님들의 피와 땀이 서린 삽교농협을 무너뜨리려고 데모를 하고 집회를 … 저들의 각종 불법 유언비어·현수막 등에 속지 마시고 … 전 조합원님과 임직원은 저들의 천인공노할 만행에도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겠습니다”라는 문자를 보냈고, 난 “삽교농협 조합장 농민신문 이사 김종래는 대의원 낙점과 대의원선거 개입을 중단하라”는 구호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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