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농지는 ‘농사짓는 곳’이건만

  • 입력 2021.04.11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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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농지는 ‘농사짓는 곳’이다. 이건 만국 공통의 상식이다. 그러나 그 상식은 2021년 현재 대한민국에선 통용되지 않는다.

2021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농지 이용 목적은 둘 중 하나다. ‘투기대상’이거나, ‘태양광 설치할 곳’이거나. 정작 농지의 주인이어야 할 농민들 대다수에겐 땅이 없다.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농지는 더 이상 ‘농사짓는 곳’이 아니라 투기대상이거나 태양광 부지이고, 농민에겐 땅이 없다? 그럼 농지에서 만들어져야 할 먹거리는 어디서 만들라고?

정부에서, 정치권에서, 언론에서 해답으로 거론하는 게 식물공장이다. 요즘 부쩍 식물공장에 대한 언론의 찬양 기사가 늘었다. 유력 정치인들의 식물공장 방문도 잦다. 이들은 식물공장이 ‘안전한 먹거리를 기후나 미세먼지와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미래농업의 대안이라고 한목소리로 찬양한다.

지금처럼 이 땅 한반도의 농지를 ‘농사짓는 땅’으로서가 아니라 투기 용도로 쓰고, 굳이 법까지 고치려 하며 농지를 태양광으로 덮어 버리려는 상황에서, 식물공장을 과도할 정도로 언론과 정치권이 찬양해 마지않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

어차피 농지는 더 이상 ‘농사짓는 땅’이 아니고 다른 용도로 쓸 거니까, 기후위기 상황에선 농지에서의 농산물 생산도 어려우니까, 농지에서 재배하던 먹거리는 식물공장에서 대량생산하면 된다, 이렇게 생각하는 위정자들이 과연 한두 명일까?

지난달 말 경북 상주에선 현장 농민들과 연구자들이 모여 기후위기 상황에서의 탄소 저감 농법을 위한 공동연구를 시작하기로 했다. 연구의 무대는 당연히 ‘농지’이다. 식물공장이니, 아열대 작물 재배 확대니 하며 기후위기에 ‘적응’하는 방법만 정부 당국이 찾는 와중에, 농민들은 농토 위에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방법을 찾고자 노력 중이다.

지금도 식물공장 예찬론을 쏟아내는 언론과 정치인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그만 좀 해라. 식물공장만으로 미래농업을 구상하지 말라. 농지는 ‘농사짓는 곳’이어야 한다. 기후위기에 속편히 ‘적응’할 생각만 하지 말라. 현장 농민들과 함께 농지에서 기후위기 ‘극복’ 방안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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