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협박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요즘 시기

  • 입력 2021.04.11 18:00
  • 기자명 김순재 동읍농협 전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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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재 전 창원 동읍농협 조합장
김순재 전 창원 동읍농협 조합장

 

국내에서 그리 흥행하지는 못했지만 영화 ‘계백’ 중 신라 침공에 대비하던 계백 장군이 호의호식하던 백제 귀족들에게 황산벌 전투에 내보낼 “군사를 내놓을래? 아니면 지금 내 칼에 죽을래?”라고 협박하는 장면을 보면서 씁쓸하게 웃었던 기억이 있다.

난중일기를 비롯해 이순신 장군과 관련한 여러 소설들을 종합해 보면 ‘명량해전’에서 두려움이 앞서 싸우지 않고 머뭇거리던 안위에게 이순신 장군은 “여기서 나한테 죽을래? 아니면 나가서 싸우다 죽을래?”라고 호통치는 내용이 있다. 또 백제가 어려워지고 망한 책임은 임금이었던 의자왕과 의자왕을 그리되도록 한 귀족들에게 있었고, 조선이 일본을 불러들인 임진왜란의 뿌리에는 임금인 선조의 무능과 파당 짓기에만 능했던 신료들에게 있었듯이 위태로워지는 일에는 반드시 그 원인이 있다.

천년의 시차가 있지만 나라의 명운을 건 중과부적의 두 싸움에서 계백은 황산벌 전투에서 패해 나라가 망했고, 이순신은 이겨서 겨우 나라를 지켜냈지만 두 장군은 최선의 노력으로 전투를 치렀고 결국 전사했음에도 여러 일에 귀감이 되고 있다.

농사를 30년 넘게 짓고, 두 아들까지 농사를 지으면서 자기 기반을 다져 가는 요즘은 나이가 들어가는 까닭인지 농정을 보면 왠지 씁쓸한 생각들이 많이 든다. 주변에서는 두 아들이 각각의 기반을 만들었고 만들어가는 것을 보고 ‘대단하다, 부럽다’라고 이야기 하지만 당사자인 아버지로서는 정책에서 홀대를 받으며 농사를 지어 나갈 아들들이 안쓰럽기도 하다. 늘 위기의식을 느끼면서 직업으로서의 농업을 즐기지 못하고 살아온 까닭인지, 혹시 농업 계통의 학교를 다니는 딸까지 농사에 뛰어들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도 있다. 큰 아들이 혼인해 독립 경영을 하고 둘째 아들 또한 곧 독립 경영을 앞둔 시기, 경험에 비춰 앞을 예측해보면 농업 노동은 오롯이 그들의 몫이라고 해도 생산비와 판매에 있어서는 농민 외의 공조직들이 지원을 하는 것이 마땅함에도 현실적인 노력들이 미미한 것으로 보여 억울한 느낌이 들 때도 많다.

시·군 농업기술센터와 농협, 농촌진흥청과 한국농어촌공사 및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과 같은 조직들이 현장의 생산자들에게 ‘존재감을 느끼는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농업 관련 조직으로서 ‘이름만 걸치고 있는지?’ 짜증이 날 정도다.

이러한 조직들에 사소한 불편이라도 건의를 하면 돌아오는 대부분의 답변은 ‘비용이 없어 안 된다’거나 ‘규정이 허락하지 않아서 안 된다’는 것들이다. 그러면서도 그 조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상당히 안정된 위치를 누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니 농업 종사자로서 괴리감을 자주 느끼기도 한다.

앞선 다섯 조직들은 농민이 있어 존재하는데 그 조직 종사자들에게선 어째 농민의 숫자가 더 줄어들기를 바란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농민의 수와 농업의 생산성을 참고하면, 실제 관리해야 하는 농가의 수는 농업 관련 위 다섯 조직의 구성원에 비하면 그리 많지가 않다. 농업 관련 다섯 조직은 사회 구성원의 한 조직인 농업과 농민을 사업 대상으로 하면서 일상에서는 공유를 위한 논의 구조도 갖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시·군 농업기술센터·농협·농촌진흥청·한국농어촌공사·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협박이라도 하고 싶다.

“너희들 조직 해산당할래? 아니면 집중 민원 넣기로 시달림당할래? 아니면 제대로 일할래?”

대개 농민들이 독립된 경영체를 운영하는 까닭에, 자기 자신의 생존이 급해 농업 지원을 위한 공조직들에 무관심해 보이니까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농업기술센터의 교육들은 왜 하는지도 모르겠고, 농협의 금리와 농자재는 여전히 시중보다 높으며, 한국농어촌공사는 늘 예산 타령이고, 농촌은 몰락해가고 있는데 농촌진흥청 관련 기관들은 건물만 웅대해지고, 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일상에서 꼴도 볼 수도 없으니 답답하다.

위 다섯 조직은 정리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칼을 빼서 협박할 시기도 아니니 법적 조정이 필요하다. 공조직들이 너무 비대해졌고 또 게으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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