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싸다고 한 게 애터지요!”

국내 최대 양파 주산지 전남 무안서 조생양파 수확 시작

  • 입력 2021.04.11 18:00
  • 기자명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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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대 양파 주산지 전남 무안에서 조생양파 수확이 시작된 가운데 지난 6일 청계면 강정리 들녘에서 이행순씨와 여성농민들이 양파를 붉은 망에 담고 있다.
전국 최대 양파 주산지 전남 무안에서 조생양파 수확이 시작된 가운데 지난 6일 청계면 강정리 들녘에서 이행순씨와 여성농민들이 양파를 붉은 망에 담고 있다.
청계면 구로리 양파밭에서 정기남씨가 겨우내 밭을 뒤덮고 있던 비닐을 걷어내고 있다.
청계면 구로리 양파밭에서 정기남씨가 겨우내 밭을 뒤덮고 있던 비닐을 걷어내고 있다.
태국에서 온 외국인노동자들이 양파를 수확하고 있다.
태국에서 온 외국인노동자들이 양파를 수확하고 있다.
한 여성농민이 12kg 망에 양파를 담고 있다.
한 여성농민이 12kg 망에 양파를 담고 있다.
유통상인들이 밭에서 1톤 트럭에 싣고 온 양파를 5톤 트럭으로 옮기고 있다.
유통상인들이 밭에서 1톤 트럭에 싣고 온 양파를 5톤 트럭으로 옮기고 있다.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한눈에 보기에도 탐스런, 주먹만한 크기의 양파가 밭고랑마다 수두룩하게 쌓여 있다. 붉은 망에 담기 위해 전날 밭에서 미리 캐내 줄기를 잘라놓은 양파다. 밭고랑 사이를 일방석에 앉아 밀어가며 양파를 망에 담는 여성농민들의 분주한 손길에 지나온 자리마다 양파가 가득 담긴 12kg짜리 붉은 망이 곳곳에 놓여 있다. 국내 최대의 양파 주산지 전남 무안에서도 이른(조생) 양파가 제일 먼저 나오는 청계면 강정리의 한 들녘에서 지난 6일 양파 수확이 시작됐다.

“이것 보소. 양파가 큼직큼직한 게 농사가 잘 됐는디 서울서 (값이) 싸다고 한 게 애터지요. 값이 좋을 때 팔라고 돌아댕기던 상인들도 적자라고 아예 안 와부요. 이제 시작인디 값이 없으면 어떡한다요. 한 망에 좋은 놈만 골라 담아도 2만원도 안 나온디…. 그렇다고 그냥 놔둘 수 없응게 일단 해 보는 거제.”

이날 양파 수확에 나선 이행순(68)씨는 크기별로 양파를 골라 망에 담으면서도 ‘값이 없다’는 소식에 속이 시끄러운 듯 표정이 밝지 않았다. 앞으로 보름여 동안 8,000여 평에 심은 양파를 차례로 캘 생각에 조바심도 나거니와 이른 양파의 초기 시세가 지난해 10월부터 지금까지의 온갖 수고로운 노동의 대가를 좌지우지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값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씨는 “작업 시작하면 한동안 꼼짝마여. 어디도 못 가. 사람 맞춰놓고 날마다 작업이여. 인건비가 많이 들어간께 무엇보다 값이 좋아라여”라며 현재 1,000원대에 턱걸이하고 있는 양파 가격에 근심스런 속내를 드러냈다.

같은 날 인근의 구로리에서 양파 수확에 나선 정기남(71)씨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한 마지기당 200만원대에 밭떼기(포전거래)를 한 정씨는 “지금 상인들이 5톤 트럭 한 차에 양파를 싣고 가면 400만원은 그대로 밑진다고 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실제로 밭떼기 거래가 이뤄진 지난달 중순보다 양파 가격이 많이 하락해 상인들로서도 난감한 상황이다.

정씨와 거래한 상인 또한 “어제부터 작업을 시작했는데 시세가 별로다. 한 단에 3,000원대, 망은 킬로그램당 1,100~1,400원 정도”라며 “일할 사람이 없어 인건비는 계속 오르는데 값이 없으니 걱정이다. 보통 망 작업까지 함께 하지만 코로나로 외국인들이 못 들어오면서 인력이 부족해 잎양파로 시장에 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외국인노동자들이 양파를 캔 자리에서 겨우내 밭을 덮고 있던 비닐을 걷어내던 정씨는 “신문에 낸다고 값이 오를 일도 아니지만 농촌 현장이 어떤지는 알려야지. 조생양파 값이 없으면 오뉴월 중만생 양파 수확 땐 더 난리날 것”이라며 “양파가 본격적으로 쏟아져 나오기 전에 정부가 대책을 미리 세워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농사경력 40여 년, 바다와 맞닿은 청계면의 비탈진 밭에 기대어 양파를 키우며 일평생 삶을 일궈온 농민들의 우려는 ‘값이 없다’는 소식과 더불어 상인들의 뚝 끊긴 발걸음에서 더욱 깊어가고 있었다. 올해 전국에서 출하되는 양파 가격의 척도라고도 할 수 있는 전남 무안 조생양파의 값이 곧 모든 양파 재배 농가의 일 년 소득과 직결된다는 것을 알기에 농민들의 ‘애터지는’ 심정이 오롯이 정책당국에 가닿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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