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낮은 곡물자급률, 결국 위기 불렀다

  • 입력 2021.04.04 18:00
  • 기자명 홍기원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국제 곡물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며 이미 오른 사료가격이 하반기에 다시 상승할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사료가격은 인건비와 함께 생산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 축산농민들의 생산부담이 가파르게 높아질 예정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식량위기는 이제부터가 시작인 모양이다.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 초기를 돌아보면 식량위기에 대한 관심은 높았지만 ‘설마’하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지난해 나온 국제곡물유통에 대한 분석을 보면 한결같이 주요 곡물의 수급 상황이 전반적으로 양호하다고 내다봤다.

농산물시장정보시스템(AMIS)의 시장모니터 5월호를 보면 핵심적인 사료 원료인 옥수수의 2019/2020년도 생산량은 11억4,000만톤으로 전년대비 약 2% 증가할 걸로 전망했다. FAO 세계식량가격지수도 지난해 1월 102.5포인트에서 3월 95.1포인트로 내려갔으며 5월엔 91포인트로 하향세를 보였다.

그러나 중국이 지난해 9월부터 옥수수를 대량 수입하며 국제시세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지난해 6월 톤당 196달러 수준이던 옥수수 국제시세는 지난달 무렵엔 290달러대로 치솟았다. FAO 세계식량가격지수는 9개월 연속 상승해 지난 2월 116포인트를 기록했다.

주요 곡물 수출국이 홍수와 가뭄 등 이상기후로 생산에 차질을 빚으며 식량위기는 어느새 현실로 찾아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가 내놓은 4월 국제곡물 관측을 보면 지난달 수입사료원료 가격지수(원화 기준)는 98.9로 전월 대비 14.4%나 상승했다. 농경연은 상승 원인으로 팜박, 주정박, 채종박, 우지 등 사료 부원료 수입단가의 상승세를 꼽았다.

우리나라는 2019년 기준 옥수수 자급률이 고작 3.5%에 불과하다. 막상 시작된 식량위기 앞에 속수무책인 이유다. 식량은 공산품처럼 급하게 찍어낼 수 없다. 그래서 위기가 오기 전에 대비해야 했다.

농식품부는 낮은 곡물자급률로 식량주권이 흔들린다는 경고가 있을 때마다 자급률 제고에 노력하고 있다는 말만 앞세웠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했을 때조차 식량위기가 당장 닥치진 않을 것이라 낙관했다.

그 대가는 축산농민들이 급등하는 사료가격으로 고스란히 부담하게 됐다. 아니, 요동치는 국제곡물가격은 머지않아 국민 일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