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수의매매, 제 기능을 찾아라

신유통연 정가·수의매매 개선안

인식전환·제도개선 등 과제제시

거래제도 다양화 한 갈래 돼야

  • 입력 2021.04.04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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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농식품신유통연구원이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의뢰로 정가·수의매매 개선 방안을 연구·발표했다. 한승호 기자
농식품신유통연구원이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의뢰로 정가·수의매매 개선 방안을 연구·발표했다. 한승호 기자

농식품신유통연구원(원장 김동환, 신유통연)이 지난달 31일 ‘가락시장 청과부류 정가·수의매매 거래실태 분석 및 개선방안 도출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사장 김경호)의 의뢰를 받은 것으로, 현행 정가·수의매매의 문제점과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정가·수의매매는 경매와 달리 도매법인이 출하자-중도매인 사이에서 물량과 가격을 조율하는 거래방식이다. 가격 급등락과 유통비효율 등 경매제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2012년부터 농림축산식품부가 중점적으로 지원하며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하지만 정가·수의매매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건 이미 명료한 사실이다. 취지대로 사전에 물량·가격 조율이 이뤄지지 못하고 대부분 당일 경매물량 일부를 선취해 거래되는가 하면, 중도매인이 수집해온 물량을 ‘기록상장’하는 탈법의 도구로 활용되기 일쑤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가락시장 도매법인들의 국산농산물 정가·수의매매 비중은 11.9%에 불과하고 수입농산물 정가·수의매매 비중이 70.6%로 압도적이다. 수입농산물은 대개 통관 시점에서 가격수준이 정해져 굳이 정가·수의매매를 거칠 필요가 없는 물량들이다.

국산농산물 또한 큰 의미가 없다. 실적 자체도 적은 데다 경매가격을 참조해 가격을 결정하는 일이 일반적이며, 이번 연구에선 정가·수의매매의 가격안정성이 오히려 경매보다 불안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지역 도매시장까지 시야를 넓히면, 가락시장 낙찰물량을 전송받아 다시 정가·수의거래함으로써 수입농산물과 똑같은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신유통연이 밝힌 정가·수의매매의 비활성 원인은 복합적이다. 영세한 중도매인들은 정가·수의매매에 대한 인식과 의지가 부족하고 출하자는 아직 조직화가 미흡하다. 대형마트 같은 안정적인 구매자는 굳이 정가·수의매매를 통하지 않아도 효율 좋은 독자적 조달 경로를 구축하고 있다.

무엇보다 도매법인들이 미온적이다. 정가·수의매매를 확대하려면 인력·자본 투입이 필수적인데 업무구조와 수익구조가 모두 경매제를 중심으로 안정돼 있어 투자의 이점이 없는 입장이다. 보고서에선 정부 목표치인 정가·수의매매 비중 20%를 ‘정상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도매법인별로 평균 12~28명의 경매사 충원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신유통연은 문제 해결을 위해 다각적인 개선안을 제안했다. 우선 ‘정가·수의매매’라는 용어를 ‘수의매매’ 또는 ‘상대매매’로, 그 실무자인 ‘경매사’를 ‘농산물 판매관리사’로 바꿔 거래의 현실성과 경매사의 업무 범주를 다잡을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불법거래 처벌 강화, 가격 협상과정 기록의무 강화 등의 필요성도 덧붙였다.

한편으론 정가·수의매매에 대한 정부의 획일적 목표 설정이 현장의 편법적·파행적 행태를 조장했다고 지적, 현실 여건을 고려해 자연적 정착을 유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도매법인의 적극적인 투자, 중도매인들의 인식 전환, 출하자 산지조직 강화 등 각 주체들에게도 과제를 던졌다.

특히 정책이 정가·수의매매를 도매시장 거래제도 다양화의 수단으로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가·수의매매에서 편법 거래되고 있는 품목들을 상장예외품목으로 지정하는 등, 경매제 일변도인 도매시장에서 상장예외거래와 시장도매인제 같은 대안적 거래제도를 적극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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