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농지관리 개선방안’ 미봉책에 불과하다

  • 입력 2021.04.04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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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9년 농지개혁 이후 지금처럼 농지 문제가 국민적 관심사가 되기는 처음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농지 투기 사태로 촉발됐지만, 농지 투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만연한 문제였다. 오늘의 사태는 1994년 농지법 제정 이후 개악을 거듭해 농지법을 누더기로 만든 정부와 정치권에 그 책임이 있다. 결국 부동산 투기 문제가 문재인정부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 정부와 여당에서는 연일 각종 부동산 투기 방지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역시 지난달 29일 ‘농지투기 방지를 위한 농지관리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그런데 농식품부의 발표는 농지 문제의 근본 문제에 접근하지 못했다. 당장 발등의 불을 끄려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농지 문제의 근본은 ‘농지는 농사짓는 데 이용돼야 한다’는 점이다. 즉 농지는 농사짓는 농민이 소유해야 한다는 헌법 121조 경자유전의 원칙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의 대책은 이러한 근본 문제에 한참 부족하다. 농지취득 절차를 다소 강화하고, 위법한 경우 처벌을 강화한다고 농지 투기가 근절될 수 없다. 그리고 정부의 대책은 앞으로 취득할 농지에만 한정된 것이 큰 문제다. 이미 농지에 온갖 불법이 만연된 상황을 묵인하고 있다. 일례로 올해부터 임차농지에 직불금을 신청하려면 임대차계약서를 반드시 첨부해야 한다. 그러자 지난해까지 의무제출에 유예기간을 둬 직불금을 받았던 임차농지가 올해는 임대차계약서를 받지 못해 직불금을 못 받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농지가 정상적으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다.

농민단체와 본지는 꾸준히 전면적인 농지실태조사를 촉구해 왔다. 정밀한 실태를 파악해 위법하게 소유하거나 이용되는 농지를 찾아내서 현행법이라도 엄격하게 적용하라는 것이다. 진작에 전면적 실태조사를 했다면 오늘의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밀한 실태조사 없이는 어떠한 대책도 실효성을 가질 수 없다.

이번 정부 대책에는 부재지주가 증가하는 가장 큰 이유인 상속농지와 이농민 소유 농지에 대한 문제도 언급이 없다. 아울러 직불금 부당수령, 불법 임대차의 근원인 8년 자경 농지의 양도세 감면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대책도 없다. 그리고 정부의 대책이 효과를 거두려면 철저한 사후관리가 뒤따라야 한다. 일부에서는 농지관리청을 신설해 농지관리를 일원화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어떠한 형태든 농지관리를 철저히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의 구조에서 사후관리를 철저히 하겠다는 것은 빈말에 불과하다. 사후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것은 농지법을 개정할 때마다 정부에서 밝혀왔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농민들이 체감하기에 농지는 전혀 관리되지 않고 있다. 정부에서 3년에 한 번씩 농지 실태조사를 한다지만 현장에서 조사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고 면사무소 책상 위에서 이뤄지고 있는 게 현실 아닌가.

이번 기회에 농지법을 제정하는 수준으로 전면 개정할 것을 촉구한다. 농지는 농사짓는 용도 이외는 사용할 수 없고, 경자유전 실현이라는 원칙을 철저히 투영해 농지법을 개정해야 한다. 그리고 상시로 농지를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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