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농정 판 뒤엎을 10만 농민 총궐기를 선포한다!”

농민의길, 전국 동시다발 투쟁 선포대회 및 국회 앞 기자회견 개최

  • 입력 2021.04.01 17:54
  • 수정 2021.04.01 18:29
  • 기자명 장수지·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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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한우준 기자]

지난달 31일 전국적인 총궐기 선언과 더불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는 농민의길 단체 대표들이 모여 11월 ‘10만 농민 총궐기 투쟁’을 결의했다.
지난달 31일 전국적인 총궐기 선언과 더불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는 농민의길 단체 대표들이 모여 11월 ‘10만 농민 총궐기 투쟁’을 결의했다.

지난달 31일 전국적인 총궐기 선언과 더불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는 농민단체 대표들이 모여 문재인정부의 농정 실패를 규탄하고 11월 ‘10만 농민 총궐기 투쟁’을 결의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 가톨릭농민회, 전국친환경농업인협합회(친농연), 전국쌀생산자협회(쌀협회), 전국양파생산자협회(양파협회) 등 농민의길 단체 대표들은 △농민기본법 제정을 통한 공공농업 실현 △농지 소유·이용 전수조사 실시 △농산물 공공수급제 도입 및 유통 공공성 강화 △농촌파괴 신재생에너지 사업 전면 거부 △식량위기 대응을 위한 농업재해보상법 제정 △농민수당 법제화 및 농촌 주민 기본권 보장 등을 촉구했다.

농민의길 상임대표인 박흥식 전농 의장은 “코로나19로 국민 모두가 식량 주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지금의 총궐기 선포는 국민의 먹거리를 지속가능하고 안전하게 담보하기 위함이다”라며 “지금 이 순간 전국 50여곳에서 투쟁 선포식을 개최 중이이다. 우리 10만 농민들은 오는 11월 총궐기를 통해 농정의 틀을 바꾸고 농업·농촌을 살려내겠다”고 말했다.

이어 남종우 양파협회장은 “같은 농산물이라도 A·B 도매시장에 따라 가격 차이가 12배 가까이 나고, 농산물 경매의 60%는 1초 만에 가격이 결정되는 ‘뚝딱경매’다”라며 “상호 경쟁으로 가격을 결정해야 하는데 도매시장은 수수료 챙기기에만 급급하고 자신들 배만 불리는 형국이다. 농민에게 생산비를 보장하는 유통 혁신을 위해 국가수매제 도입과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위한 농안법 개정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영동 쌀협회 회장과 전양배 친농연 부회장은 4차 재난지원금과 가짜 농민·농지 문제, 농촌파괴형 신재생에너지를 규탄하며 “자본의 투기대상으로 전락한 농지는 농업 생산의 기반임을 명심해야 한다. 식량주권 확보를 위해 농지를 보전해야 하고 이를 위해 무분별한 풍력·태양광은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고 전했다.

또 양옥희 전여농 회장은 “이게 나라냐!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 앞이 1년 열두 달 내내 난투장과 다름없다”고 개탄했다. 이어 “농작물재해보험은 지금과 같은 민간 운영 방식으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라며 “운영사 손익과 상관없이 농작물재해보험이 운영되도록 농업재해보상법을 제정해 공공성을 강화하고 국민 먹거리를 위협하는 재해에 대한 국가 책임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농민 대표들은 “더 이상의 땜질식 농정 전환은 용납할 수 없다”며 “오는 11월 10만 농민이 모여 총궐기를 반드시 성사시키고 신자유주의 농정을 폐지하는 역사적 전환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지난달 31일 충북 괴산군 괴산군청 앞에서 ‘전국 시·군 동시다발 농민투쟁선포대회’를 연 전국농민회총연맹 괴산군농민회 회원들이 트랙터에 ‘투기농지 몰수’, ‘농민기본법 제정’ 등을 촉구하는 깃발을 매달고 문광면의 한 들녘까지 행진한 뒤 모내기를 앞둔 논을 갈아엎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달 31일 충북 괴산군 괴산군청 앞에서 ‘전국 시·군 동시다발 농민투쟁선포대회’를 연 전국농민회총연맹 괴산군농민회 회원들이 트랙터에 ‘투기농지 몰수’, ‘농민기본법 제정’ 등을 촉구하는 깃발을 매달고 문광면의 한 들녘까지 행진한 뒤 모내기를 앞둔 논을 갈아엎고 있다. 한승호 기자

“농민이 직접 판 뒤집겠다” 괴산농민들의 총궐기 선언

서울에서 농민의길 대표자들이 10만 현장농민의 동참을 이끌어내겠다고 다짐하던 지난달 31일, 전국적으로 40개가 넘는 시·군의 농민회들도 같은 시각 저마다 크고 작게 모여 결의를 다졌다. 곧 다가올 농번기를 맞아 영농발대식을 함께 진행하기도 하고, 스스로 결의를 다지기 위해 트랙터나 농업용트럭을 앞세운 행진이 곁들여지기도 했다.

그 가운데 충청북도 괴산군에선 군청에 8대의 트랙터를 가져온 농민 십여 명이 투쟁선언을 위한 조촐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특이점이라면 이런 장소에는 보통 잘 나타나지 않는 군수(이차영 괴산군수)가 등장해 농민들을 응원하고 격려했다는 점 정도다. 농민들이 투쟁을 다짐하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가 김수응 괴산군농민회장의 힘 있는 목소리로 이어진다.

“작년 농사 어땠습니까. 봄에는 냉해보고 여름엔 역대 가장 큰 장마가 내리더니 가을엔 태풍이 왔습니다. 무엇보다 코로나19도 있었습니다. 농민보다 피해를 많이 본 사람이 있답니까. 그럼에도 이 정부는 농민들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이 바쁜 시기 우리가 나온 건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입니다.”

“농업정책을 농민의 것으로 돌려줘야 한다. 현장과 소통하지 않은 농정은 죽은 농정이다. 더 이상 이런 농정을 감내하기엔 농촌현장이 너무 피폐해져 있다. 4년 전 촛불의 요구였던 농정 적폐 청산을 시도도 하지 못하고 도리어 적폐에 더 힘을 실어주는 문재인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 그리고 이제 농민들이 직접 판을 뒤집을 것임을 오늘 선언한다. 우리는 4차 재난지원금에서 농민이 배재된 것을 규탄하며, 공공농업 실현을 위한 11월 농민 총궐기를 성사시켜 내고…”

농민회가 직접 작성한 투쟁선언문 낭독을 끝으로 기자회견이 끝나고, 농민들은 군청에 가져온 트랙터 8대를 앞세워 5km 남짓의 거리행진을 시작했다. 농업·농촌이 쇠락한 현실속에 이제 농민들에게 환호를 보내거나 적어도 겉으로 관심을 내보이는 사람들은 없다시피 하지만, 농민들은 꿋꿋하게 느린 트랙터를 몰며 읍내를 빠져나가 문광면의 한 논에 도착했다.

아직 갈지 않은 논에 트랙터를 내린 농민들은 이윽고 로터베이터를 가동시켜 땅바닥을 갈아엎는다. 11월 상경투쟁으로 농정의 판을 갈아엎겠다는 계획을 함축한 상징의식이자, 농민들 스스로 마음을 다잡기 위한 결의의 의식이기도 하다.

“10년, 20년 전에도, 결의하고 나서 이렇게 논을 갈곤 했었죠. 지금은 빈 논을 갈고 있지만 그 때는 벼가 서 있는 논을 갈아버리기도 했어요. 남자들이 논을 갈면 어머니들은 차마 못 보겠다며 울고 있고, 그런 기억이 나네요.”

이제 대부분 노인이 돼버린 참가 농민들 가운데 유일하게 젊은 청년으로 보이는 한 사람이 눈에 띈다. 대를 이어 농사와 농민운동에 뛰어든 이준규 괴산군농민회 사무국장은 논바닥을 갈아엎는 트랙터를 배경으로 자신이 다 자란 성인이 될 때까지도 끝나지 않고 있는 농민들의 투쟁을 착잡하게 설명했다. ‘이미 공정과 불공정의 문제를 따지는 수준을 벗어난 게 바로 우리 농민들이 처한 현실’이라는 그 요약에 오는 11월 10만 농민 총궐기에 임하는 농민들의 심정이 비쳐 보인다.

지난달 31일 충북 괴산군 괴산군청 앞에서 ‘전국 시·군 동시다발 농민투쟁선포대회’를 연 전국농민회총연맹 괴산군농민회 회원들이 트랙터 등에 ‘투기농지 몰수’, ‘농민기본법 제정’ 등을 촉구하는 깃발을 매달고 시내를 행진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달 31일 충북 괴산군 괴산군청 앞에서 ‘전국 시·군 동시다발 농민투쟁선포대회’를 연 전국농민회총연맹 괴산군농민회 회원들이 트랙터 등에 ‘투기농지 몰수’, ‘농민기본법 제정’ 등을 촉구하는 깃발을 매달고 시내를 행진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달 31일 전국농민회총연맹 괴산군농민회 회원들이 충북 괴산군 괴산군청 앞에서 ‘전국 시·군 동시다발 농민투쟁선포대회’를 열고 농민기본법 제정 등을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달 31일 전국농민회총연맹 괴산군농민회 회원들이 충북 괴산군 괴산군청 앞에서 ‘전국 시·군 동시다발 농민투쟁선포대회’를 열고 농민기본법 제정 등을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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