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LH 곁에 NH

  • 입력 2021.03.28 18:00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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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전사적인 꽃소비 촉진 캠페인을 통한 화훼농가 지원, 345만여 학생 가정에 친환경 농산물 식재료 공급, 농업재해 피해복구에 7,730억원의 무이자자금 투입, 농촌 인력 154만명 중개, AI 재해자금 450억원 지원.

지난 23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업무현황보고에서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농협도 우리 농업인들의 어려움을 덜어드리는데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공개한 범농협의 지난해 사업 결과 수치들이다.

하지만 이 회장의 인사말에선 최근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LH 직원들의 농지 투기에 있어 북시흥농협에 대출이 집중된 이유에 대한 해명은 단 한 마디도 없었다. 국민들이 북시흥농협 대출에 의혹의 눈초리를 겨누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적어도 현황 파악 경과와 그 결과에 대한 해명이 필요했다.

첫 질의에 나선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이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하냐”고 묻자 이 회장은 “언론보도를 통해서는 알고 있는데 자세한 세부적 내용은 아직 제가 파악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국회 업무현황보고라는 자리와 의원 질의, 사안의 중대성, 농협중앙회장의 무게감 등을 감안하면 이 회장의 답변은 함량 미달로 보인다.

농협중앙회 수장 조차도 국회에서 모르쇠로 일관하니 임직원들의 답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전 정보를 입수한 농협 임직원의 투기 여부 자체 조사 계획을 묻는 한 의원의 질의에 농협의 한 임직원은 “지금 정부 차원의 조사나 수사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농협 자체(조사)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이날 여야 의원들이 든 회초리에선 농협의 현 주소가 여실히 드러났다. 대표적인 발언이 “LH 곁에 NH라는 말이 시중에 나돌고 있다”는 발언이다. 또 농민을 앞세워야 할 농협이 그 정체성을 상실한 채 대출을 통한 신용사업 수익 창출 극대화만 추구하다보니 투기꾼들의 자금줄이 됐다는 게 대다수 의원들의 지적이다.

범농협이 지난해 농민을 위해 열심히 뛰었다고 하니 박수칠 일이지만 국민의 농협으로 거듭나려면 자화자찬보다는 분골쇄신으로 국민의 눈높이부터 맞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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