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특위, ‘농지 실태조사’ 다음은 ‘농지제도 개선’ 실행

농지제도 개선을 위한 국회 긴급토론회 개최
“농지법 문제, 몰라서 방치하는 것 아냐” 
정부·국회 ‘국민적 공분’ 시기 놓치지 말아야 

  • 입력 2021.03.22 19:34
  • 수정 2021.03.23 09:25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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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지난 17일 농특위는 김정호·신정훈·위성곤·이원택·주철현 국회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회,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함께 ‘농지제도 개선을 위한 국회 긴급 토론회’를 산림비전센터에서 개최했다.한승호 기자
지난 17일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는 김정호·신정훈·위성곤·이원택·주철현 국회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회,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함께 ‘농지제도 개선을 위한 국회 긴급 토론회’를 산림비전센터에서 개최했다.  한승호 기자

 

농지 실태조사를 통해 현장의 어그러진 농지 소유와 이용 상황을 밝혔던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위원장 정현찬, 농특위)가 실경작자 중심의 농지제도 개선에 팔을 걷어붙였다. 특히 이번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문제를 농지문제 해법의 디딤돌로 삼아 제도개선까지 실현하겠다는 각오다.

지난 17일 농특위는 김정호·신정훈·위성곤·이원택·주철현 국회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회,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함께 ‘농지제도 개선을 위한 국회 긴급 토론회’를 산림비전센터에서 개최했다.

이날 발제는 박석두 지에스앤제이(GS&J) 연구위원이 ‘LH 사태에서 살펴 본 농지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조병옥 농특위 농지제도개선 소분과장이 ‘농지제도 개선을 위한 방향과 과제’를 각각 발표했다.

후계농업인 확보 전체 농가 5%뿐 … 비농업인 농지상속 95%
박석두 연구위원은 농지소유와 거래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농지는 농업인과 농업법인만 소유할 수 있도록 했으나, 예외조항이 11가지나 있다”면서 “그중 비농업인이 상속을 통해 농지를 소유하게 된 경우와 이농 후에도 농지를 소유하게 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짚었다.

실제 후계농업인을 확보한 농업인 비율이 전체 농가의 5%에 불과한 상황을 감안하면 비농업인 자녀들에게 농지의 95%가 상속될 공산이 크다. 박 연구위원은 “현재 고령화율과 영농승계율을 고려할 때, 약 15년 후에는 전체 농지의 84%가 비농업인 소유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농지취득자격증명(농취증) 제도와 농지이용계획의 무용론도 나왔다. 박 연구위원은 상속농지의 경우 농취증을 발급받지 않아도 되고, 농업경영계획서 기재 사항도 형식적이기에 실제 농사를 짓는지 여부는 농지이용실태조사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농지법 상 농지임대차 금지규정은 법률 조항으로만 존재할 뿐 현실에서 어떤 구속력이 없다는 것도 문제로 꼽혔다. 2018년 기준 임차농지는 전체 농지의 45%, 임차농가는 전체 농가의 50%로, 농지개혁 전인 1947년 60%, 48%와 비교해 여전히 임대차 농가가 절반을 차지하는 것이 현실이다.

비농업인 농지소유가 가능한 여러 예외조항으로 농업진흥구역 농지는 전체 농지의 48%에 불과한 상황이다. 박 연구위원은 “농업진흥구역 농지가 매년 2,000ha 이상 전용되고 있다. 반면 일본은 전체 농지의 90%가 농업진흥구역의 농용지구역이며, ‘식료·농업·농촌 기본계획’에서 농용지구역의 목표 면적을 설정해 도·도·부·현 별로 배정하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연구위원은 향후 농지제도 개선 방안으로 ‘경자유전’ 원칙을 앞세우면서 △농지임대차 원칙적 금지 △농지 이용 증진사업 활성화 △농지관리기구 도입 등을 제시했다. 또 박 연구위원은 “경자유전과 농지소유자격 제한은 유지하지만 현실적인 대안으로 상속농지 신고 의무, 소유권 이전 등을 필수조건으로 규정하고, 한국농어촌공사에 매도 위탁을 의무화하며 자율로 매도하거나 임대한 것도 신고를 의무화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면서 “농지임대차의 경우도 농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임차인에게 자격과 우선권을 주되, 농지임대차는 ‘신고’만으로 임대차를 인정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번 기회에 꼭 ‘농지관리기구’가 세워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농지관리기구는 읍·면이 가장 좋겠으나 최소한 시·군 단위라도 운영되길 희망했다. 

“농지문제, 자료 이미 많아 실행이 관건”
조병옥 농특위 농지제도개선 소분과장은 경남 함안에서 농사를 짓는 농민 입장에서 “한국농업과 농지문제를 푸는데 더이상 토론회가 필요한가” 반문하면서 “자료와 데이터는 많은데 실행을 하지 않을 뿐”이라고 본격적인 발제 앞에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조병옥 소분과장은 “하지만 이번 긴급토론회를 통해 제도적 장치를 만들 희망을 하나 걸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농특위는 지난해 경남 함안과 경기 화성·여주·안성 등의 시·군을 선정해 농지 실태조사를 시행하고 그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를 추진한 조 소분과장은 “박석두 연구위원의 발표내용과 대동소이 하지만 핵심 4가지를 추가하겠다”면서 △농지취득자격증명 최소 2년 정도 실제 농사를 지어야 발급 및 비농업인(농업법인) 농지전용 제한 △불법농지 처분 강화 △상속·이농 농지 신고 의무화 △전국단위 농지 소유 및 이용 전수실태 조사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소분과장은 “이농을 한 사람들은 농사를 짓다가 다른 일이 생기거나 도저히 농사를 짓기 어려워 농촌을 떠난 경우다. 다시 농촌으로 들어올 일이 없다. 하지만 이농을 헤도 농지소유가 가능해 대부분 농지를 끝까지 소유한다”면서 “농식품부의 현 시스템으로 농지관련 이런 실태정보가 전혀 파악되지 않는다. 실태조사를 하다보니 토지대장과 등기부등본상 소유자가 다른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과거에는 밭이지만 현재는 논인 공부상 지목도 수두룩하다”고 전국 농지의 전수조사부터 시행해야 하는 이유를 재확인시켰다.

이어진 토론에는 김수석 농경연 명예선임연구위원이 좌장을 맡았고, 이강훈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 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송재일 명지대학교 교수, 박유리 한겨레신문 기자, 이호중 더불어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장 정책센터소장 등이 참석했다. 토론 명단에 있던 김정희 농업정책국장은 일정상 불참했다.

이무진 전농 정책위원장은 “이번 LH사태가 기회라고 말하는데, 과연 기회일까 묻고 싶다. 우리 사회의 분노는 공정하지 않다는 것에 있지 농업과 농지에 대한 성찰은 아니다”면서 “고령화 된 농민들의 농지는 곧 비농민한테 상속되고, 언젠가 돈이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알기 때문에 서둘러 매도하지 않는다. 왜 농지를 보호해야 하고, 국가가 농지를 공공재로 보호해야 하는지 본질적인 고민을 하지 않으면 농지문제를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고 농업과 농지의 근본을 강조했다.

지난 2019년 국회의원의 농지소유 실태를 탐사보도 했던 박유리 한겨레신문 기자는 김재원·나경원 의원의 본인 혹은 배우자의 상속농지가 어떻게 서울농민에게 매매되는지, 얼마나 값이 치솟는지를 사례로 밝혔다. 박 기자는 “농지문제는 개인의 탐욕과 정부의 무관심ㆍ무능력, 특정계층의 소외가 만들었다”면서 이 과정에서 “농림부 농지과는 과연 농민 피해에 관심이 있는지 한번도 그런 느낌을 받지 못해 화를 냈던 기억도 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대한민국의 농민은 없는 목소리이고 농지법은 없는 법이고, 헌법 121조는 없는 법이며 농지는 없는 땅”이라면서 “농민들의 목소리가 살아나고 헌법이 살아나길 기대한다”고 희망했다. 

지난 17일 열린 ‘농지제도 개선을 위한 국회 긴급 토론회’에서 정현찬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7일 열린 ‘농지제도 개선을 위한 국회 긴급 토론회’에서 정현찬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이날 토론회에는 김정호·신정훈·주철현 의원이 참석해 ‘제2의 농지개혁’을 다짐했다.

주철현 의원은 인사말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근본적인 ‘농지문제 개혁안’을 만들고 있다"고 밝히면서 농해수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함께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17일 농특위는 김정호·신정훈·위성곤·이원택·주철현 국회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회,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함께 ‘농지제도 개선을 위한 국회 긴급 토론회’를 산림비전센터에서 개최했다.한승호 기자
지난 17일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는 김정호·신정훈·위성곤·이원택·주철현 국회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회,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함께 ‘농지제도 개선을 위한 국회 긴급 토론회’를 산림비전센터에서 개최했다.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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