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침을 매일 맞아도 되나요?

  • 입력 2021.03.21 18:00
  • 기자명 허영태(포항 허한의원 원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허영태(포항 허한의원 원장)
허영태(포항 허한의원 원장)

한의원에서 치료하시는 환자분들 중 간혹 “침을 계속 맞으면 안 된다고 하던데 매일 맞아도 되나요?”라고 질문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주로 연배 좀 있는 분들이 묻곤 하십니다. 이런 얘기를 하는 분이 한두 분만이 아니란 것은 무슨 연유가 있어서겠지요.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지 않으니까요. 오늘은 여기에 대해 적어보겠습니다.

우선 동의보감에 실려있는 침에 대한 내용을 보겠습니다. 동의보감이 무슨 바이블은 아니지만 워낙 우리나라에서는 유명하고 또 길이 아닌 곳도 사람들이 많이 다니다 보면 길이 되기도 하니깐 참조하겠습니다.

동의보감은 신체 내부의 ‘내경’, 신체외부인 ‘외형’, 그 외 ‘잡병’, 약재에 관련된 ‘탕액’, 그리고 ‘침구’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침구편은 침과 뜸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침의 종류, 침을 만드는 방법(오랫동안 쓰던 말 재갈로 침을 만드는 것이 가장 좋다고 나와 있습니다), 침을 놓는 방법, 침놓는 깊이를 정하는 방법 등 아주 다양한 내용이 있습니다.

동의보감 침구편을 다 보아도 침을 매일 맞지 말라는 내용은 없습니다. 다만 침을 놓지 말아야 할 경우, 침을 놓지 말아야 할 날에 대한 기록은 있습니다. 침을 놓지 말아야 할 경우는 성생활 직후, 음주 전후, 화를 낸 후, 몹시 피로할 때, 배가 몹시 부를 때, 배가 고플 때, 갈증이 날 때, 몹시 놀라고 무서워한 후 등등 아주 많습니다. 침을 놓지 말아야 할 날은 매달 음력 6일, 16일, 18일, 22일, 24일, 보름, 그믐 또 환자의 생일날로 되어 있습니다. 사실 이외에도 너무 많습니다.

아마 위 내용들로 인해 침을 매일 맞지 말라는 말들이 구전되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동의보감에 의하면 침을 매일 맞을 수가 없습니다. 금기해야 할 때와 날들이 너무 많으니까요. 이것을 다 지키다가는 치료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동의보감에도 급한 병일 때는 침을 금기하는 날에도 하루 2시간만 조심하도록 하고 나머지 시간에 치료해야 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자, 여기에서 고전에 대한 후대의 해석과 적용이 중요한데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동의보감은 바이블이 아닙니다. 완전무결해서 단 하나의 내용도 거스르면 안 되는 책이 아닙니다. 동의보감에도 틀린 내용이 있고 과거의 내용이다 보니 그 당시 사고방식의 한계 또한 있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의보감은 그 체계나 내용에 있어 훌륭한 책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과거 사람들은 현대 사람들보다 평균수명이 훨씬 짧았고 건강상태도 좋지 못했습니다. 이럴 경우 침 치료는 그 효과가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다소 피곤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주사 한 방 맞아도 긴장되는데, 침도 실상은 바늘처럼 생겼는데 바늘이 몇 개씩이나 사람 몸을 뚫고 들어오는데 힘든 것이 당연합니다.

이전 책에 나온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기보다 현재 환자 상태의 경중 완급, 환자 체력 정도를 고려해서 치료하면 됩니다. 현대인 중 침을 매일 맞아 무리가 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환자분이 매일 치료해야 할 상태인지 그렇지 않은지를 판단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결론적으로 침을 매일 맞는다고 어떤 문제도 생기지 않습니다. 단 사람에 따라 조금 피곤해질 수는 있습니다.

키워드
##침 ##동의보감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