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대체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 입력 2021.03.21 18:00
  • 수정 2021.03.25 20:09
  • 기자명 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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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회전문 인사에 놀라 이렇게까지 농정을 포기하나 싶었는데 요즘 농업·농촌에 대한 너무나 많은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다. 적폐들이 꾸역꾸역 쌓여 있다가 한꺼번에 폭발하듯 말이다.

가장 뜨거운 것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예정지 농지투기에 대한 것이다. 불공정에 의한 부당 이익에 대한 국민 분노가 가히 어떻게 될지조차 가늠하기 힘들 정도고 이를 계기로 농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나마 농지를 투기의 대상으로만 여기던 사회 분위기가 이렇게 극적인 사건을 통해 문제 제기가 되고 있어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다음으론 4차 재난지원금 지원에서 농민이 또다시 제외되면서 이 정부의 농업 무시가 도를 넘은 것 아닌가 하는 반발이다. 솔직히 4차 재난지원금 지원 대상 과정을 복기해보면 문재인정부의 농업 무시는 이전 정부에서는 보기 힘든 정도였다.

농업을 2018년 기준으로 국가 GDP 중 2.0% 정도를 차지하는 산업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OECD 농림어업 평균 GDP 비중은 1.4%임에도 농업의 지속성을 유지 강화하기 위해 다른 선진국에서 진행 중인 농정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드는가? 농업의 가치를 돈으로만 계산하기 때문일 것이다. 농업은 국민에게 먹거리를 공급하는 식량주권의 최후의 보루이자 국민들에게 치유와 여유의 공간으로, 그리고 국가를 형성하는 공동체 문화의 뿌리면서 이를 유지하게 하고 물을 가두고 산소를 발생시켜 물 부족 해결과 인간의 개발행위가 발생시키는 탄소를 줄여주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그래서 농업과 농업의 결과물인 농산물은 공공재적 성격을 갖는 것이다. 때문에 국가 전체 GDP 중 차지하는 비중이 아무리 작아도 세계는 농업을 포기하지 않는다.

코로나19와 기후위기로 인한 농산물 생산물의 급격한 감소로 FAO에서는 전 세계 국가들이 취약 계층의 회복을 돕고, 보다 지속가능하고, 견고하며, 복원력 있는 식품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연대를 촉구하고 있다. 농업 활동의 결과물인 농산물 즉, 먹거리가 공공재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다.

한국의 상황과 농정은 이러한 흐름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는 듯하다. 이유를 살펴보자. 여전히 농정은 시장경제원리에 기초한 효율성에 기반해야 한다고 기본법에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청와대에서는 경제수석 밑에 농해수비서관을 배치하고 있다. 농정을 바라보는 시각부터 실제 업무영역까지 농업을 공공재로 보고 국가가 어떻게 책임감을 높여낼 것인가를 고민할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언제까지 이럴 것인가? 한 번 망가진 농업 기반은 회복하기 어렵다. 그래서 세계 선진국들은 어떻게든 농업의 기반을 유지하고 지속가능하게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도 그렇게 변해야 한다.

세계곡물지수가 8개월째 상승하고 있고 한국에서도 밥상 물가에 대한 걱정이 시작되고 있다. 물가 걱정이 아니라 못 먹는 경우까지도 발생할 수 있다. 한국은 사료를 포함해도 식량자급률이 21%밖에 되지 않는 대표적 식량 수입국가다.

다시 농지 문제를 살펴보자. LH 사건으로 사회적 쟁점이 된 농지 문제, 역대 장관들의 청문회 상황을 기억해보면 농지법 위반은 거의 모든 후보자들에게 문제가 됐다. 하지만 그 농지법 위반으로 사퇴하거나 징벌을 받은 이도 없었다. 때문에 사회 지도층부터 일반 국민까지 가짜 서류를 만들어 농지를 취득하고 더 많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 자경으로 속이고 농민들에게 지원되어야 할 정부 보조금을 받아가도 무덤덤했다. 모두가 그렇게 하고 있기에 죄의식도 없을 뿐 아니라 농지를 통한 투기를 사회가 용인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탄소중립을 위한다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에서도 농지와 농촌을 먹이감으로만 삼고 어떻게든 훼손하려고 한다. 가치의 지속이나 보전은 고민의 대상이 아니다. 오로지 이윤과 경제적 효과, 효율성만 고민하면 된다. 국가와 국민에게 묻는다. 언제까지 그럴 것인가?

이제 농정의 기본을 뒤집어엎어야 할 때가 됐다. 국가가 스스로 하지 못하면 농민들이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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