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업이 지역농협 경업?

지역농협 임원선거서 경업 규정 악용 논란 올해도 반복

  • 입력 2021.03.21 18:00
  • 기자명 박경철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경기도 연천군 임진농협 본점에 붙은 농지 중개 문서들.
경기도 연천군 임진농협 본점에 붙은 농지 중개 문서들.

올해 1~2월에 치러진 지역농협 임원선거에서 후보자 자격을 둘러싼 ‘경업 규정’ 논란이 반복되며 농민들의 원성이 높다.

「농업협동조합법」제52조에선 ‘지역농협의 사업과 실질적으로 경쟁관계에 있는 사업을 경영하거나 이에 종사하는 사람은 지역농협의 임직원 및 대의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농협법 시행령에선 실질적 경쟁관계에 있는 사업의 범위를 18개 항목으로 정했다. 비료·농약·농기자재·사료·종자 판매업, 양곡 매매·가공업 등이다. 문제는 18항이다. 농협법 시행령은 18항에서 지정 경업 이외에도 “이사회가 농협, 조합공동사업법인 및 농협중앙회가 수행하는 사업과 실질적인 경쟁관계에 있다고 인정한 자가 수행하는 사업”을 경업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지역농협들이 이 규정을 악용해 이사회에서 경업을 추가 지정하고 임원 자격이 없다며 출마 등록 자체를 받지 않는 방식으로 비판적인 조합원을 제거하고 있다는 게 농민들의 주장이다.

구체적으로 경기도 연천군 임진농협의 경우 지난 2월 이사선거를 앞두고 이사회에서 ‘부동산중개업’을 경업으로 지정하는 사례가 있었다. 지난해 12월까지 감사를 맡았던 한 조합원이 이사 출마를 준비했지만 농사와 함께 부동산중개업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후보 등록이 무산됐다.

이 조합원과 농민들이 임진농협에 이를 따졌지만 임진농협은 자체 정관에 농지의 매매·임대차·교환의 중개가 허용 경제사업으로 규정돼 있고, 지난해 5월 이사회에서 이 사업을 의결해 사업 수행 중에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임진농협은 지난해 6월 무렵부터 본점에 농지 가격이 적힌 종이를 붙여 놓고 중개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직원들과 조합원들조차 이 사실을 잘 모르고 있었다. 일부 지역농협 조합장들에게 경제사업으로서의 부동산중개업 적절성을 묻자 황당하다는 반응과 함께 ‘금시초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에 농민들은 “농협중앙회에도 적절성을 질의했지만 지역농협 정관에 있고, 이사회가 의결했으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농민들은 “쌀이나 농산물 판매도 제대로 못하는 농협이 무슨 부동산을 경제사업으로 하나. 조합장 등이 경업 규정을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이용하고 있다. 이전엔 후보 등록 자체는 받아줬는데, 이젠 등록 자체를 막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또한 농민들은 “농협중앙회 등도 지역농협이 자율적으로 결정한 건 막을 수가 없다고만 하니 편법이 생겨나는 것이다. 농협중앙회가 아니면 농림축산식품부라도 나서 통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치가공공장으로 유명한 해남군 화원농협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이사선거를 앞두고 이사회에서 갑자기 절임배추를 경업으로 지정한 것이다. 이로 인해 친지나 자녀들에게 줄 정도의 가내수공업 형태로 절임배추를 하던 한 대의원의 이사 출마가 막혔다.

경업 규정을 둘러싼 임원선거 문제는 매해 반복되는 문제 중 하나다. 더군다나 지역농협 임원선거는 올해도 돈선거 풍토가 여전했다.

지역농협 임원선거의 경우 조합장이나 농협중앙회장 선거처럼 선관위 위탁선거가 아니라 자체 선관위를 구성해 치르다 보니 여러 문제가 끊임없이 불거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농협중앙회에서도 문제점은 파악하고 있지만 일반적인 공문과 유선을 통한 공명선거 지도만을 반복할 뿐이다. 농식품부나 국회 차원의 지역농협 임원선거 제도 개선이 시급한 이유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