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마늘 의무자조금 “우리는 바른 길로 가고 있다”

수급조절 사업 이달부터 가속도

재배면적·생산비 실측조사 박차

정부 정책 보완·견제 역할 기대

  • 입력 2021.03.14 18:00
  • 수정 2021.03.14 20:41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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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양파·마늘 의무자조금은 현존하는 14개 농산물 의무자조금 중 가장 마지막에 만들어졌지만 수급조절 기능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의무자조금 모델로서 다른 품목들을 선도하는 위치에 있다. 지난해 10월 출범, 12월 사무실을 개소한 이래 양파·마늘 의무자조금은 새로운 역할 정립과 그 수행을 위해 어느 때보다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17년 10월 개정된 농수산자조금법에 따라 농수산물 의무자조금은 생산·유통 자율조절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경작신고·출하신고, 시장 출하규격 설정, 단일 유통조직 지정 등 그 항목이 꽤 구체적이다.

의무자조금은 그 품목의 전국 재배면적 또는 재배농가의 50% 이상이 참여해야 발족할 수 있으며 생산·유통 자율조절 사업은 다시 이 의무자조금 대의원 3분의2 이상이 찬성해야 추진할 수 있다. 대표성을 담보하는 만큼 의무자조금이 결정한 수급조절 사항은 해당 품목의 모든 생산자에게 강제력을 가진다.

가령 양파의무자조금이 의무경작신고제를 결정하면 모든 농민들은 양파를 심을 때 농협·지자체 등에 경작신고를 해야 하며 의무자조금은 그 결과를 적정 재배면적과 비교해 면적조절·산지폐기 등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출하 시에 의무자조금이 저품위상품 폐기, 규격별 유통제한, 출하시기 조절 등을 결정하면 모든 농가가 이를 따라야 한다. 수급정책이 생산자의 입장을 반영해 민첩하고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지난 5일 경북 고령군 마늘 생산비조사표 작성 교육에 참가한 농민들이 설명을 들으며 조사표를 채워 나가고 있다.전국마늘생산자협회 제공
지난 5일 경북 고령군 마늘 생산비조사표 작성 교육에 참가한 농민들이 설명을 들으며 조사표를 채워 나가고 있다.전국마늘생산자협회 제공

양파·마늘 의무자조금은 이같은 자조금법 조항을 활용하는 첫 사례로 지난달 1일 의무경작신고제 시행을 의결, 시행 중이다. 재배면적을 정확히 파악하고 관리하는 경작신고제는 의무자조금 수급조절 기능의 가장 기초가 되는 사업이다.

올해는 경작신고제 첫 시행의 혼란을 고려,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함께 재배면적 실측조사도 진행하고 있다. 양파 7개 시·군, 마늘 8개 시·군 등 주산지의 재배면적을 전수조사하는 방식이다. 전국 재배면적의 50%가량이 실측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역사상 최초의 일이다.

단지 면적 관리를 통한 수급조절에만 목적이 있는 건 아니다. 의무자조금 수급조절의 가장 큰 의의는 정부 수급정책을 보완 및 견제하는 수단이라는 데 있고 그 핵심은 소득보장이다. 이에 양파·마늘 의무자조금은 전국양파·마늘생산자협회와 함께 지난 2일부터 전국을 순회하며 품종별 생산비 조사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생산비 조사는 향후 의무자조금이 농가수취 목표가격을 설정하는 기준이 되며 정부 정책에 생산자 의견을 개진할 때 근거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면적 조사와 생산비 조사 모두 ‘올바른 정책의 전제조건은 올바른 통계’라는 인식에서 출발한 것으로, 늘상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정부 통계조사를 스스로 보완하려는 시도다.

한편으로는 수입 대응에도 고심 중이다. 아무리 공 들여 수급조절을 추진한다 한들 수입 변수를 관리하지 않고선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과 원산지표시 공동단속 등을 추진함과 동시에 농식품부·식약처·관세청 등 각 기관에 수입농산물 관리 강화를 다각도로 압박하고 있다.

선례 없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일이라 과정이 수월치는 않다. 하물며 양파·마늘 의무자조금관리위원장과 사무국장들, 그 모태이면서 현장 실무를 주도하는 전국양파·마늘생산자협회 임원들 모두 전문가나 행정가가 아닌 일선 농민들이다. 그럼에도 농민 주도 수급정책이라는 목표를 향해 헌신적인 노력들이 겹쳐지고 있다.

“지금까지 모든 수급정책은 생산자가 아니라 상인·소비자 입장에서 진행됐다 봐도 무방합니다. 생산자는 어떤 경우에도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는 철저하게 생산자의 입장에서 수급조절을 추진할 것입니다.” <우리는 바른 길로 가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마늘의무자조금 납부 당부 담화문이 이들 집행부의 심리를 잘 드러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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