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 불법 사찰 의혹 제기돼

농민·노동자들 “독재정권에서나 벌어질 일” … 중앙회 “농협에 대한 건의·관심사항 취합”

  • 입력 2021.03.14 18:00
  • 기자명 박경철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민경신 전국협동조합노조 위원장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농협중앙회 불법 사찰 규탄 및 진상규명 촉구 공동 기자회견’에서 인사총무부장 명의로 발송된 업무연락 문서를 공개하며 농협 차원의 불법 사찰이 진행됐음을 폭로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민경신 전국협동조합노조 위원장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농협중앙회 불법 사찰 규탄 및 진상규명 촉구 공동 기자회견’에서 인사총무부장 명의로 발송된 업무연락 문서를 공개하며 농협 차원의 불법 사찰이 진행됐음을 폭로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전국농민회총연맹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협동조합노조, 정의당이 ‘농협중앙회 불법 사찰 규탄 및 진상규명 촉구 공동 기자회견’을 지난 11일 국회 앞에서 개최했다.

기자회견은 지난 2월 전국협동조합노조에 농협중앙회가 조합장과 지자체장, 국회의원 등을 대상으로 불법 사찰을 벌이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온데 따른 것이다.

기자회견에 의하면 농협중앙회는 지난 2월 16일 인사총무부를 통해 전국 각 지역본부에 ‘인사 관련 당면현안 및 상황 보고 변경 실시 안내’라는 제목의 업무연락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에 나온 보고대상과 내용은 지역 내 농협중앙회 및 계열사 직원의 사건·사고 등 인사정보, 소관 농·축협 및 조합장, 지자체장 및 국회의원 동향, 지역본부장이 농정활동을 통해 수집한 주요 현안 등이다.

농협중앙회는 공문에서 기존엔 상황 발생시 수시로 하던 동향·정보보고를 매일 오전 11시까지 하도록 했고, 사안이 없을 경우에도 해당사항 없음으로 회신하도록 했다. 또한 인사사항 뿐만 아니라 각종 상황 발생시 계통보고에 철저를 기해 달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개최 단체들은 이날 “독재정권에서나 벌어질 불법 사찰 행위를 농협중앙회가 저질러 왔다. 이는 명명백백한 인권 침해로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경신 전국협동조합노조 위원장은 “국가정보원의 민간인 사찰도 문제가 되는데 민간단체인 농협중앙회가 왜 전방위 불법 사찰을 하고 있나”라며 “농민들이 지난해 코로나19와 기후위기로 여러 어려움을 겪을 때도 제대로 역할한 게 없는데 이 회장 1년 성과 책자를 낸다고 한다. 이 회장이 농협의 역량을 동원해 성과를 포장하고 불법 사찰을 하는 건 향후 정계 입문을 위한 포석은 아닌지 의문이다. 핵심 책임자인 이 회장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정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은 “농협중앙회가 농민 위한 일을 해야 하는데 지난해 냉해에도 이렇다할 역할을 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불법 사찰까지 진행한 건 어이가 없고 허탈한 일”이라며 “농민들의 돈으로 지역농협을 만들고, 지역농협이 출자해서 만든 게 농협중앙회다. 그런 농협이 농민들이 겪는 어려움을 보고하면 누가 뭐라고 하겠냐라는 게 전농 의장의 얘기다. 농협중앙회의 불법 사찰 행태는 반드시 고쳐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박인숙 정의당 부대표는 “동향 파악의 대상자를 봤을 때 이는 로비와 정치의 수단이지 않았을까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라며 “국회와 정부 관련기관이 엄중히 조사해서 그에 따른 책임을 묻겠다”라고 말했다.

이기철 민주노총 사무금융서비스연맹 수석부위원장은 “우선 농협중앙회 규정에도 없는 동향 감시는 불법적이다. 게다가 이런 생각을 한 경영진의 도덕·불법 불감증은 더 문제다. 그러니 회장하면 예외없이 감옥행을 한다”며 “농협중앙회가 농민을 위하지 않는다면 농협의 위기는 더 커질 것이다. 이제 농협 개혁은 시대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단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불법 사찰에 대한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의 진상 공개와 사퇴를 포함한 책임 △국회·검찰의 신속·엄정 수사 등을 촉구했다.

한편, 불법 사찰 의혹 제기에 농협중앙회는 “업무연락의 취지는 사실상 지역에서 청취한 농협에 대한 건의나 관심사항을 취합해 농협중앙회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다. 개인에 대한 정보를 취합하는 게 아니다. 실제로 취합한 정보도 코로나19 대응, 재해농가 방문 등 임직원 인사동향이 대부분”이라며 “불법 사찰이라면 업무연락으로 처리하지 않고 몰래 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