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춧값 고개 들자 농식품부 ‘바짝’ 긴장

저장량 감소로 긴 폭락 마침표, 추가 가격상승도 가능

‘작년 여름 꼴 날라’ … 농식품부, 1천톤 비공개 수매

폭락엔 뒷짐·폭등엔 진땀 … 물가 책임회피에 급급?

  • 입력 2021.03.07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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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4개월 가까이 폭락했던 배추 가격이 간신히 평년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는 과도한 폭등을 우려해 배추 1,000톤 비공개 수매를 감행했는데, 일각에선 농식품부가 가격 상승에 너무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 아니냐는 눈총을 쏘고 있다.

올 겨울 배추는 재배면적이 줄고 극심한 한파로 저장량이 감소했음에도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밑바닥 시세를 이어 왔다. 코로나19 소비부진의 대표적 피해 품목이었기 때문이다. 설 이후 지난달 하순부터 비로소 10kg 3,000~6,000원의 도매가격이 9,000원선으로 올라왔는데, 여전히 평년의 범주에선 벗어나지 않는 가격이다.

다만 저장량 급감, 감모율 급증 등 가격 대비 수급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이미 설 전부터 농식품부는 잔뜩 긴장한 모습을 내비쳤다. 4월이 되면 민간저장량 부족으로 가격이 크게 오를 수 있다는 전망에서다. 무엇보다 지난해 여름 한때 폭등했던 고랭지배추의 기억이 부담스럽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폭등 수준은 평년의 1.5배, 폭등 기간은 두 달 남짓으로 실질적으로 국민경제에 타격을 입힐 정도는 아니었지만, 자극적인 언론보도와 정치권의 공세 등 농식품부가 전방위적인 압박에 시달려야 했다.

농식품부는 지난달 초 수급대책 논의를 시작해 같은달 21~28일 8일에 걸쳐 산지유통업체 1개소로부터 배추 1,000톤을 수매비축했다. 정부의 수매비축은 공개입찰이 원칙이지만 「국가를 당사자로 한 계약에 관한 법률」에 의거, 긴급한 사유가 있다는 판단하에 수의계약 방식을 택했으며 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수매비축 자체를 비공개에 부쳤다.

뒤늦게 이같은 사실을 확인한 산지유통인 조직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회장 최병선, 한유련)는 길길이 날뛰었다. 현재 배추 수급이 ‘긴급상황’으로까진 볼 수 없는데 농식품부가 굳이 한유련조차 모르게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어 특혜를 부여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농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설 전에 대책을 논의했는데 공개입찰을 결정했다면 최소 20일이 걸려 3월 초에야 수매가 가능했을 것이다. 한파 때문에 배추가 망가진 데다 추대까지 올라오는 시기라 수매할 물량 자체가 없어질 수 있었다”고 해명했다. 업체 선정에 대해선 “가을배추를 수매할 때부터 우수한 품질을 확인한 업체로 현장답사를 거쳐 선정했다”고 답했다.

앞뒤 정황을 살펴보면 농식품부의 이같은 긴급 대책은 정상적인 정책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문제는 가격이 하락할 때보다 상승할 때 정책이 훨씬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최근까지의 배추 폭락 국면에서 정책의 적극성이나 민첩성이 매우 아쉬웠으며 현재진행형인 무 폭락에는 아직도 대책이 전무하다. 가격 하락엔 굼뜨면서 가격 상승엔 발빠른 모습이 정책 모순을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작기 전환이 빠른 편인 배추는 특히나 폭등의 파장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 2~3개월이면 가격이 제자리를 찾는 데다 기록적인 폭등이라던 지난해 여름 기준으로도 그 폭이 커피 한두 잔 가격에 불과하며 대체소비할 채소도 얼마든지 있다. 반면 농산물 한 품목이 생산비 아래로 폭락할 경우 그 품목을 재배하는 농민들은 당장 생계를 위협받는 상황에 내몰린다. 중요도를 형량하면 오히려 가격 하락에 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농림축산식품부’라는 정체성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한유련은 “월동무처럼 도매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해 회복할 기미가 없는 경우엔 수급대책을 아무리 요구해도 침묵하고, 가격 상승 조짐이 보일 경우엔 긴급한 상황으로 인식하고 빠른 대처를 하고 있다”며 “농민 편에서 농민의 고충을 위해 일해야 하는 농식품부가 소비자 물가 안정에 초점을 맞춘 수급대책을 이어간다면 깊어가는 농민들의 한숨과 피눈물은 누가 보상해줄 수 있나”라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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