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 조치가 경기 북부에 이어 강원지역 한돈농가를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단기적인 고통이 아닌 강원지역 한돈업계의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강원지역 한돈농장들은 지난해 10월 북부와 남부 권역으로 구분돼 돼지분뇨차량의 타 권역으로 이동을 제한하는 조치를 받았다. 또, 강원 북부지역은 ASF 중점방역관리지구로 지정돼 전실·울타리 등 강화된 8대 방역시설 설치가 의무화됐다.
지난 1월엔 강원 영월군에서 ASF 바이러스 양성 야생멧돼지가 발견됐다. 이에 영월군이 있는 강원 남부지역도 축산차량의 농장 진입을 차단하는 시설을 보완하고 오는 6월말까지 강화된 8대 방역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현재 강원지역 양돈장은 정밀검사 또는 농장 내 차량진입 통제조치를 완료한 농장에 한해 임상검사만으로 권역 밖으로 비육돈 출하가 가능하다. 그러나 지역 내 도축장 규모가 작아 정상적인 출하는 이뤄지지 않는 모습이다.
배상건 대한한돈협회 강원도협의회장은 “강원지역 도축장은 총 4곳인데 규모가 작아 지역 내 출하물량을 처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출하지연에 따른 과체중과 지급률 하락에 따른 소득하락이 우려돼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 협의회장은 “8대 방역시설 설치는 보다 완벽하게 설치하다보니 약간 늦어지고 있다. 중점방역관리지구에 속한 지역은 5월 15일까지 시설을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역화 이동제한 조치는 출하지연을 넘어 지역 한돈산업의 구조 자체를 위협하고 있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강원 원주지역을 중심으로 브랜드사업을 하는 ㈜금돈은 종돈 판로가 막혀 경영난을 겪고 있다.
금돈 관계자는 “비육돈은 권역 밖으로 나갈 수 있는데 후보돈은 각 도별로 이동승인이 나지 않아 판매를 못하고 있다”면서 “평소 후보돈의 70%가 충청·전라·경상지역으로 판매됐는데 이곳이 막혀 어려움이 크다”고 호소했다. 웅돈 또한 판매가 막혀 정액을 채취할 시기가 지난 웅돈은 되레 돈을 주고 도축하는 형편이다.
금돈 관계자는 “비육돈 출하도 어려워 지금까지 200마리 가량은 과체중으로 출하도 하지 못했다. 지금도 과체중으로 인한 패널티는 감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해 10월부터 ASF 방역조치에 따른 피해를 집계해보니 약 7억원에 달한다. 이 정도 피해규모면 농장의 흥망이 달릴 수 있다”면서 “농식품부에 방역조치로 입은 피해를 보상해달라고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아무 답도 받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하태식 한돈협회장은 지난달 2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강원지역 한돈농장의 현황을 파악해 정부에 대책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하 회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제2축산회관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해 “본래 거래하던 도축장이 아니면 육가공 공장이 달라 한돈농가가 요구하는 지급률을 못 받는다는 보고를 받았다”라며 “강원지역은 16개 권역을 5대 권역으로 완화해도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권역화보다 방역대 기준 내에서 핀셋 방역을 해야 한다. 또, 시행령 개정을 통해 시도별 현장 축산에 직접 참여하는 수의사가 가축방역심의회 위원으로 구성되도록 준비 중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