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농가식품법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

  • 입력 2021.03.07 18:00
  • 기자명 송기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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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호 변호사
송기호 변호사

 

갈수록 많은 농민이 식품 시장에서 역할을 늘리는 중이다. 바람직하며 유익하다. 소비자들이 식품비로 지출하는 돈이 더 많이 농가에 소득으로 돌아갈수록 농사를 지을만 하다. 국민이 가공식품 제조와 외식에 쓰는 돈이 약 230조원(농식품부, 농림축산식품주요통계)이다. 이 돈의 흐름은 농장에서 식탁까지의 식품 체계를 떠받치는 농업 부문에서 시작한다. 농업은 그저 식자재를 공급하는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더 많은 부가가치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농민의 지위와 역할은 논밭에서만 한정되지 않는다. 가구의 44%가 인터넷으로 식품을 구입하는 상황(한국농촌경제연구원 식품소비행태 조사)이다. 농민들은 더 적극적으로 가공과 유통에서 어엿한 주체로 역할을 확장해야 한다. 그래야 현재 약 52조원 정도에 그치는 농림 부문의 소득을 더 올릴 수 있다.

지난해 8월의 기고에서도 강조했듯이, 우리 농민은 소농이다. 그 토대 위에서 사회구성원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식품 문제 해결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소농과 사회를 가깝게 연결하는 체제여야 한다.

그러나 식품위생법은 소농을 배제한다. 식품 가공과 유통에 진입해 적극적 역할을 추구하는 소농에게 ‘식품제조 가공 영업 허가’를 요구한다. 소농의 장점 및 특성과 양립하기 어려운 시설 기준을 갖추지 못하면 소농을 논밭에서 세상으로 나오지 못하게 한다. 농가의 부엌에서 근본적 전환, 획기적 대책이 필요하다. 그동안의 여러 노력들이 있었다. 이를테면 여러 지역에서 조례를 만들어 소농의 식품위생법상 시설 기준 부담을 일부 덜어 주기도 했다. 농산물 가공센터를 공동 이용하는 사례도 있다. 그러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했다. 식품 체제의 주체로서 식품 가공과 유통에서 능동적 역할을 하려는 소농을 잠재적 불법 영업자 취급을 하며, 위험 상태에 빠뜨리는 한계를 이번에는 해결해야 한다. 그 방법은 ‘농가식품법’을 제정하는 것이다.

농가식품법은 농가의 부엌, 농가의 작업장 규모에서 진행하는 식품 가공 유통에 대해서는 식품위생법상의 시설 허가 기준을 전면적으로 면제하는 것이다. 소농에게 대규모 식품회사처럼 설비를 갖춰야 한다는 요구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다. ‘농가부엌식품법’이라 할 수 있다. 미국 식품법은 이를 ‘커티지’ 식품법, 즉 농가 오두막집 식품법이라고 한다. 미국의 50개 주 가운데 49개 주에서 이 농가식품법을 시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농민들은 위생 시설 기준의 적용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식품을 제조·가공해 농민시장이나 인터넷으로 직접 판매를 하고 있다. 즉 농가 부엌에서 식품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데에 등록을 제외한 어떠한 위생 설비 기준 규제를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텍사스 주에서는 2011년부터 이 농가부엌식품법을 시행하고 있는데, 위생을 위해 별도로 냉장 보관 등의 온도 조절을 해야 하는 식품을 제외하고는 농가들은 자유롭게 식품을 제조 가공해 소비자들에게 직접 판매할 수 있다. 미네소타 주는 2015년부터 이 법을 시행하고 있다. 그리고 1년에 농가에서 소비자에게 팔 수 있는 식품을 1만8,000달러, 우리 돈 약 2,000만원으로 정했다.

나아가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더 획기적으로, 농가를 포함한 가정의 부엌에서 만든 식품에 대해서는 식품 허가를 면제하는 법을 시행하고 있다. 가족이 아닌 직원은 1명만 둘 수 있고 연간 5만달러, 우리 돈 5,600만원까지 식품을 부엌에서 만들어 팔 수 있다.

이와 같이 소농에게는 완전히 식품위생법상의 허가 기준을 면제하는 것은 소농이 식품의 가공과 유통에서 능동적 역할을 하는 데에 반드시 필요하다. 여기에 현재의 식품위생법상 식품공전 또한 소농을 담아야 한다.

농민이라면 별도의 식품영업허가를 받지 않아도, 식품을 가공해 아는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할 수 있어야 한다. 소농이 주인되는 농가식품법이 필요하다. 소농에게 시설 허가를 요구하는 낡은 방식이 아니어도 국민의 식품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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