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농협 경제지주가 올해부터 시·군연합사업단 43개소를 원예조합공동사업법인(조공법인)으로 전환하거나 도단위 광역연합사업단으로 통합할 계획이다.
지난 3일 농협 경제지주에 의하면 농협의 연합마케팅 사업은 2000년대 대형유통업체가 등장하며 산지유통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시작됐다. 2개 이상의 지역농협이 농협 경제지주(연합사업단) 또는 조공법인과의 협약을 통해 공동으로 농산물을 판매하는 사업이다.
현재 농협의 연합마케팅사업 조직은 연합사업단과 조공법인을 합해 105개소가 있다. 연합사업단은 시·군 43개소, 광역 12개소로 55개소가 있고, 조공법인은 시·군 43개소, 광역 7개소로 50개소다. 지난 2019년 말 기준 사업실적은 연합사업단이 1조2,000억원, 조공법인은 1조8,000억원으로 총 3조원을 달성했다.
농협 경제지주는 “그동안 농가조직화, 공선·공동출하 등의 노력으로 산지 규모화와 농산물 규격화·상품성 제고 등에 기여했지만 노령인구 증가 등 인구구조 변화, 가공·편이식품 소비 확대,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판매 확대 등으로 연합사업의 어려움이 발생했다”며 연합사업조직 체계 개편 배경을 밝혔다.
물론 사업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도 있다. 우선 정부의 정책지원사업 확보가 중심이 되며 참여 농협과의 유기적 협조가 다소 부족했다. 실제로 농협은 연합마케팅사업을 통해 정부지원 융자금 5,830억원과 보조금 534억원을 지원받았다.
원물과 오프라인 위주의 관행적 운영도 한계로 작용했다. 무엇보다 시·군연합사업단의 평균 근무인력이 1.2명(정규직) 수준으로 마케팅, 지역농협 관리, 정책사업 수행 등을 운영하기에 벅찼던 점도 문제다. 직원의 잦은 인사이동, 연합사업 업무 기피 등으로 산지유통 전문인력 역량 축적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이로 인해 2019년 말 기준 3곳을 제외한 모든 시·군연합사업단의 운영 여건이 악화됐다.
또한 정부가 산지유통 정책을 품목중심의 산지유통혁신조직 육성으로 전환한 점도 체계 개편을 추진하게 된 배경 중 하나다.
결국 농협 경제지주는 현재 운영 중인 연합사업단 체제로는 사업의 확장성 및 지속가능한 조직으로서의 운영이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에 지역농협 참여를 강화한 조공법인 중심의 시·군 연합사업 체계를 구축하고 도단위 광역연합사업단을 중심으로 ‘지역 맞춤형 마케팅 조직’을 육성해 사업을 내실화하겠다는 게 농협 경제지주의 계획이다.
구체적인 계획은 시·군연합사업단 20개소를 올해부터 2024년까지 매년 5개소씩 조공법인으로 전환하고, 조공법인의 사업량도 올해 2조1,000억원, 2022년 2조3,000억원, 2023년 2조6,000억원, 2024년 2조8,000억원으로 확대한다. 또한 나머지 23개소도 광역연합사업단으로 통합해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농협 경제지주는 조공법인 전환에 따라 지역농협 간 합의를 통해 다양한 공동사업을 추진할 수 있고, 참여농협의 전문인력 파견도 가능하며 자체 시설 소유 및 운영으로 시장대응이 유리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산지유통혁신조직 참여를 통한 정부 정책사업 우선 지원 가능성을 장점으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