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전쟁무기 VS 민생예산

  • 입력 2021.03.01 00: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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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예산이 부족하다.” “기획재정부가 예산 반영을 반대한다.”

농민단체들이 농업예산 확대, 또는 새로운 사업 확대를 주장할 때마다 농림축산식품부 등 정부 유관기관들이 하는 말이다.

최근의 기억나는 사례만 이야기해보자. 지난해 기획재정부는 농식품부가 제출한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 예산 23억7,500만원 중 5억원을 깎고자 시도했다. 농식품부의 공익직불제와 정책적 차별성이 없기 때문이란 이유였다. 유기질비료 지원사업의 경우 실제로 예산이 삭감됐다.

농식품부는 농식품부대로 기재부 눈치를 본다. 농민단체는 말할 것도 없고,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보수야당 국회의원까지도 공익직불제 예산 확대가 필요하다고 했건만, 농식품부 장관은 “예산은 5년간 2조4,000억원 그대로 가는 걸로 이야기됐다”고 답했을 뿐이다. 기재부는 공익직불제 예산 확대에 대해서도 미온적인 입장을 보인 바 있다.

채소가격안정제와 관련해서도, 기획재정부는 돈 덜 들이려고 농협경제지주에 책임을 미뤘고,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해 국감 당시 “생산자단체에서 일정부분 (예산을) 부담해야 하지 않나 싶다”라며 기재부 눈치 보는 듯한 발언을 했다.

농업분야 뿐이랴. 기재부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시민들에 대한 4차 재난지원금 확대 문제에서도 보수적 입장을 보인다. 여당에서 20조원 이상 지급(그나마 이것도 기재부 논리를 받아들여 선별지급으로 후퇴한 수준)하자는 것에 기재부는 ‘최대 13조원’ 입장을 고수한다.

이처럼 돈 아끼고, 국민 입장과 동떨어진 관점을 보이는 기재부가 돈을 펑펑 쓰게 허용하는 몇 안 되는 분야가 있다. 바로 국방예산이다. 특히 문재인정부는 말로는 한반도 평화 운운하면서 군비증강에 나섰다.

방위사업청이 발표한 해외무기 도입금액만 봐도, 2018년 3조8,878억원이던 게 2019년 2조5,389억원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4조6,177억원(그중 76%인 3조5,095억원이 미국 무기 구입액)으로 오히려 폭증했다.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엔 5억원 예산 쓰는 것도 아까워하던 기재부건만, 국방부가 한 대당 구입비용만 924억원에 1년 유지비용은 47억8,000만원인 미군 F35A 전투기 수십 대를 구매한다 해도 기재부는 어떤 딴지도 걸지 않는다.

남북정상은 2018년 4월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군비감축, 적대행위 중지 등을 통한 한반도 평화실천을 약속했다. 그러나 남측은 미국과 더불어 연합군사훈련을 이번 달에도 강행하려 하며, 군비감축 약속을 뒤집고 오히려 역대급 군비증강에 나서는 중이다.

농민들이 필요로 하는 예산은 온갖 핑계로 감축하려 하고 반영 안 하는 기재부. 코로나로 자영업자들이 죽든 말든 재난지원금 예산 투입도 아깝다는 기재부. 미국 무기 구매에 수조원의 예산을 쏟아붓는 기재부. 이 기재부는 모두 대한민국 기재부지 미국이나 일본의 기재부가 아니다.

돈을 아낌없이 펑펑 쓰라는 건 아니다. 국방예산을 괄시하자는 것도 아니다. 과도한 군비증강과 한미연합군사훈련을 통해 한반도의 갈등만 높이는 것 또는 민생예산 확보로 서민들의 고통을 더는 것. 최소한 코로나 시국에서 뭣이 중한지 만큼은 제대로 판단해야 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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