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농지 ‘보전’, 한국은 농지 ‘훼손’

해외 농지보전 사례가 우리에게 던지는 과제

  • 입력 2021.03.01 00: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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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세계 각국이 ‘농지보전’을 농정 기조 중 하나로서 추진하고 있다. 정치권부터 태양광을 절대농지에 설치하자고 앞장서고, 농지보전 노력을 기울이는 농민에게 이렇다 할 보상도 미비한 국내 상황을 비춰볼 때, 농지보전을 위한 각국의 노력은 우리에게 많은 숙제를 던진다.

양적·질적 농지보전 병행하는 스위스

특히 농지를 양적, 질적으로 보전하고자 노력 중인 스위스 사례가 눈에 띈다. 김수석 한국농촌경제연구원(원장 김홍상, 농경연) 명예선임연구위원이 소개한 바 있는 스위스의 농지보전제도를 잠시 살펴보자.

양적 보전 측면에서 볼 때, 스위스는 전 세계에서도 몇 안 되는 ‘농지총량제’ 실시 국가다.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스위스는 농지 총량 보전 목적으로 ‘윤작면적 실천계획(FFF)’을 시행 중이다. FFF 계획은 작물재배 농지의 총량 보전을 통한 식량자급계획의 물적 기반 확보를 목표로 한다.

FFF 계획을 위한 면적 확보는 1990년도 식량계획부터 시작됐다. 스위스 연방공간개발청은 각 자치주(칸톤)별 통계조사를 기초로 FFF 확보면적을 총 43만8,460ha로 결정했다. FFF 계획 대상농지는 다른 용도로의 전환이 엄격히 제한된다. 그 보상으로 FFF 대상농지는 식량안보직불금의 주된 대상이 된다. 이와 별도로 FFF 대상농지에 대한 보상이 스위스 연방정부와 각 칸톤 차원에서 진행 중이다.

1992년 FFF 계획 실시 뒤 30년 가까운 기간 동안 총량제 면적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이는 칸톤별로 할당된 면적을 개별 칸톤들이 잘 유지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 눈여겨볼 것은, 스위스는 농지의 ‘질적 보전’ 노력도 기울인다는 점이다. FFF 계획 이름에 윤작, 즉 ‘돌려짓기’란 단어가 들어간다는 게 중요하다. 돌려짓기는 직불금을 받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직불금 수령 조건에 해당하는 ‘생태적 영농능력 증명’에 따르면, 3ha 이상의 작물 재배농지는 연간 최소 4가지 이상의 작목이 돌려짓기로 재배돼야 한다.

‘생태적 영농능력 증명’ 항목엔 그 밖에도 △비료 사용 시 과다한 질소·인 사용 제한 △경작농지 일부의 생물다양성 촉진토지 전환(보유농지의 7% 이상) △농약 사용 시 목표지향적 선택과 제한적 사용 추구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김 연구위원은 스위스 농지보전제도를 소개하며 “현재 우리나라는 농지가 해마다 지속적으로 감소해 농지보전 차원에서 매우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다. 2019년 현재 농지면적이 158만1,000ha로 2010년 대비 13만4,000ha가 감소했다”면서 “스위스 FFF 계획과 같은 농지보전 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혼농임업 통한 농지보전·생물다양성 강화

그렇다고 돌려짓기 등의 생태친화적 농업방식을 농민에게 ‘강요’할 순 없다. 농민 참여 ‘유도’가 중요하다.

안현진 농경연 부연구위원은 지난해 11월 ‘세계농업’에 소개한 <환경지불금(PES)이 혼농임업 프로젝트에 미치는 영향평가 : 코스타리카 사례>에서 혼농임업을 통한 코스타리카의 농지보전, 생물다양성 강화 노력을 언급했다.

중앙아메리카의 ‘생물다양성 강국’ 코스타리카는 환경지불금(PES) 제도를 통해 생태계 보전 노력을 기울이는 농민에게 경제적 보상을 지급한다. 특히 코스타리카에선 기존 축산 시스템을 개선한 혼농임업(농업 또는 축산업과 임업이 혼합된 방식) 시스템의 도입을 시도 중이다.

혼농임업 과정에서 심은 수목은 황폐화된 목초지와 비교해 ha당 114~143톤의 탄소를 격리하며, 장작·목재·과일·그늘·동물사료·바람막이·야생동물 서식지 등의 다양한 이점을 제공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또한 수목은 그늘을 형성해 열 스트레스를 줄이고 온도를 약 3℃ 낮추는 등 기후위기 문제에도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다.

이와 관련해 코스타리카 정부가 지난 2003~2007년 시행했던 ‘생태계 관리를 위한 통합 혼농임업 프로젝트’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당시 코스타리카 정부는 해당 프로젝트와 PES의 연계를 통해 축산농가들이 전통적 축산 방식 대신 혼농임업을 채택하도록 유도했다. 이 프로젝트는 혼농임업 시작을 위한 초기비용이 많이 드는 단점을 보완하고자 실시했다.

프로젝트 참여농민들은 목초지에 수목을 식재해 가축들의 쉼터와 생울타리를 조성하는 걸 선호했으며, 프로젝트 종료 뒤에도 대체로 혼농임업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 부연구위원은 “PES와 연계된 혼농임업은 농장의 생산성 향상뿐 아니라 환경적 가치 증진에도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며, 쇠퇴하는 전통 축산업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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