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독자귀촌 성행시대

  • 입력 2021.03.01 00:00
  • 기자명 구점숙(경남 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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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점숙(경남 남해)
구점숙(경남 남해)

이 봄, 몇 가구 안 사는 우리 마을에 건설의 소리가 끊이지를 않습니다. 집을 수리한다, 터를 새로 다진다 하여 중장비들이 분주합니다. 노랫말처럼 멀리 사람 듣기 좋고 곁의 사람 보기가 좋지요. 마을에 새로이 이사오는 이들이 있다는 것, 그것도 한결 젊은 층이 오게 된다는 것은 마을의 미래가 있다는 것이므로 복된 일입니다. 특히 우리 마을처럼 작고도 오래된 마을은 두말할 것도 없지요. 한동안 나가는 사람은 있어도 들어오는 사람은 없었는데, 반대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뜨문뜨문 있습니다. 어라 그런데 단독 귀촌? 그렇습니다. 퇴직 후 고향을 택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대저 부부로 연을 맺고 사는 여러 까닭 중 하나는 삶의 마디마디 외로움을 서로가 달래주고자 함이 아니던가요? 사실 살다 보면 외로움은커녕 괴로움만 안겨줄 때가 많지만 그래도 부부 중심으로 살아온 세대들에게는 부부가 한 공간에 머물면서 희로애락을 나누는 것을 보통의 정서로 여깁니다. 그런데 제법 나이든 귀촌을 혼자만 하는 까닭이? 아마 여럿 있을 것입니다. 속속들이 남의 살림을 알 수도 없거니와 굳이 말할 이유도 없이 각자 선택한 삶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겠지요. 전적으로 동의하고, 가구 구성에 다양한 형태가 있으므로 그 자체로 존중해야 하는 것이고, 이러쿵저러쿵 말하지 않는 것이 성숙한 시각이겠습니다. 다만 아전인수격으로 해석을 해볼 부분이 있어서 굳이 덧살을 붙여 봅니다.

여성들에게 농촌 생활은 그다지 매력적일 수가 없을 것입니다. 특히 귀향의 경우는 더더욱 그렇겠지요. 앞집 건넛집 죄다 집안이고 호칭도 형님, 숙모, 질부 등등 지금은 기능도 하지 않는 씨족공동체의 정서와 문화가 유독 여성들에게만 많이 적용됩니다. 또는 굳이 강요하지 않지만, 가족이나 공동체에 대한 동일시 또는 감정이입을 잘 하는 여성들이 관계유지의 짐을 많이 지는 문제와도 연결됩니다. 돌봄까지는 아니어도 챙김을 잘 해야 인정을 받게 되는 것이지요. 여자가 잘 들어와야 집이 잘 된다는 말, 여자 하기 나름이라는 말로 짐 지운 굴레가 알게 모르게 작동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도시의 사람에게는 응당 그러려니 하는 것들이, 농촌에 사는 순간부터는 평가의 잣대가 딱딱 달라지는 놀라운 기술은 어떻게 섭렵했는지 참 신기할 따름입니다.

최근 고향 후배가 농촌 며느리들에게는 월 100만 원 이상의 며느리 수당을 주어야 한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근자에 들었던 말 중 가장 충격적인 제안입니다. 그것도 남성의 제안이라니, 허경영도 아니면서 말입니다. 전업주부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가 연 2,000만원 수준이라고 했던가요? 그처럼 꼼꼼하게 분석한 것은 아녀도, 농촌의 며느리들이 감당하는 그 부담감을 수치로 계산했을 때, 월 백은 넘는 것이라고 아내의 삶을 유심히 들여다본 끝에 내린 주장인가 봅니다. 아닌 게 아니라 주변의 농촌 며느리들이 겪는 심리적 육체적 고단함이 얼마나 큰지 어떻게 말로 다 할 수가 있겠습니까? (시어른들도 힘들다구요? 암요, 우리 사회가 그래요, 가족공동체라는 이름으로 서로에게 요구가 너무 많아서 그런 것이니 더 유심히 살펴봐야 하는 것이겠지요.) 하나같이 힘들다고, 근데 해결할 수가 없다고 한숨을 푹푹 내쉽니다. 제아무리 세상 살기 좋아졌다 해도 근원적으로 달라지지 않는 이것, 다 팔자소관일까요? 농촌에서 시어른과 사는 며느리들을 심층 연구 조사해서 사회적인 대책이 수립 가능한지 유심히 살펴봐야 할 내용입니다. 수당이든 유급휴가든 뭔가 대책을 찾아봐야 할 것입니다. 고부문제는 기본이고 그게 아니더라도 농촌 지역사회에서 여성들의 삶이 결코 녹록지 않음을, 독자귀촌이 말해 준다고 이리 길게 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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