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앞으로도 김치가 한국 음식일까?

  • 입력 2021.03.01 00:00
  • 기자명 안경아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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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아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
안경아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

 

“지난 24시간 동안 당신은 무엇을 먹었습니까?”

이는 24시간 회상법으로 식품 섭취량을 조사하기 위한 질문이다. 한국인의 식품 섭취량 순위는 1위 멥쌀, 2위는 우유, 3위는 배추김치인 것으로 나타난다.

11종의 김치류 섭취량을 합하면, 김치류는 멥쌀 다음인 2위로 올라선다. 한국인은 채소 섭취량의 35.2%를 김치류로 섭취하고 있기도 하다. 한국인의 식생활이 서구화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밥과 김치는 우리 식생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김치는 절인 배추를 고춧가루 양념과 버무린 음식이다. 한반도 지역에 살았던 사람들이 고추가 들어간 김치를 임진왜란 이후에 먹었는지 아니면 그 이전부터 먹었는지에 대해선 논란이 많다.

그런데 상당히 오랜 기간 한반도 지역에 살았던 폭넓은 대중들이 김치를 먹어온 것만큼은 사실이다. 4계절이 뚜렷한 지역에서 채소를 장기간 섭취하기 위해 김치를 담가 먹은 것이다. 김치 제조법의 차별성은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아 2001년에는 국제식품규격(CODEX)으로 등록되기도 했다.

지금까지 김치는 한국 음식이었지만, 앞으로도 그러할까?

국민 1인당 김치 섭취량은 감소하고, 김치를 담가 먹는 가정은 줄고 있다. 한편, 김치 시장에서 중국산 김치 수입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5년~2019년 간 국내산 김치 판매량은 연평균 6.9%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중국산 김치 수입량은 연평균 8.1% 증가했다. 2015년 한-중 FTA 발효 이후, 구입 김치 시장의 성장을 중국산이 빠르게 채워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산 김치는 음식점뿐만 아니라 가정 소비도 공략하고 있다. 중소형 마트와 온라인에서 중국산 소포장 김치가 팔리고 있다. 중국산 김치의 품질도 날이 갈수록 높아져 국산보다 높은 가격에 유통되는 사례도 나타난다.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저렴한 중국산 김치를 수입해 먹고, 김치 수출에 매진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김치 수출액이 사상 최대를 달성했다는 2020년 지난해조차도 김치 무역수지는 791만5,000불(약 88억원) 적자다. 김치 수입량은 28만톤인 반면, 수출량은 수입량의 1/7에 불과한 3.8만톤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치 수출을 확대하고 싶은 기업은 아예 현지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K-문화 열풍과 코로나19 확산으로 김치 수출량이 증가하자, 대상은 중국의 3번째 공장과 미국 현지공장을 설립 중이다. 대상은 매출 1위 브랜드인 종가집 김치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수출용 김치의 현지 공장 생산과 중국산 수입량 증가가 우리 농업에 끼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김치 생산에 필요한 중간재인 무, 배추, 마늘, 고추, 양파 등의 국내 수요량 감소를 의미한다. 무, 배추, 양파, 마늘 등의 가격이 매년 돌아가며 폭락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농민들은 해마다 어떤 작물이 괜찮을까 고민하며 시름이 깊어진다.

앞으로 김치 포장지에서 ‘Made in Korea’보다 ‘Made in China’를 더 많이 볼 수 있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시간이 흘러 김치가 중국의 파오차이(泡菜)에서 비롯됐다는 발언이 정설이 되지 말란 법 있겠는가?

김치가 한국인들이 즐겨 먹던 중국산 식품으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다양한 김치를 한국의 어디서든 구입할 수 있고, 그 김치가 세계로 판매하는 시대가 열릴 것인지는 국민들의 김치 소비에 달려있다.

김치도 발효식품인데 와인과 치즈처럼 지역마다 다른 풍미를 나타내는 발효식품을 맛볼 수 있도록 김치산업 생태계 조성은 불가능할까?

지역의 농업과 김치 제조가 연계된 푸드플랜 설계는 불가능할까?

공공급식에서 지역산 김치를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조례는 불가능할까?

생산 촉진보다 국내산 소비를 촉진하는 정책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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