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농민 울리는 세균성 전염병, 어떻게 대응하나

소 브루셀라병·결핵병 만성화 … 현장 불안 높아
근본적 해결 찾으려면 지역현장 방역기반 강화부터

  • 입력 2021.02.21 18:00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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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지난해 한우 가격이 호조세를 보였지만 몇몇 농가들은 그 수혜를 받지 못했다. 소 브루셀라병과 결핵병이 농장을 덮쳤기 때문이다. 2종 법정전염병에 등록된 두 세균성 질병은 오랜 기간 소 사육농가를 괴롭혀 왔다. 현장에선 방역정책을 다시 점검해 청정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브루셀라병을 두곤 백신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본지는 농림축산검역본부(본부장 박봉균) 관계자들을 통해 이 병의 특징을 알아보고 대응방안을 모색해 봤다. 최근의 논쟁이 축산농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발전하길 바란다.

만성화된 가축전염병인 브루셀라병과 결핵병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인수공통전염병이기도 한 두 질병의 청정화는 축산방역의 묵은 숙제들 중 하나다. 근본적인 해법을 찾으려면 지역 현장의 방역기반부터 단단히 만들 필요가 있다.

국가가축방역통합시스템(KAHIS) 통계를 보면 브루셀라병은 지난해 209건이 발생해 2018년 124건, 2019년 107건과 비교해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지난달에도 16건이 발생했는데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번져나가는 양상을 보여 인근지역 한우농가들의 불안이 높아지고 있다. 한 한우농민은 지난해 12월 청와대 국민청원에 “브루셀라병 위험 지역 백신접종을 허가해달라”는 하소연을 올리기도 했다.

현 검사방법, 잠복감염 검출 한계

브루셀라병은 감염된 임신우의 출산 및 유·사산 시 배출되는 분비물에 의해 감염된다. 농장 간 전파의 가장 큰 요인으로는 잠복감염된 동물의 입식을 꼽는다. 검역본부 세균질병과 관계자는 “실험실적 유전자 분석 결과에서 각각의 집중발생 지역이 모두 동일한 유전자형으로 확인됐다”면서 “지역내 순환감염이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브루셀라병은 해외에 백신이 개발됐으며 과거 국내에서도 백신접종이 추진된 바 있다. 검역본부는 현 시점이 백신 접종 단계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세균질병과 관계자는 “세계동물보건기구(OIE) 전문가들은 발생률이 1~5% 이하면 백신정책보다 살처분 정책을 권고하고 있다”면서 “2019년까지 0.5% 수준이던 발생률이 지난해 0.9%로 올라가긴 했으나 백신을 접종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브루셀라병 청정화가 어려운 이유 중엔 현재 개발된 혈청검사법으로는 잠복감염까지 검출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 브루셀라균은 최대 6~8개월까지 상온에서 생존할 수 있는 걸로 알려져 발생농장의 동거우 검사가 확산방지에 중요하다.

세균질병과 관계자는 “동거축 반복검사로 감염 동거우를 검출하고 있으며 해외에선 거세우는 검사대상에서 제외하기도 하는데 우리는 발생농장과 역학상 관련농장(발생농장 반경 500m)은 거세우도 검사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브루셀라병 감염 경로 중 경구 감염이 많아지면서 거세우도 안전하다고만 볼 수 없어 보다 강화된 방역조치가 논의될 필요는 있다.

또다른 검역본부 관계자는 “철저한 소독과 차단방역이 중요하다. 특히 임신우 관리가 관건이다. 브루셀라균은 임신 후반기에 증식되기에 그 시기가 되면 격리해서 관리해야 한다”면서 “농가가 방역관리의 중요성을 체감하도록 하는 교육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역에서 신속한 검사가 이뤄지도록 현장 인력을 확충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자체 검사 인력도 증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검역본부는 브루셀라병 진단법 개발 연구, 분자역학적 분석 기법 개발 연구 등을 진행 중이며 올해부턴 다발지역 또는 신규 유입지역에 대한 분자유전학적 상관관계를 분석해 이를 방역에 활용하는 후속과제를 진행할 계획이다.

검사 대상 늘리고 싶지만…

가축 결핵병은 백신도 없기에 브루셀라병보다 더 까다로운 질병이다. 지난 2016년 한우 이동 전 결핵병 검사증명서제도가 도입되면서 검출 빈도가 증가해 2019년엔 443농가 4,107두의 소에서 발생했다. 지난해엔 그나마 299농가 2,997두로 발생규모가 줄어들었다.

소 결핵병은 감염후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리는 등 잠복기가 들쭉날쭉하다. 주요 증상으로 착유량 감소, 기침, 설사, 쇠약 등이 꼽히지만 눈에 띄는 증상이 없는 경우도 많아 농장주가 발견하기 쉽지 않다.

현재는 12개월령 이상인 소만 거래시 결핵병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2019년 한우질병방역협의회에서 가축시장에 출하되는 6개월 이상의 소로 검사대상을 확대하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아직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세균질병과 관계자는 “KAHIS 통계를 보면 2019년도 결핵 검사두수가 약 115만두였다. 같은해 축산물품질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당시 6~12개월 소의 거래두수가 약 44만두였다. 즉, 업무량이 약 40% 늘어난다는 뜻이다”라며 검사인력과 예산이 확대돼야 가능하다고 전했다.

‘가축방역은 제2의 국방’이라고 불린다. 당장의 질병 발생률은 여러 요인에 따라 오를 수도 내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일선 현장의 방역 기반이 허약하면 청정화는 구호로만 남을 것이다. 농장방역도 중요하지만 살펴봤듯 축산농민 개인의 손을 벗어난 범위에선 국가가 책임져야 할 몫이 있다. 한우가격이 호조를 보이는 지금, 애써 키운 소를 잃고 싶은 농민은 없을 터다. 일선현장의 방역기반 강화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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