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명절증후군 예방, 줄이고 나누고 배려로

  • 입력 2021.02.21 18:00
  • 기자명 허영태(포항 허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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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태(포항 허한의원 원장)
허영태(포항 허한의원 원장)

명절증후군이란 설날, 추석 등 명절 때 육체적 과로로 인해 손목, 허리의 근육통, 피로, 몸살을 앓는 것을 말합니다. 나아가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두통, 우울감까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요즘은 과거처럼 과식으로 위장장애, 소화불량이 생기는 경우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필자는 오늘 이 글에서 명절증후군으로 인한 근육통, 정신적 스트레스의 치료에 관해 얘기하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전을 부치고 고기를 굽는 근육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듯 명절증후군을 치료하는 방법이 특화되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명절증후군이라는 현상이 요즘 새로 생긴 것도 아니고 우리나라에서만 너무 별나게 요란을 떠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나아가 명절증후군을 예방하는 방법도 생각해보려 합니다.

설 명절의 기원은 신라시대 왕에게 새해를 축하하는 의례였다고 합니다. 시대가 흘러 설 명절과 추석은 조상에게 차례를 올리고 성묘를 하는 날로 여겨지게 됩니다. 명절에 일가친척들이 모여 서로 안부를 묻고 음식을 나누는 것 자체는 아주 좋은 것입니다. 하지만 음식준비를 여성들만 도맡아하고 만나는 과정에 스트레스가 쌓인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다소 도발적인 문제제기가 될 수 있으나 지금껏 명절은 원래 수평적 모임이라기보다 수직적 만남을 전제로 합니다. 조상분들에게 차례를 지내고 촌수를 따지다 보면 위아래가 결정됩니다. 평소 밥상 위 반찬 위치를 어디다 둘지 생각해본 적도 없는데 차례상에는 홍동백서(붉은 과일은 동쪽, 흰 과일은 서쪽), 좌포우혜(서쪽 끝에 포, 동쪽 끝에 식혜) 등 음식도 순서에 맞게 놓아야 한답니다. 이러다 보니 요즘 윗세대분들도 양성평등의식이 아주 높아지셨고 특히 젊은 부부의 가사분담은 상당히 잘 이루어짐에도 불구하고 명절만 되면 양상이 달라집니다.

다음으로 명절증후군이 한국병이라는 분도 계신데 그렇지 않습니다. 서양에서도 ‘홀리데이 블루스(Holiday blues)’라 하여 전미심리학회에서는 정식으로 명명해놓고 있습니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사람들이 모이면 좋은 점도 있으나 스트레스가 쌓일 수 있는 것은 인지상정이겠지요.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고 합니다. 명절증후군으로 인한 근육통은 동네 한의원에 가서 며칠 치료하면 됩니다. 하지만 명절증후군이 일으키는 스트레스에 대해서는 달리 접근해볼 필요도 있습니다.

일을 줄이고 나누어야 합니다. 그 방법으로 지금까지 음식을 준비했던 사람 말고 다른 사람이 전부 준비해보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시아버지가 준비할 수도 있고 남편이 준비할 수도 있습니다. 시중에 파는 것도 많으니 사서라도 준비해보는 것입니다. 직접 음식준비를 하거나 사더라도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막상 전 몇 장 구매하려 해도 몇만 원 합니다. 비싼 돈 들여 사먹는 명절음식 맛이 좋으리란 보장도 없습니다. 이쯤 되면 명절음식 준비가 간단한 일이 아니란 걸 느낄 것입니다. 여기서부터 일을 줄이고 나누자는 얘기가 시작될 수 있겠지요.

다음으로 명절에 대한 패러다임 자체에 대한 변화도 필요합니다. 돌아가신 분들을 모시는 비중보다 살아계신 분들과 함께 정을 나누는 자리를 더 늘리는 것입니다. 처지와 조건에 따라 간단치 않지만 가까운 곳을 여행하는 계획을 잡아볼 수도 있습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모이는 것은 필수입니다. 하지만 이 모임이 즐겁지 않고 스트레스가 더 커진다면 조치가 필요합니다. 일을 줄이고 나누고 모임의 성격을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요. 올해 설은 이렇게 지나가지만 명절은 앞으로 계속 반복됩니다. 기다려지는 명절은 불가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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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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