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농업 예산, 많다고 다가 아니다

  • 입력 2021.02.21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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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친환경농민들 사이에선 친환경농자재 직접 지원보다 농민수당이나 농민기본소득을 통한 농가 지원이 더 효율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사진은 한 친환경농가에 쌓여 있는 유기질사료의 모습. 한승호 기자
한 친환경농가에 쌓여 있는 유기질사료의 모습. 한승호 기자

각 지자체들이 친환경농업 발전을 표방하며 관련 예산을 수립·발표 중이다. 해당 분야에 수백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건 친환경농민들 입장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나, 현재의 천편일률적인 예산 편성 내역을 재구성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최근 일부 지자체의 친환경농업 예산을 보자. 전라남도(지사 김영록)의 경우 지난 1일 ‘유기농 중심의 친환경농업 육성’을 표방하며 친환경농업 육성예산 1,649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1,649억원의 사용 용도를 투입 예산이 많은 순으로 보면 △토양개량제·유기질비료 지원예산 417억원 △친환경농업단지 조성예산 350억원 △유기농업 복합타운 조성예산 180억원 △친환경농업 직불예산 148억원 △친환경농산물 인증비 지원예산 135억원 등이 상위 5개 항목이다.

이 중 친환경농업 직불예산 148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4개 항목은 생산단지 조성, 또는 생산에 필요한 투입재 지원 등 ‘생산’ 관련 예산이다. 토양개량제·유기질비료 지원예산의 경우 지난 4일 323억원이 투입되는 걸로 재발표됐지만 여전히 높은 비중이다.

전체 예산 중 ‘판로 확보’와 관련 있는 예산은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지원사업 예산 19억원인데, 이 사업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주도한다. 사실상 전남도 자체의 판로 확보 관련 예산은 없는 것에 가깝다. 한편 친환경 학교급식 계약재배 청년농가 육성예산은 6억원, 유기농가 농작물 재해보험 관련 예산은 9억원에 그친다.

한편 경상북도(지사 이철우)의 경우 지난 14일 ‘친환경농업의 생산-유통-소비 단계로 이어지는 선순환체계 구축’을 위해 11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각 분야별 내용은 △친환경 지구 조성예산 20억원 △친환경농자재 지원예산 19억원 △비대면 판로 개척 등 수요 견인예산 17억원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사업예산 16억원 △친환경농민 양성 및 인증비 지원예산 16억원 △친환경농업 직불예산 14억원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 예산 8억원 등이다.

마찬가지로 생산 관련 예산의 비중이 높으나, 그래도 경북도는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사업과 별도로 판로개척 관련 예산 17억원을 마련했다. 다만 아직 판로 확보 방안은 구체적이지 않고, 농민이 직거래로 택배를 보낼 시 택배비를 지원하는 정도의 내용이 마련됐을 뿐이다.

친환경 지구 조성예산 20억원의 경우 안동·상주·성주에 친환경농업 생산기반을 조성할 목적으로 편성됐다. 안동시엔 벼 도정시설을, 상주시엔 구근류·채소 재배단지를, 성주군엔 유기농 참외단지 및 유기농 참외 선별장을 건립한다는 게 경북도의 초기 계획이다. 시설 구축은 명확한 판로 구축 작업과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경북도는 우선 친환경농민에게 필요한 시설을 구축한 뒤 판로를 점차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유기질비료·토양개량제 등 농촌진흥청 유기농자재 목록 고시 농자재 위주의 지원책에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김오열 충남친환경농업협회 정책위원장은 “충남은 올해 유기질비료·토양개량제 지원 예산이 각각 172억원과 122억원인데, 국비와 연계돼 예산이 지원된다”며 “이 과정에서 농자재 지원을 통해 농민의 농사 과정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 생태적으로 얼마나 개선이 있었는지 등을 살피는 모니터링이 필요한데, 아직까지 이에 대한 현장 모니터링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충남친환경농업협회는 올해 생산위원회를 구성해, 자체적으로 농민들이 어떤 농자재를 쓰는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효과 또는 문제점은 무엇인지 조사할 계획이다.

김 정책위원장은 “중장기적으론 외부투입재 중심의 친환경농업 지원정책을 넘어설 필요가 있다”며 “유기농 원칙에 맞게 각 지역 내 자원을 활용하는 농사, 농자재를 자가제조해 짓는 농사 등에 대한 실험이 다양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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