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옹성 농협, 정신 무장한 농민들이 흔들자”

[인터뷰] 이정학 전국농민회총연맹 협동조합개혁위원장

  • 입력 2021.02.21 18:00
  • 수정 2021.02.21 18:58
  • 기자명 박경철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지난 1월 전국농민회총연맹 협동조합개혁위원장(전농 협개위원장)을 맡게 된 이정학 전농 충남도연맹 협개위원장. 1990년 축산 농민이 된 후 전농 회원이 되며 농민운동을 시작한 그는 평소 회원들에게 “아스팔트 농사만 지을 게 아니라 농협 갈아엎는 농사도 지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그만큼 농협이 농업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충남 보령에 위치한 서해농장에서 이 위원장을 만나 향후 전농 협개위 활동 방향과 포부를 확인했다.

- 전농 협개위원장을 맡게 된 소감은?

많은 농민단체가 행정의 정책자금을 받는데 혈안이 돼 있다면 전농은 우리 농업과 농민 권익 확보에 순수하게 앞장서 왔다. 농협 개혁도 마찬가지다. 특히 지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전농 협개위가 왕성하게 활동했는데 이 흐름을 이어 다시 재시동을 걸고 있다. 부족하지만 회원들의 참여 속에 전농이 추구해야 할 농협 개혁의 상을 다잡고 실질적 개혁으로 구체화했으면 한다.

- 농협 개혁의 뜻은 언제부터?

농민회 활동을 하면서 도드람양돈농협 대의원과 이·감사도 하고, 조합장 출마도 했다. 비록 낙선했지만. 그러면서 농협에 대한 인식의 폭을 넓혔고, 지역농협은 물론 농협중앙회 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농협 개혁을 강조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물론 농협이 괴물처럼 커진 까닭에 개혁이 쉽지 않아 지금의 농협을 해체하고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도 있다.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생각이다. 우리 농업이 어렵다고 포기할 수 없는 것처럼 농협 개혁도 포기하지 말고 이어가야 한다.

-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농특위) 좋은농협위원회 위원도 맡고 있다.

지난 2019년 전농의 추천으로 맡게 됐다. 이번 달로 농특위 좋은농협위원회가 종료된다. 이 시점에서 되돌아보면 농협 본연의 역할인 경제사업 활성화보다는 지엽적인 제도 개선에 치중한 것 같다. 또한 전농이 농협 개혁을 조직적으로 준비하고 참여했다면 논의의 중심에서 전농이 구상한 방향으로 이끌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 면에서 아쉬움이 많다. 하지만 농협 개혁이 문재인정부에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차기 정권에서 농협 개혁이 계속될 수 있도록 전농에서도 협개위를 재활성화하고 부단히 준비해야 한다.

- 농협 개혁에 대한 구상은?

농협중앙회가 이렇게 커졌으면 볏값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도 마찬가지다. 궁극적으로 농산물의 안정적 생산으로 자급률을 높이고, 농가소득도 보장하는 역할을 농협이 주도해야 한다. 정부 눈치만 보고 정치권에 휩쓸릴 일이 아니다. 그러려면 지역농협에서부터 개혁의 바람이 불어야 한다. 이 연장선에서 조직과 교육, 투쟁사업, 연대활동을 중심으로 올해 활동계획을 준비했다. 핵심은 전농이 추구해야 할 농협 개혁의 상을 바로 잡고 그 방향성을 갖고 농촌 현장서부터 뛸 회원들을 조직하는 일이다. 이들이 지역농협의 대의원이 되고 이·감사, 조합장이 돼 개혁을 추진하면, 이게 바탕이 돼 농협중앙회도 흔들 수 있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

제가 다 옳은 건 아니다. 토론과 교육, 회의도 하면서 전농의 농협 개혁 정책이 정리가 될 것이다. 이를 토대로 정신을 무장한 회원들이 일선농협에서 파열구를 내면 전농이 추구하는 농협 개혁이 더 확산될 수 있다. 그러면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듯 철옹성 같은 농협도 흔들리며 농협 개혁의 가시적 성과가 드러날 것이다. 그런 희망을 갖고 농협 개혁에 나설 수 있도록 협개위 활동을 추진하겠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