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기 부의장 망월동에 잠들다

300여명 추모객, 고인의 농민운동·진보정치 뜻 기려

  • 입력 2021.02.05 14:30
  • 수정 2021.02.05 14:33
  • 기자명 심증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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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심증식 기자]

고 강병기 전농 부의장의 하관식이 지난달 31일 망월동 민족민주열사 묘역에서 거행됐다.
고 강병기 전농 부의장의 하관식이 지난달 31일 망월동 민족민주열사 묘역에서 거행됐다.

강병기 전농 부의장은 지난달 14일 아침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일어나지 못하고 지난달 28일 운명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을 비롯한 진보단체와 진보정치 인사들이 영원한 농민운동가-진보정치의 버팀목, 강병기 동지 자주민주통일장 장례위원회를 꾸려 장례를 주관했다. 장례는 지난달 30일 오전 7시 진주장례식장에서 추모의 밤을 개최하고, 31일 오전 9시 30분 진주장례식장에서 발인식, 10시 30분 진주농민회광장에서 영결식, 오후 2시 518민족통일학교에서 노제, 오후 3시 망월동 민족민주열사 묘역에서 하관식 순으로 진행됐다.

31일 강 부의장의 운구는 진주에서 발인식과 영결식을 마치고 전남 담양 518민족통일학교로 이동했다. 518민족통일학교는 민중운동 지도자인 고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전 의장이 설립한 자주·민주·통일을 위한 교육기관이다. 강 부의장은 이사장으로 재임했었다. 518민족통일학교에서 치러진 노제에선 고인이 이사장으로 재직할 때 사용한 집무실과 회의실을 둘러봤다. 전국에서 온 조문객들은 영정을 뒤따르며 고인을 회고했고, 고인이 일생을 바친 농민운동과 진보정치에 헌신한 뜻을 기려 농민가를 함께 부르는 것으로 노제를 대신했다.

이어 망월동 묘역에서 하관식이 진행됐다. 하관식은 전국농민회총연맹 전·현직 의장단과 주요 간부 활동가들 그리고 민족민주운동가 등 전국에서 모인 300여명의 추모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엄숙하게 치러졌다.

양옥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은 추모사를 통해 “한평생 농민운동과 진보운동에 앞장선 고 강병기 부의장이 갑자기 우리 곁을 떠나 슬픔을 금할 수 없다. 강병기 동지는 2001년 남북농민통일대회를 성사시켜 농민 통일운동의 전기를 마련했다. 2002년에는 30만 농민대항쟁을 개최해 농민운동의 새역사를 만들어 왔다”며 고인의 활동을 회고했다. 이어 “강병기 동지는 항상 따스한 미소로 여성농민들을 대했으며 여성농민들과 함께 하고자 노력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문경식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는 “강병기 동지는 대학을 졸업하고 쉬운 길을 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길, 진보의 길을 택했다. 일생을 자주·민주·통일의 길에 헌신했다”고 추모했다.

유족인 고 강병기 부의장의 부인 김미영 전여농 경남연합 회장은 조문객들에게 “14일 쓰러진 이후 보름 동안 기적이 일어나도록 함께 기도해주시고 위로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그리고 “망월동에 오시면 잊지 말고 강병기를 찾아달라. 강병기 묘지에 풀이라도 한 포기 뽑아주시고, 소주 한 잔 그리고 강병기가 좋아하는 담배 한 대 올려달라”라고 부탁해 추모객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강 부의장은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열심히 공부해 좋은 대학 나와 좋은 직장 다니며 부모님을 편안히 모시는 것이 꿈이었다. 부산대학교 공과대학을 졸업한 강 부의장은 자신이 원하면 얼마든지 좋은 직장에 취직할 수 있었지만 농민운동의 길을 택했다. 가톨릭농민회 경남연합 총무로 농민운동을 시작해 ‘현직 전농 사무총장의 구속’이라는 농민운동의 어려운 시기에 전농 사무총장 권한대행을 맡으면서 농민운동의 중심에 서게 됐다. 강 부의장은 전농 사무총장 시절 북녘 비닐 보내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였고, 2001년 남북통일대회를 성사시켜 분단 이후 최초 남녘 농민과 북녘 농민이 만나 함께 어우러지는 자리를 만들었다. 2001년 시작된 남북농민통일대회는 2003년 2차 대회로, 2007년에는 평양에서 남북농민 상봉행사로 이어졌다. 아울러 강 부의장은 2002년 30만 농민대항쟁을 만든 주역으로 손꼽힌다. 신자유주의에 맞선 30만 농민대항쟁은 농민운동사의 전기를 마련한 대중적 농민대투쟁이었다. 그리고 강 부의장은 진보정치에 앞장서 2010년 김두관 경남도지사 시절 진보정당 최초로 광역자치단체 정무부지사로 활동했다. 이후 2012년 통합진보당 분당사태로 진보정치가 분열됐을 때 통합진보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진보정치 복원에 진력을 다했다. 2019년부터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의장, 2020년부터 518민족통일학교 이사장을 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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