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계란 수급불안 가중시킨다

“3년 불황일 때는 가만 있더니…” 산란계농가 한숨

  • 입력 2021.02.01 00:00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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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계란 수입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정부가 계란 수급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국무회의에서 계란 수입시 적용되는 관세율을 오는 6월 30일까지 0%로 인하하는 할당관세 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계란류 8개 품목, 총 5만톤(신선란 1만4,500톤, 계란가공품 3만5,500톤)에 대해 무관세 수입을 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국내공급 여력이 확대돼 설 명절 물가 안정 및 축산물 수급안정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앞서 2017년에도 고병원성 AI 확산에 일시적으로 계란수급이 불안정했던 적이 있다. 당시에도 정부는 계란 수입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농식품부 축산경영과 관계자는 “당시 1월 19일에 수입된 계란이 첫 공급됐는데 산지가격이 하락세를 보였다”며 “이번 계란 수입은 공급물량 부족분을 모두 수입으로 메우겠다는 게 아니라 급격한 가격인상을 막겠다는 의도다”라고 설명했다.

채란업계 사이에선 정부가 계란 수급불안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지난달 26일 기준 특란 10개당 계란 산지가격은 1,753원, 소비자가격은 2,239원으로 각각 평년대비 48.3%, 25.9%씩 상승했다.

이같은 통계는 평년 기준이 최근 3년간에 걸친 계란가격 부진을 감안해 해석해야 한다. 2017년 하반기에 불거진 살충제 파동과 고병원성 AI에 피해를 입은 산란계농장들의 입식이 일시에 이뤄지며 채란업계는 기나긴 불황을 맞아야 했다.

한 계란유통 관계자는 “정부가 앞장서 계란이 부족하다고 하면 소비심리를 부추길 수 있다. 가격이 계속 오를 수 있으니 지금 사야겠다는 심리를 조장하는 것이다”라며 “계란이 장바구니 물가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 커피 한 잔 값인데 정부가 과민하게 대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3년간 불황일 때는 가만 있다가 약간 가격이 오르니까 수입으로 막는다. 이러면 산란계농민들은 어쩌란 말이냐”라면서 “고병원성 AI가 잠잠해지면 홍수 입식이 일어날 것이다. 그러면 불황이 되풀이될까 걱정이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2017년 수입된 계란 중 신선란은 시장에서 외면받아 적잖은 물량이 가공용으로 빠지거나 폐기됐다. 당시엔 수입 계란의 항공운송료까지 지원했지만 올해는 제외돼 소비자가격에서 국내산과 얼마나 차이가 날지도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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