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vs 로컬푸드’ 구도 해소는 어떻게?

[ 광역지자체 먹거리계획 점검 ]⑤ - 충청북도

  • 입력 2021.01.17 18:00
  • 수정 2021.02.20 23:11
  • 기자명 강선일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선 친환경농업 확대, 그리고 농촌에서 생산된 먹거리의 공급망이 제대로 확보돼야 한다. 최근 각 지자체에서 ‘푸드플랜’을 세우는 상황에서, 이 계획이 얼마나 지역 농민들과 연계되는지 살펴봐야 할 시점이다. 각 광역지자체의 먹거리계획을 점검해 본다.

최근 충청북도 청주시에선 모 급식업체가 타 지역에서 친환경 마늘을 벌크째 들여와 학교급식에 납품해 지역사회가 시끌시끌했다. 해당업체는 타 지역에서 1kg당 1만500원에 사들인 마늘을 청주 학교급식엔 1kg당 1만4,500원에 납품했다는 게 지역 농민들의 이야기다.

그 과정에서 친환경인증 마늘이든, GAP 마늘이든, 일반마늘이든 정작 청주의 마늘농가들은 사실상 소외당하는 상황이다. 청주의 한 친환경 마늘재배 농민은 “올해 코로나19로 학교급식이 중단되거나 파행운영되면서 지역 내에서의 마늘 판로가 사실상 사라졌다”며 “학교급식 정상화만 바라볼 수 없는 상황이라 어떻게든 별도의 직거래 판로를 뚫고자 지난해 내내 고생했다”고 토로했다.

지역에서 그 지역의 먹거리가 소외되는 상황의 극복은 충북 먹거리계획 수립 과정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하나이다. 한 충북 먹거리운동 관계자는 “‘친환경(먹거리)’과 ‘로컬푸드’를 구분지어 접근하는 현재의 먹거리정책 하에선 친환경농산물 공급만 신경 쓰다 정작 지역 농민들이 생산한 먹거리가 소외될 수도, 역으로 지역먹거리 공급에만 집착하다 ‘친환경농업 도모’라는 내용을 잃게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먹거리계획에 ‘자원순환’ 내용 필수

2018년 5월 충북 옥천군 옥천살림협동조합 로컬푸드 매장에서 주교종 당시 옥천군농민회장이 직접 생산한 토마토를 매대에 진열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2018년 5월 충북 옥천군 옥천살림협동조합 로컬푸드 매장에서 주교종 당시 옥천군농민회장이 직접 생산한 토마토를 매대에 진열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따라서 푸드플랜 추진 과정에선 ‘친환경먹거리’와 ‘로컬푸드’를 구분지어 접근하는 방식을 넘어, 점진적으로나마 ‘로컬푸드’를 ‘친환경먹거리’로 농민들이 바꿀 수 있게 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 중 하나가 자원순환 체계의 구축이다.

예컨대 옥천군 푸드플랜 추진 시민사회는 현재 ‘자원순환 조례’ 제정을 구상 중이다. 주교종 충북먹거리연대 상임대표(옥천살림협동조합 상임이사)는 “지역 친환경농사에 들어갈 투입재는 해당 지역에서 확보, 순환될 수 있도록 만들자는 게 목표”라며 “옥천군 퇴비나눔센터 등과의 논의를 통해 방치축분 문제도 해결하고, 지역자원을 활용해 단작 중심의 기존 농업체계를 벗어나 돌려짓기 등 자원순환형 농업을 확대시키자는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즉 자원순환 체계 구축을 통해 지역 차원에서 중장기적으로 농민들의 친환경적 영농방식을 늘리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자원순환 내용이 지역 먹거리계획에서 빠진다면, 지금과 같은 ‘로컬푸드 vs 친환경’ 구도는 영영 해소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구슬을 꿰어 보배로 만들 ‘사람’ 키워야

현재 충북도(지사 이시종)는 푸드플랜 추진내용 중 하나로 먹거리통합지원센터 건립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괴산군이 첫 먹거리통합지원센터 설립지역으로 선정돼, 올해 8월까지 괴산군 괴산읍 대제산업단지 내 부지에 센터를 만들어 내년 3월부터 본격 운영할 예정이다. 2025년까지 총 10개의 먹거리통합지원센터를 각 시·군에 세우겠다는 게 충북도의 입장이다.

시·군 먹거리통합지원센터(또는 공공급식지원센터)의 설립은 충북 내에서 지역먹거리가 선순환하도록 만든다는 측면에서 간과할 수 없는 과제다. 다만 먹거리통합지원센터는 ‘꿰어야 보배’인 ‘서 말 구슬’이다. 즉 시설 구축이라는 하드웨어적 측면 뿐 아니라, 먹거리통합지원센터에서 돌 수 있는 지역먹거리를 체계적·친환경적으로 늘리기 위한 기획생산체계 구축, 그리고 먹거리통합지원센터에서 활동하며 충북의 먹거리계획에 대한 일을 주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의 육성이 과제로 대두된다.

지난해 충북먹거리연대가 만들어진 것도 ‘충북도민의 먹거리 기본권 확보’ 및 ‘먹거리 문제 해결을 위한 주체 형성’ 등의 목적으로 충북 농민·시민사회가 모였기에 가능했다. 충북먹거리연대와 이상정 충북도의원은 현재 ‘충북 먹거리기본조례’ 제정을 준비 중이다.

주 상임대표는 “푸드플랜의 실현은 농민을 비롯한 지역사회 내 먹거리 관련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모여 민주적으로 논의하고 합의점을 도출함으로써 가능하다”며 “옥천의 경우 지역사회 차원에서 식농교육, 푸드플랜 활동가 양성활동 등을 통해 더 많은 지역민들이 푸드플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 밝혔다. 현재 옥천군, 괴산군 등지의 지자체에선 지역민들이 주체적으로 푸드플랜 설계에 나서고 있다.

김남운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북도연맹 정책위원장은 향후 푸드플랜 수립 과정에서 “충북과 각 지자체의 먹거리정책을 설계할 수 있는 지역사회 일꾼들을 육성해, 농가정보시스템 구축을 통한 지역 내 생산·유통정보의 수집과 정리 등의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말하자면 구슬을 꿰어 보배로 만들 ‘사람’의 육성이 충북 푸드플랜의 성패를 판가름한다는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