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해결해야 할 농정과제는

[농정현안 온라인 좌담회]

  • 입력 2021.01.15 15:55
  • 수정 2021.01.17 23:52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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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문재인정부 임기가 딱 1년 남았다. 농정 틀을 전환하겠다는 대통령의 공약은 아직 첫 발도 못 뗀 상황이다. 지난해 공익직불제가 도입됐으나 이전 직불제의 변형판일 뿐 직불제 중심의 농정으로 전환할 채비를 갖춘 것은 아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올해 4월 보궐선거가 치러지고 이후 대선정국으로 전환되는 이 시기가 농정전환의 실마리를 푸는 마지막 골든타임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올해 꼭 해결해야 할 농정과제는 어떤 것이 있는지 지난 12일 온라인 좌담회를 열어 열띤 논의를 했다.원재정 기자

※<한국농정>은 각 분야 전문가들과 농정 의제별 좌담회를 두 달에 한 번씩 개최하고 이를 지상중계 합니다.

심증식 편집국장(사회) : 올해 꼭 이뤄야 할 농정과제를 말하기 전에 문재인정부의 지난 4년 농정 성과와 과제부터 정리하고 시작했으면 한다.

문재인정부 농정개혁 ‘용어’만 좋았다

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 희망을 줄 수 있고 기대를 할 수 있는 정책용어들은 좋았으나 딱 거기까지다. 이전 정부에서 하지 않았던 농정틀 전환 같은 말은 굉장히 의미있지만 정책화 되지 않았다. 이 정부가 성과로 내세우는 공익직불제만 봐도 ‘공익’을 확대하려면 선택형직불제 방안이나 예산확보가 뒷받침돼야 한다. 논의는 여기저기서 많이 하고 있으나 정작 농림축산식품부 내부에선 고민이 없다는 게 문제다. 코로나19, 이상기후 문제에 농민대책이 전혀 없었고, 신재생에너지 추진방향이 되레 농지를 잠식한 것도 비판지점이다. 전농 내부에서 농정평가를 진행하고 있는데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가 ‘빛 좋은 개살구’다.

오순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 : 문재인정부 농정은 ‘불통’과 ‘무관심’으로 대표된다. 대통령 입에서 농업·농촌·농민 얘기가 나오지 않고 추경예산에 농업은 빠진 부분, 그린뉴딜에서 농업이 배제되는 상황 등이 무관심의 증거다. 심지어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조차 대통령과 소통이 안된다는 문제가 있으니 청와대 내부의 농업무관심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대농과 소농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직불제 개편이나 농안법(도매시장개혁 관련) 개정 문제로 농농 간 갈등을 키운 것도 정부가 부추긴 셈이다. 반면에 외부 조건들은 농업의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다. 코로나19의 사회적 위기의식을 비롯해 지역에서 기본소득이든 농민수당이든 예전같으면 생각지도 않은 새로운 방식들이 도출된 것이 특징이다. 문제는 정부가 미래를 대비한다면서 세운 정책들이 식량안보에 배치됐다는 점이다. 적정한 농지보존, 농어촌의 에너지전환 등이 필요한 요소인데 무분별한 개발로 얼룩졌다.

농림축산식품부에 여성농민 전담팀이 세워졌다는 것은 의미 깊은 일로 꼽을 수 있다.

김호 단국대 교수 : 완전하지 않지만 공익직불제가 시행되면서 직불제 형태를 바꿔놨다는 것은 성과라고 할 만하다. 일부지만 계약재배도 확대됐고, 코로나19로 중단된 학교급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친환경농산물을 각 가정에 꾸러미로 보낸 것이라든가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사업도 의미가 있다. 반면에 농민들이 청와대 앞 단식까지 하며 얻어낸 농특위의 파행은 오점이다. 위원장의 중도사퇴를 비롯해 구성단계부터 문제였지만 농정거버넌스가 망가졌다. 대통령자문기구인 농특위가 만들어낸 정책과제가 거의 시행되지 않는 것이 증거다. 또 국가적 과제로 내세운 한국판뉴딜은 농업문제 핵심을 푸는 것이 아니라 대규모 시설 등 비농업부분의 자본과 시설 장치산업 등 대기업의 이윤을 보장해주는 방향으로 설계된 것이 아쉽다. 의무자조금을 통한 농산물 수급대책을 세운다는 계획은 다품목 소농 구조에선 어렵다고 본다. 특히 문재인정부에서도 역시 농정의 주도권이 기획재정부에 있다는 여러 정황들이 문제로 남는다.

한국농정은 올해 해결해야 할 농정과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지난 12일 온라인 좌담회를 개최했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김홍상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오순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 김호 단국대 교수, 심증식 본지 편집국장, 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한승호 기자
한국농정은 올해 해결해야 할 농정과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지난 12일 온라인 좌담회를 개최했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김홍상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오순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 김호 단국대 교수, 심증식 본지 편집국장, 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한승호 기자

김홍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원장 : 앞서 나온 얘기들을 들어보니 비판도 많지만 한편으로 기대도 컸다는 것을 느꼈다. 농정틀 전환을 직불제 중심으로 가져가겠다는 것은 정부의 일하는 방식도 바뀌어야 하는 매우 중요한 변화를 담고 있다. 하지만 아직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다. 농정성과는 진행형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필요한 추진방향은 계속 논의가 돼야 한다. 농민단체를 객체화 했다는 비판도 있으나, 이는 농민단체의 잘못도 있다고 생각한다. 가령 친환경농자재 투입을 다른 방식으로 바꾸자고 목소리가 나올 때 농민단체들이 통일된 의견을 주는 것도 필요하다. 지난 4년 농정의 성과라면 학교급식 꾸러미사업이나 바우처 도입과 같이 먹거리의 접근성을 확대하고 복지영역으로 넓힌 것이다. 농업인 삶의질과 관련해 ‘공간’에 대한 고민도 이 정부가 많이 했다. 2021년 9개 시범지구를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 하나의 결과물이다. 축산질병과 관련해 몇 년간 체계적으로 대응했으나 최근엔 아쉬운 부분도 확인된다. 정부가 모든 것을 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과거 30~40년 묵은 고착된 농정을 1~2년 안에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나온 시간과 같은 기간 지속적으로 변해야 한다. 농정개혁의 출발점을 만든 것은 성과로 두고 숙제를 푸는 데 논의를 모으는 게 우리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선택형직불제·농민기본법 … 농업의 국가책임 강화해야

심증식 : 농정성과는 완성형이 아닌 진행형이기 때문에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라는 얘기도 들었다. 그렇다면 거시적인 농정과제가 아닌 올해 어떤 문제부터 해법을 만들어야 하나.

이무진 : 김홍상 원장님의 말씀 중에 바로 잡고 싶은 게 있어서 그 부분부터 말하겠다. 생산자들의 자율성이 높아져야 하고 정부의 방향도 이렇게 가는 것이 맞지만 자조금법만 해도 강제조항이 많아서 이런 제도부터 풀어놓는 게 필요하다고 누누이 말했다. 그러나 제도는 바뀌지 않고 농민들의 자율적 역할만 강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올해 우리 정부는 식량위기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코로나에 옥죈 1년을 보내면서 전 세계는 식량문제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고 있다. 유럽도 생산비연계 직불금 농정에서 생산을 유지할 수 있는 가격안정방안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있다. 신자유주의 농정을 대체하기 위한 농민기본법(가칭)을 제정하는 것부터 필요하다. 농민에 대한 규정을 명확히 하고 생산이 지속될 농지관리, 이를 통한 안정적인 식량공급이라는 선순환을 국가의 책임 속에 강제할 수 있는 기틀이 농민기본법을 통해 구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연재해에 대한 대책도 더 실질적으로 강화돼야 한다. 올해가 위기이면서도 기회다.

김호 : 공익직불제의 개선이 필요하다. 정부가 기본직불과 선택직불로 크게 나눴는데 기본직불의 개념을 공공직불 또는 식량안보직불로 개명해야 한다. 기본직불에 청년농민직불도 추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선택직불은 공익직불로 바꾸고 포괄적인 환경개선 활동을 포함시켜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예산이다. 현재 2조4,000억원을 5년간 고정시켜놓은 공익직불 예산을 5조원까지 늘릴 수 있는 로드맵이 필요하다. 계약재배도 적극 확대해야 하는데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생산된 농산물의 수요처를 알선하는 역할을 하고 농협은 계약재배한 농산물을 유통주체에게 공급하는 역할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이상기후로 수확량이 부족해 가격이 오른다면 정부가 소비자를 설득시키는 작업도 하라. 따지고 보면 식료품비는 생활에 드는 여타 비용보다 소소할 뿐이다. 농지는 농사에 이용하도록 보전대책도 강화하고 일상화된 자연재해에 농민들이 재기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만들어 올해 안에 시행해야만 한다.

김홍상 : 공익직불제를 안착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선택형직불 확대방안이 필요하고 재정문제도 보완해야 한다. 2018년에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에서 공익직불 예산 논의를 해왔는데, 무작정 늘려달라는 것이 아니라 기존 예산에서 투입재를 줄여 5,000억원, 매년 증액되는 예산에서 5,000억원 이렇게 해서 매년 1조원을 확보하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행 공익직불제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지만, 합리적 대안을 찾아야 하고 향후 30~40년이 소요될 농정전환의 단초를 마련하는 일이다. 생산부터 유통, 소비까지 전 과정의 조직화가 필요하다. 생산단계 계약재배라든가 유통과정의 온라인 고도화 전환 등이 마련돼야 한다. 농업문제를 푸는 것은 농지를 비롯해 산적해 있다. 서너 가지 챙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고 생산부터 소비, 지역의 일상까지 다 연결돼 있다. 올해 내년, 단기간 숙제를 추가하자면, 기후변화 저출산 등 중장기 의제에 대비한 농업농촌의 모티브를 만드는 것이다. 재해보험을 고도화한다거나 지자체와 농협이 나서서 생산자 조직의 역할을 체계화 하는 것 등 생산안정방안을 찾아내는 것은 지속적이면서 놓치 말아야 할 숙제다.

오순이 : 농민들을 이른바 보조금 킬러로 만들어 놓은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후계인력을 양성한다는 명목으로 청년들에게 농업의 가치, 공동체의 가치를 배우게 하는 것보다 빚쟁이부터 양산하고 있다는 것을 정책당국이 심각하게 반성해야 한다.

정부가 모든 것을 하는 시대가 끝난다는 말은 이해한다. 하지만 농산물 수입개방과 자연재해가 상존하는 이런 막힌 길에서 국가가 책임을 높이지 않으면 무슨 답이 있는지 묻고 싶다.

올해 우리 정부가 선택형직불제와 농지문제에 해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농업농촌식품산업기본법부터 개정하자. 새 농정 틀을 만들기 위해서 농업농촌기본법을 바꾸는 것이 필수다. 농민수당이 확대되면서 더 피부로 느낀 것은 농민의 새 정의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모든 농업정책에 성인지정책을 적용해야만 한다. 주 농업종사자가 여성농민인데, 여전한 성별격차가 농촌정착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또 국가먹거리전략을 세워서 농민 뿐 아니라 국민 전체가 지속가능한 먹거리 체계 구축을 지원하는 해가 됐으면 한다.

심증식 : 못다 한 얘기 있으면 짧게 한마디씩 해주시면 좋겠다.

김홍상 : 올해는 정부가 마무리를 잘 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국민들의 농업에 대한 관심을 추동하고 정책집행주체와 현장, 이 가운데 있는 국책연구원의 역할을 잘 해나가겠다. 무엇보다 서로에 대한 격려와 역량을 집중해 주는 힘이 필요하다.

김호 : 농업을 둘러싼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긴 어렵지만, 공공영역을 확대하면 상당한 효과가 있다. 그리고 농식품부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대안을 만드는 ‘현장농정’을 해 주길 바란다.

오순이 : 여성농민 정책으로 정리하고 싶다. 여성농민건강특화사업이 지난해 시범사업 이후 올해 사라졌다. 후계인력을 확보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현재 농업을 지키는 주체들을 잘 챙기는 일이 더 핵심이다.

이무진 : 문재인 대통령이 농업에 관심이 없다는 얘기를 믿지 않는다. 대통령이 전남에 방문했을 때 양파값을 걱정했고, 청와대 인사들에게 근본대책을 만들라는 지시도 있었다고 들었다. 의무자조금을 통한 수급혁신 안은 이 과정에서 나왔다. 그러나 대통령의 관심을 청와대 정무라인을 비롯해 농정관료들이 실질적인 정책으로 내오지 않은 것이 병폐다. 지방분권도 시급히 추진돼야 한다. 주요 농산물 수급조절에 지자체가 주체가 되고 중앙정부가 보조한다면 문제해결이 훨씬 수월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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