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여주시농민회·여성농민회·친환경농업인연합회 등으로 구성된 여주시농업인단체협의회는 지난 5일 ‘최저수매가 7만6,000원 보장’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해 발생한 여러 재해로 벼 수확량이 대폭 감소한 데다 미질 저하까지 발생하며 그 피해가 증폭된 데 따른 것이다.
여주시 전체 7,800ha의 농지에서 9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예상했지만 240억원 이상의 피해를 봤다는 게 협의회의 입장이다.
협의회에 의하면 여주시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여주시농협통합RPC)은 지난해 주력품종으로 고품질벼인 진상벼를 장려하며 농가와 계약재배 물량을 대폭 늘렸다. 이에 따라 수매품종도 진상벼가 주축이 됐다. 진상벼는 밥맛이 좋아 소비자들이 선호하지만 문제는 병충해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결국 지난해 자연재해로 진상벼 재배 농가의 수확량 감소와 미질 저하 피해가 더 커졌다. 실제로 여주시농협통합RPC는 최근 수년간 3만톤 가량의 벼를 수매했지만, 지난해엔 2만2,064톤을 수매했다. 총 수매량의 26.4%가 줄어든 셈이다. 주 수매품종인 진상벼의 경우 1만3,090톤을 수매해 수매량이 34%나 줄었다.
제현율(벼의 껍질을 벗겨 현미가 나오는 비율)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진상벼의 경우 2019년 제현율은 80.51%였지만 지난해엔 72.72%밖에 나오지 않았다.
여주시농협통합RPC는 애초 제현율 83% 기준 8만1,000원으로 진상벼 수매가를 결정했지만 제현율이 떨어지자 수매가를 낮춰 농민 평균 수취가격은 7만1,500원이 됐다.
결국 진상벼 수확량 감소로 인한 피해액은 133억6,000만원이고, 제현율 감소로 인한 피해액은 24억5,000만원으로 농가 피해액만 158억1,000만원에 달한다는 게 협의회의 설명이다. 진상벼 재배 농가들이 수확량·제현율 감소와 수매가 폭락이라는 이중고를 겪게 된 것이다.
문제는 더 있다. 여주시농협통합RPC가 지난 2019년엔 수매 장려금으로 총 15억원을 지급했지만, 지난해엔 재해지원금 9억9,000만원을 지급했다는 이유로 장려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또한 여주시농협통합RPC가 112억원의 이익잉여금을 적립한 것도 문제라는 게 협의회의 주장이다. 농민들이 재해와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음에도 여주시농협통합RPC가 이에 대한 해결보다 이익잉여금 적립에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기준 당기순이익도 28억원이나 된다.
여주시농협통합RPC가 출범한 건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관내 8곳의 농협이 160억원을 출자했고, 10년 만에 112억원의 이익잉여급을 적립했다. 문제는 통합RPC가 수익이 발생해도 출자농협에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출자농협에선 지분율에 따라 이를 평가수익으로 반영했다는 점이다. 결국 여주시농협통합RPC에서 수익이 나도 농민조합원에게 실질적 수익이 전달되지 않는 구조인 셈이다.
이로 인해 성난 여주 농심이 더욱 번지고 있다. 이에 농민들은 성명서에서 “RPC는 그동안의 수익으로 재정도 충분하다. 더 이상의 수익금 적립을 중단하고 흉년에 고통받고 있는 농민조합원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며 요구사항을 밝혔다. 16억원을 투입하면 진상벼 제현률 78% 기준으로 최저수매가 7만6,000원 지급이 가능하다며 이에 대한 보장과 RPC 수익금을 출자농협으로 현금배당하고 조합원 실질사업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영준 여주시농민회 사무국장은 현재 상황과 관련 “26~27년 농사를 지으면서 지난해처럼 흉년이 든 건 한 차례도 없었던 일이다. 기후변화가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확인했고, 이런 일이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는 만큼 RPC는 물론 여주시 차원에서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 조례 제정 등 구조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