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식량주권 실현하는 공공농업으로 농정 대전환해야 한다

  • 입력 2021.01.17 18:00
  • 기자명 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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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2020년 코로나19와 기후위기를 겪으면서 문재인정부의 농정 또한 기존의 농정과 다를 바 없음이 드러났다. 문재인정부 농정은 농정대개혁이란 농정목표에 걸맞은 농정의 설계와 실천이 아니라 농정을 설명하는 문구 정도만 정권의 눈에 띄게 바뀌었을 뿐 농정을 설계하고 집행하는 공무원부터 과거 적폐 농정과 하나도 다를 바 없었다고 본다. 정책설계에 전문가들과 소통은 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학자들과 관료들이 농정을 설계하고 농촌 현장과 정책의 주체인 농민은 정책의 대상만 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컨설팅 농정으로 자신의 사욕만 챙긴다고 현장의 비판을 받고 있던 전 청와대 농해수비서관이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으로 승진하고 공영도매시장 개혁 요구에 장관이 나서서 직접 반대하는 현재 상황은 이전의 어떤 정권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일이다. 전 농해수비서관과 농식품부 장관은 정무직이다. 관료가 아니다. 그렇다면 코로나19 정부 대책과 한국판 뉴딜에 농업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한 정책을 제시하고 포함시켜야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정부 대책에서 농업과 농민의 피해는 아주 대놓고 무시돼 아무런 대책이 추진된 바 없다.

또한 160조원을 투자해 사회구조 변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로 사회적 안전망을 확충하겠다는 한국판 뉴딜 정책 중 그린뉴딜은 농업,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 제시되지 않고 신재생에너지인 태양광과 풍력 발전소 건설을 위한 토지 제공 정도의 역할만 제시하고 있다.

이렇게까지 농정이 무너진 것은 농정의 정무라인이 무너져 발생하는 문제임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으나 결과는 정무라인 당사자가 더 높은 직위로 승진하면서 ‘너희가 아무리 떠들어 봐라. 농정은 너희가 아니라 내가 만든다’며 농민을 조롱하는 것 같다.

그러한 이들이 만든 문재인정부의 농정은 빛 좋은 개살구다. 각종 현란한 용어와 전망을 제시했지만 결국 과거 농정의 틀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말하는 농정대개혁은 이전 농정에 대한 철저한 반성에 기초해 추진돼야 한다. 이전 농정의 핵심은 신자유주의다. 그렇다면 대전환은 무엇을 의미하나? 신자유주의 농정 폐지와 국가 책임성 강화일 것이다.

2020년 코로나19는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극심한 자본의 이윤추구가 농업의 생산기반을 무너트릴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가져왔고, 감염병 확산과 기후위기로 인한 새로운 식량위기 발생 가능성은 농업의 가치를 다시금 확인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농업 및 식품산업 정책에 근간이 되는「농업농촌 및 식품산업기본법」은 “시장주의 원리를 바탕으로 하는 효율성을 추구하되”라는 문구를 통해 신자유주의 경제 이념을 중심축으로 하는 농정이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이는 “사유재산제를 바탕으로 하고 자유경쟁을 존중하는 자유시장 경제질서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이에 수반되는 갖가지 모순을 제거하고 사회복지·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국가적 규제와 조정을 용인하는 사회적 시장경제 질서로서의 성격”인 헌법 이념에도 위배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농정대전환은 이렇듯 한국 농정을 규정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농정의 탈피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새롭게 예측되고 진행 중인 식량위기 속에서 식량인 농산물을 공공재로 보고 식량을 공급하는 농업의 지속성을 높여 낼 수 있도록 국가의 책임성을 강화시켜 나가는 것을 농정대전환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 이것이 국민들에게 식량공급과 농업의 지속성을 강화시켜야 할 의무를 가진 국가의 역할이다.

전농은 2021년 이러한 농정을 실현하기 위해 식량주권이 실현되는 농정을 공공농업으로 칭하고 공공농업을 실현하기 위해「농업농촌 및 식품산업기본법」을 폐지하고「농민기본법(가)」을 제정하는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려 한다. 정권이 원하는 좋은 말만 골라서 만든 사리사욕을 채우는 농정이 아니라, 농촌이 유지되고 농민이 행복해지는 농민들이 주체인 농정을 농민들 스스로 만들어가는 2021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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