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월동 당근 수확 한창 … “한 상자 3만원은 돼야”

가뭄에 비상품 증가‧일손 부족에 육지서 사람 불러

  • 입력 2021.01.10 18:00
  • 기자명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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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제주도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 들녘에서 농민들과 외국인노동자들이 당근을 수확하고 있다.
지난 5일 제주도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 들녘에서 농민들과 외국인노동자들이 당근을 수확하고 있다.
여든을 넘긴 한 여성농민이 당근에서 줄기를 잘라내고 있다.
여든을 넘긴 한 여성농민이 당근에서 줄기를 잘라내고 있다.
농번기 일손 부족으로 육지에서 건너온 외국인노동자들이 당근을 캐고 있다.
농번기 일손 부족으로 육지에서 건너온 외국인노동자들이 당근을 캐고 있다.
한 이주여성노동자가 가지런히 놓인 당근을 상자에 담고 있다.
한 이주여성노동자가 가지런히 놓인 당근을 상자에 담고 있다.
외국인노동자들이 상품과 비상품 당근을 나눠 상자에 담고 있다.
외국인노동자들이 상품과 비상품 당근을 나눠 상자에 담고 있다.
한 농민이 농협으로 출하할 당근을 트럭에 차곡차곡 싣고 있다.
한 농민이 농협으로 출하할 당근을 트럭에 차곡차곡 싣고 있다.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네댓 개의 당근 줄기를 부여잡고 좌우로 흔들며 쑥, 뭍에서 건너온 베트남 노동자 10여명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제주 특유의 검은 밭에서 주황색 당근을 뽑아 올린다. 이에 뒤질세라 여든을 훌쩍 넘긴 여성농민들과 이주여성노동자들이 뽑아 올린 당근에서 흙을 털어내고 줄기를 잘라 한 쪽에 놓는다. 이들이 지난 자리마다 검은 밭에 주황 카펫을 펼친 듯 당근이 일렬로 놓여 있다.

지속된 한파가 누그러지며 잠시 영상의 기온을 회복했던 지난 5일 제주도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 들녘에선 당근 수확이 한창이었다.

이날 밭 작업에 나선 고만석(62)씨는 갓 캐낸 당근을 살펴보며 지난해 10월 말부터 두 달 가량 지속된 가뭄 영향으로 비상품 당근이 많이 나와 걱정이라고 말했다. 20kg 한 상자에 2만원 초반까지 하락했던 당근 가격이 최근 회복되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낼 상품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이다.

올해 3만평 정도 농사를 계획한 고씨는 지난해 8월 당근 파종 시기 때 밭을 휩쓸었던 태풍으로 인해 1만평은 폐농한 바 있다. 고씨는 “70~80%는 상품이 나와야 (농가소득에) 도움이 되는데 현재로선 절반 정도에 그칠 것 같다”며 “비상품은 착즙이나 가공용으로 헐값에 내다 팔 수밖에 없다”고 착잡해했다.

게다가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한 농번기 일손 부족이 현실화됐다. 고씨는 “지금껏 동네 분들 10여명과 함께 작업했는데 올해는 난리다. 어른들은 나이 들어 못하시고 제주에 많은 중국인 노동자는 비싸서 못 쓴다. 인건비를 맞춰주면 손에 남는 게 없다. 일손이 도저히 없어 올해 처음으로 육지에서 사람을 불렀다”며 “오죽하면 불렀겠나. 제주에서 농사짓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12월 초 베트남 노동자 17명을 이끌고 경기도 이천에서 제주로 내려와 농작업을 하고 있는 권오준(59)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일 좀 해달라는 전화가 온다. 나 또한 사람이 더 필요한데 코로나로 인해 외국인노동자를 구할 수 없다”며 “3월 중순까지 당근이랑 무 수확 작업을 한 뒤 육지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전 내내 캐낸 당근을 상품과 비상품으로 나눠 ‘햇살 품은 구좌 당근’이 적힌 상자에 담아 묶어내는 것으로 1차 작업이 끝났다. 주황 카펫처럼 여겨졌던 그 자리엔 노란 상자가 군데군데 놓여 있었고 잠시 후 트럭을 몰고 온 농민들이 적재함에 상자를 차곡차곡 쌓기 시작했다.

외국인노동자들과 또 다른 밭으로 이동하기 전 고씨가 말했다. “인건비, 비료, 약대 등 생산비는 물가상승률만큼이나 올라가는데 농산물 가격은 10년이나 20년 전이나 똑같다. ‘특’ 상품을 기준으로 최소 3만원에서 3만5,000원은 돼야 하는데 그게 우리 희망대로 되나. 인력 문제도 그렇고 농민들 처한 현실을 제대로 좀 써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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